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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더걸스(사진=강영국 기자) |
칭찬 일색이다. 음악적 완성도를 떠나 작사·작곡을 비롯해 무대 위에서 라이브 연주가 가능한 그들의 음악적 진화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들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낼만 하다.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기자 역시 그들 컴백이 반가울 뿐, 성공적 행보에 배 아파할 이유가 없다. 다만 원더걸스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아쉽다. 세계적인 밴드조차 음악적 호불호가 엇갈리는 마당에 유독 원더걸스를 향한 미디어의 찬사는 오히려 불편하다. 그들을 더욱 성장하게 하는 채찍질도 필요한 법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원더걸스의 정규 3집 '리부트' 발매 기념 쇼케이스는 그들의 진짜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기존 히트곡 '텔 미(Tell Me)'와 앨범 수록곡 '베이비 돈트 플레이(Baby Don't Play)'에 이어 타이틀곡 '아이 필 유'까지 원더걸스는 100% 라이브 연주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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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더걸스(사진=강영국 기자) |
원더걸스는 솔직했다. 그들은 "이번 앨범에 우리가 실제 레코딩한 곡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앨범에 녹음된 악기 연주는 다른 세션 연주자들이 동원됐거나 기계의 힘을 빌렸다는 이야기다.
물론 오늘의 원더걸스가 있기까지 그 과정은 치열했다. 원더걸스는 "연습하다가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정체되거나 벽에 부딪힐 때는 박차고 뛰어나가서 울기도 했다"면서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무궁무진하다.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원더걸스가 땀 흘려 악기를 배우게 된 목적은 단순히 무대 위에서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음악과 색깔을 규정 지을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악기를 하나 다루게 되거나 더 나아가 화성악 등의 이론까지 쌓아 가이드 반주라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작곡의 폭과 깊이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제작자로서 박진영의 기획은 씁쓸하기만 하다. 뮤직비디오 속 원더걸스는 꼭 수영복을 입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앨범 재킷 이미지 속 원더걸스는 왜 악기를 다리 사이에 낀 채 묘한 자세를 취했는지 궁금하다. 깊게 파인 가슴골 혹은 하체 부위를 클로즈업한 카메라는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걸그룹 스텔라의 뮤직비디오와 다를 바 없다. 스텔라는 욕하면서 원더걸스는 칭찬하는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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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신해철 "아따" 뮤직비디오 갈무리 |
당시 그는 이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1000개 이상 노래에 나오는 모든 소리를 자신의 목소리로 구현했다. 그렇게 장인 정신에 가까웠던 고 신해철의 음악 열정과 실험성이 깃든 '리부트 마이셀프' 앨범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서야 음악 팬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생뚱맞게도 원더걸스의 '리부트'에 고 신해철이 떠오르는 건 비단 기자 만의 주책일까. 우리나라 대중음악시장의 안타까운 현 모습일 수도 있다.
fact@mk.co.kr /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