[‘신분을 숨겨라’ 종영②] 배우들의 ‘고군분투’에도 결국 ‘용두사미’

[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월화드라마 ‘신분을 숨겨라’가 종영한 가운데 드라마의 아쉬운 용두사미 결말에도 배우들의 호연은 빛났다.

지난 4일 방송된 ‘신분을 숨겨라’ 최종회에서는 바이러스 폭탄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사5과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범죄 조직의 수장 ‘고스트’로 밝혀진 국정원 국장 최대현(이경영 분)은 각종 비리를 저지른 정치·군 고위급 인사들의 목록을 폭로하고 그들의 속죄를 요구하며 폭탄 테러를 계획했지만, 테러 진행 과정에서 폭주한 정상준(허재호 분)에 총격을 맞고 죽음을 맞이했다.

↑ 사진=신분을 숨겨라 방송 캡처

장무원(박성웅 분)과 차건우(김범 분), 장민주(윤소이 분)와 최태평(이원종 분)은 최대현이 남긴 GPS 추적장치를 통해 정상준, 마상욱(김병춘 분)과 마지막 결투를 벌였다. 장무원과 장민주는 우여곡절 끝에 정상준을 제거했지만, 차건우는 폭탄을 해제하는 최태평을 지키기 위해 마상욱의 칼을 맞고 눈을 감았다.

다행히 죽은 줄 알았던 차건우는 살아있었다. 장무원은 작전 중 사망한 민태인(김태훈 분)을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고 요청하며 그의 죽음을 기렸고, 수사5과는 잠입경찰의 삶을 계속하며 한층 더 가까워진 팀워크를 자랑했다.

결국 수사5과는 고스트 일당을 소탕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켰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시청자들은 다소 헐거운 스토리 전개로 긴장감이 떨어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초반의 쫄깃한 스토리는 어디로 갔냐며 ‘뒷심 부족’이라는 평가들이 이어졌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제작진과 화려한 배우 라인업이 뭉쳐 만들어낸 결과물 치고는 아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빛났다. 배우들은 화려한 라인업만큼 호연으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장무원 역을 맡은 박성웅은 수사5과의 리더다운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애초에는 뒤에서 명령만 내리는 역할이라 이렇게 액션이 많을 줄 몰랐다고 웃을 만큼 박성웅은 드라마에서 거친 액션을 다수 소화했다.

김범은 이 드라마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을 지닌 차건우를 맡아 고독하고 음울한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들개와 같은 야성미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도 14kg나 감량하는 등 김범은 차건우 역에 공을 들였다. 김범과 장무원은 캐릭터의 색깔이 비슷해 자칫 겹쳐 보일 수 있었으나 액션 스타일과 같은 디테일을 살려 각자의 개성을 잘 드러냈다.

↑ 사진=신분을 숨겨라 방송 캡처

액션 여배우로 손꼽히는 윤소이와 이원종, 임현성, 김태훈의 활약도 돋보였다. 윤소이는 홍일점임에도 액션의 전면에 나서 ‘장르물 속 홍일점’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원종은 무거운 분위기의 드라마에 웃음 포인트로 제대로 활약했다. 임현성은 수사5과의 유일한 백업팀이자 어리바리한 캐릭터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태훈은 우직한 민태인을 맡아 고문 장면부터 죽는 순간까지 실감나는 열연을 펼쳐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조연들의 활약은 ‘신분을 숨겨라’의 백미였다. 일단 정선생으로 등장한 김민준은 드라마가 자리잡는 것에 큰 공헌을 했다. 정선생의 카리스마는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였고, 정선생과 장무원의 엘리베이터 격투신은 ‘신분을 숨겨라’의 손꼽히는 명장면이 됐다. 정선생의 죽음이 아직도 회자될 만큼 김민준은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외에도 국정원 국장으로 활약한 이경영, 남인호 역을 맡아 잔인함의 끝을 보인 강성진,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30년을 칼 갈았던 정상준 역의 허재호 등은 수사5과에 결코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균형을 이끌었고, 그 사이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배우들은 기자간담회에서 “다친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할 만큼 몸을 아끼지 않고 액션을 소화했다. 이들의 ‘몸 던진’ 액션과 연기는 ‘신분을 숨겨라’를 지켜본 시청자들에게는 보상과도 같았다. 이런 배우들의 고군분투에도 드라마는 결국 악인들의 악행을 시청자들에 완벽히 설득시키지 못한 당위성 부재와 결국 정의가 이뤄졌는지에 의문을 품을 만큼 허술하게 끝나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