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한 감독의 작품에 여러 번 출연한 배우를 소위 ‘000감독 사단’이라고 부른다. 영화계에 주로 쓰이는 이 ‘사단’이 드라마계에도 존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를 통해 배우 곽도원과 연인이 돼 화제를 모은 배우 장소연. 그의 짝사랑 스토리 못지않게 눈길을 끈 이야기는 바로 장소연과 안판석 PD의 인연이었다. 장소연은 드라마 ‘국경의 남쪽’부터 ‘하얀 거탑’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까지 안 PD의 작품마다 꼭 등장해 ‘전속계약설’까지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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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가족엑터스 (안판석 PD, 장소연) |
물론 ‘전속계약설’은 그저 ‘설’일 뿐이었다. 장소연은 “사실 그 몇 년 동안 개인적으로 연락을 나눈 적은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친분이 아닌 ‘연기 스타일’ 때문에 안 PD의 작품에 캐스팅이 된 셈인데, 이처럼 PD들은 ‘결’이 비슷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단’과 비슷한 조합이 생기게 됐다.
안판석 PD는 장소연 뿐 아니라 배우 김희애와도 인연이 깊다. 안 PD는 김희애와는 ‘아내의 자격’과 ‘밀회’ 두 작품을 함께 했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초기 단계에도 김희애가 물망에 올랐지만 작품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아쉽게도 ‘안판석X김희애’의 세 번째 작품은 보지 못하게 됐다. 김희애 외에도 배우 박혁권과 장현성이 안 PD의 작품에 크고 작은 역할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권석장 PD의 ‘짝꿍’은 배우 이선균이다. 배우 이선균은 권 PD의 드라마 ‘파스타’ ‘골든타임’ ‘미스코리아’에 주연으로 활약했다. 서로의 대표작을 함께 했기 때문에 이들의 신뢰는 꽤나 두텁다. 배우 이성민도 마찬가지다. 이성민은 ‘파스타’ ‘마이 프린세스’ ‘골든타임’ ‘미스코리아’에서 권 PD와 함께 했다. ‘디렉션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권 PD이지만 이선균과 이성민은 노련미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권석장 PD 사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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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왼쪽부터 권석장PD, 이선균, 이성민) |
PD는 아니지만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임성한 작가도 ‘임성한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있다. 일단 그의 조카로 유명한 배우 백옥담이 있고, 일일드라마 특성상 한진희, 정혜선 등의 중견배우가 자주 배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얼마 전 MBC ‘복면가왕’에서 놀라운 노래 실력을 자랑한 송원근이 ‘오로라 공주’ ‘압구정백야’에 출연했고, 이태곤이 ‘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에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는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의 유제원 PD가 작년 여름 연출을 맡았던 ‘고교처세왕’의 배우들을 다수 기용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고교처세왕’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였던 배우 신혜선과 강기영이 ‘오 나의 귀신님’에도 또 다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제원 PD는 최근 열린 ‘오 나의 귀신님’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자 입장에서는 좋은 배우르 쓰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을 하며 이들이 보여준 연기에 믿음이 있어 러브콜을 보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속으로 함께 작품을 하면 익숙해지는 것들이 있어 작품을 만들기 더욱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유 PD는 “한 번은 강기영 씨가 제가 오케이 사인을 내린 장면을 끝낸 후 단박에 ‘왜 마음에 안 들면서 오케이를 하느냐’고 묻더라. 그만큼 익숙해진 것”이라고 말하며 한 번 함께 한 배우들과 연출자는 서로의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더 빠른 시간 안에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PD 사단’ 현상은 시청자에게는 전작들과 비교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안길 뿐 아니라 연출과 연기의 안정적인 합(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앞으로도 계속 될 드라마계의 ‘PD 사단’ ‘작가 사단’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