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예상외다. 꿀을 바른 듯한 보이스에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여심을 사로잡는 곡을 선보였던 유근호. 감성적인 모습을 기대했지만 의외로 유근호는 솔직담백했고 심지어 심드렁해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가 들려주는 음악에는 스토리가 있고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난 17일 발매한 EP도 마찬가지다. ‘무지개가 뜨기 전에’라는 타이틀처럼 시적이면서 감성을 몰아치게 만드는 곡들이 담겨있다.
“뭔가 계절감도 맞고 저의 상황과 하고 싶은 말이 응축되어 있어서 앨범 타이틀을 ‘무지개가 뜨기 전에’로 정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무지개를 즐기려면 먼저 비를 맞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더라. 그 말이 전체적인 앨범 분위기와도 맞아서 앨범명이 됐다.”
↑ 사진=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 가운데에서도 나름의 변화는 있었다. 앨범의 전체적인 색이 밝아졌고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이 늘어났다. 유근호 나름의 변신 아닌 변신이었다.
“이전에 어둡고 진중한 느낌의 음악을 했다면 이번엔 좀 더 밝고 가벼운 곡들로 여름에 맞추려고 노력을 했다. 기본적으로 전 밝은 사람이 아니고 낯도 많이 가리고 우울한 면이 많다. 그런데 조금 밝고 가벼운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밖으로 표출되지 않아서 그렇지 저에게 아예 없는 면은 아니다.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타이틀곡은 제목부터 익숙하다. 마치 트로트 가수 현철의 ‘사랑은 나비인가봐’를 연상케 하는 ‘얄미운 나비인가봐’. 잘 들어보면 중간에 동요 ‘나비야’도 들린다. ‘사랑은 나비인가봐’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근호는 “무의식 중에 자연스럽게 나왔나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런 제목이 나왔다. 맨 처음엔 회사에서도 제목을 바꾸라고 했었다. 그때 억지로 바꾼 게 ‘나비홀린’이었다. 그랬더니 다시 회사에서 저번 제목이 낫다고 하더라. 현철 선배님을 존경한다. 제목만 듣고 트로트로 불러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제가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 잘 안되더라. 공연에서는 한 번 시도해보려고 한다.”
“사실 저랑은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선배님인데 1집을 냈을 때도 먼저 연락을 주셔서 친해졌다. 지금은 규호형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도 ‘둘이서’다. 가사, 편곡은 물론 규호형과 함께 부른 것 자체가 좋다.”
이번 유근호의 앨범 곡들의 가사를 살펴보면 시작하는 연인들이나 현재 사랑에 빠진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많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옮긴 것이 아닌지 물었더니 유근호는 뜬금없이 이별을 고백했다.
“물론 가사에 제 이야기를 쓰긴 한다. 1집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쓴 곡들이 많아서 어두웠다. 이번 앨범도 여자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밝은 친구라 외골수 같은 절 상쇄시켜 준 부분이 있었다. 근데 어제 헤어졌다. 나중에 이 앨범을 보면 슬플지도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 실제로 무언가를 남겼다는 게 나쁘지 않다.”
유근호라는 이름을 알리게 해준 유재하 음악대회도 당시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영향으로 나가게 됐다. 음악 전공도 아니었고 기타, 작곡도 혼자서 독학해서 배운 유근호는 대회에 출전한다는 여자친구를 따라서 대회에 지원을 해 혼자서만 합격을 거머쥐었다.
“고3때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부모님과 많이 싸웠다. 부모님 입장에선 공부 잘하던 애가 갑자기 대학 안가고 음악을 한다고 하니 당황했을 거다. 그렇게 싸우다가 엄마가 우는 걸 보고 일단은 대학에 진학했는데 제 길이 아니더라. 그래서 휴학하고 독학으로 음악 공부를 했다. 제 이름으로 앨범을 낸 것도 여자친구 때문에 출전을 한 유재하 경연대회 때문이었다. 원래 방구석 뮤지션이었는데 유재하 경연대회에서 선발되면 내 곡도 선보이고 실연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전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에 만든 사람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게 신기하더라. 유치하지만 ‘뮤직 이즈 라이프’(Music is life)라는 말이 공감된다. 제 음악에도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담겨 있다. 저라는 사람은 한두 번 봐선 매력적이거나 뭔가를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오래 보고 이야기를 진중하게 해보면 진짜 저에 대해 알 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다이내믹하지 않고 심심하기도 하지만 밑에 깔린 이야기엔 진중하고 재치 있는 면도 있다. 그걸 나중에 대중들이 발견해 줄 거라고 기대한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