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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정 |
하지만 그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정작 중요한 단어가 빠졌다. 바로 '싱어송라이터'다. 2012년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2' 준우승자인 그는 인기 여세를 몰아 곧바로 데뷔하지 않았다. 그는 유명 프로듀싱팀 아이코닉사운즈 작사·작곡가(예명 소피아배)로 활동했다. 미쓰에이 ‘스턱(STUCK)’, 씨스타 ‘굿타임’ 에릭남 ‘녹여줘’, 김보경 ‘메모리즈’ 등 작업에 참여하면서 더욱 기본을 갈고닦았다.
그리고 3년. 그는 자작곡 '사랑할거예요'를 들고 가수로 최근 데뷔했다. 이별 후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R&B 발라드다. 배수정의 절제된 감성, '품격'이 느껴지는 곡. 우아한 드레스가 잘 어울리 것 같던 그는 핫팬츠와 배꼽티를 입고 있었다.
다음은 배수정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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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데뷔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A. 오디션 출연 전 영국 회계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자격증(ACCA)을 취득하려면 3년 실무 경력을 쌓아야했는데 약 1년 남은 상태였다. 기억날 때 빨리 마무리 짓고 싶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작사·작곡에 몰두했다.
Q. 영국 회계사 자격증은 일종의 보험인가
A. 아니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10개월(자격 취득 남은 과정)이란 시간이 연예계에서는 큰 공백일 수 있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별 것 아니지 않나. 하던 일 열심히 끝내고 음악적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갖는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그 기간 회계사 일보다 작곡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웃음)
Q. 일과 음악을 병행하기 어렵지 않나
A. 천재성이 필요할만큼은 아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는데 누군가 그러시더라. 수학과 작곡은 뇌 쓰는 게 비슷하다고. 물론 음악은 감성적인 면이 중요하지만 아마도 어떤 과학적 수리가 적용되는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Q. 데뷔곡 '사랑할거예요'를 설명한다면
A. 한국에 와서 아이코닉사운즈 프로듀싱팀과 처음 만나 작업한 의미 있는 곡이다. 이별 뒤 여운이 남아있는,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나는 강한 여자지만 그래도 사랑 앞에서는 약한 여자를 표현했다. 노랫말과 멜로디를 썼기에 공동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Q. 본인 이야기인가
A. 없지 않아 있다. 최근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경험의 일부분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슬픈 느낌은 아니다. 좋은 추억, 아쉬운 마음이다. 대중이 들었을 때 같은 마음으로 들으셨으면 좋겠다.
Q. 이별했던 이유는
A. 연애 경험이 잦진 않지만 한 번 사귀면 깊게 사귀는 편이다. 한때 공부와 커리어(경력)에 집중하다보니 연애는 늘 두 번째였다. 나중에 돌아 보니 공부와 커리어가 제일 중요한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Q. 다음 사랑을 하게 된다면
A. 가장 좋은 상황은 둘 다 열심히 하고 싶다. 밸런스(균형)가 잘 맞아야 한다. 사랑, 일뿐만 아닌 우리 삶의 모든 것이 다 그건 것 같다.
Q. 아직 일 욕심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이해해주는 사람 만나면 되겠다
A. (웃음) 그런 사람 있으면 정말 소개 좀 시켜 달라. 연애할 마음 있다.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다닐 순 없다. 찾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좋은 사람 나타나면 준비는 돼 있다.
Q. 사랑도 사랑이지만 대중에게 잊혀지는 두려움은 없었나
A.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영국에 있을 때도 빨리 한국에 돌아가 음악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면서 작곡을 시작하다보니까 내 음악에 욕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원하는 스타일이 있고 방향이 있으니 내 욕심과 조금 엇갈리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헤맸다. 그러다가 2014년 초 아이코닉사운즈를 만났다. 그때부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했다.
Q. 신곡 반응에 대한 걱정 반 기대 반이겠다
A. 부담이 없진 않다. 3년이란 시간, 난 잊혀졌을 것이다. 그동안 오디션 스타들도 많이 나왔다. 그래도 당시 난 한 발짝 뒤에 서고 싶었다. 다시 새롭게. '위대한탄생'이 내 이름을 알리기 좋은 방법이었지만 내 특정 이미지가 고착돼 있었다. 점잖은 엘리트 회계사 이미지. 실제 난 그렇지만은 않다. 엉뚱할 때도 있다.
Q. 어떤 면이
A. 기억력이 좋지 않다. 비효율적이다. 미리 공부하면 다 까먹기 때문에 벼락치기 한다.(웃음) 걸어다니다가 물건에 잘 부딪친다. 운동 신경이 없다. 하이힐을 신으면 발목 삐긋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Q. 본인의 이미지를 어떻게 깰 것인가
A. 어디 가진 않는다. 그래도 아티스트로서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단순하게 의상서부터 음악 장르, 창법 등 여러 가지를 더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음악적 다양함을 쌓으려고 했다. 그걸 조금씩 보여드리고 싶다. 그렇다고 갑자기 록 음악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댄스는 안 하니 못하다.(웃음) 나에게 어울리는 선 안에서 보여 드리겠다.
Q. 엘리트 이미지가 싫은건가
A. 그 점으로 주목받았기에 감사하다. 다만 너무 그 이미지에만 집중되니까 부담될 때가 있다는 거다. 나는 똑똑한 말만 해야될 것 같다. 음악에 더 집중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엘리트 수식어에서 벗어나 아티스트 배수정으로 나아가고 싶다.
Q. 향후 계획은
A.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써놓은 곡이 꽤 많다. 일단은 디지털 싱글로 하나씩 꾸준히 발표할 생각이다. 단순히 노래만 하는 배수정이 아닌, 계속 (그의) 음악에 빠지고 싶게 만드는 싱어송라이터 배수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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