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MBN스타 김진선 기자] 일본 감독 소노시온이 제 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를 찾았다. 그의 특별전이 열려 최초로 ‘리얼 술래잡기’가 상영됐고, 관객들과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소노시온은 ‘나는 소노시온이다’로 1985년 데뷔해 ‘자살 클럽’ ‘노리코의 식탁’ ‘두더지’ ‘차가운 열대어’ ‘러브 익스포져’ ‘지옥이 뭐가 나빠’ ‘비 슈어 투 쉐어’ ‘러브 & 피스’ 등의 작품으로 일본 내 사회문제나 인간의 욕망 등을 적나라하게 다룬 감독이다.
그의 작품 속 설정은 엽기적일 뿐 아니라 그로데스크해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게 만들지만, 소노시온이 털어놓은 그의 일상은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사건의 연속이라 눈길을 모았다.
Q. 특별전이 열려 한국에 왔는데 기분이 어떤가
![]() |
↑ 사진=BiFan |
특히 ‘길티 오브 로맨스’라는 작품은 ‘러브 익스포져’에 가려졌다고 생각한 작품이라 이번 특별전에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이다. 화려하지는 않고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애착이 많이 간다.
Q. 원래는 시인으로 등단했는데, 영화는 수위가 강하고 그로데스트 한 것 같다
A. 쓰던 시도 기묘하고 이상했기 때문에 변했다고 보기 힘들다. 영화는 그 작품들이 이미지로 구체화된 느낌이다.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 때 시를 썼는데 ‘생리혈처럼 새빨간 달이 떴다’고 보름달을 비유했다가, 선생님이 부모님을 불러 내가 성적으로 이상하다고 한 적도 있다.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은, 성적인 성향보다 재밌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Q. 영화 소재가 독특한데, 어디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는가.
A. 체험이나 주변사람들 체험이 주로 작용한다. 거의 다 체험이라고 볼 수 있다.
‘리얼 스토리’ ‘지옥이 너무 나빠’ 등 다수 작품에서 피가 낭자하고 혈투하는데, 실제 경험이라고?
‘지옥이 뭐가 나빠’는 우연히 알게 된 한 여성이 자신이 야쿠자의 딸이라고 얘기 한 적 있는데, 어느 날 내가 납치가 됐다. 일이 꼬여 내가 그 여성을 성폭행한 것이 돼 있었고, 야쿠자는 날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여자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였고, ‘소노시온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를 남자친구로 소개했던 것이다. 당시 야쿠자가 정말 성폭행했느냐고 물어보는데, 아니라고 구차하게 답하기 싫어 ‘그렇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상황을 이해하고 날 풀어주더라. 오야봉도 머리는 좋은 것 같다(웃음).
Q. 하지만 반대로, ‘러브 앤 피스’는 노래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던데
일단 CG로 표현한다고 하면 할리우드와 겨뤄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서 일본 독자적인 특수 촬영기법으로 강점을 살리고자 했다. 요즘에는 촬영하지 않는 방식인 탈을 쓰기도 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시시하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없으니까 CG를 쓰지 않고서도 높은 퀄리티를 낼 수 있게 노력했다.
‘러브 앤 피스’는 어쩌면 나와 가장 비슷한 작품이다. 이번 작업을 할 때 길고양이를 줍게 됐는데, 시나리오가 안 써질 때나 정신적으로 지쳤을 때 동물원을 가거나, 동물을 만지기도 한다.
Q. 극 중 잔혹한 묘사에 대해서는 어떤가
A. 잔혹한 묘사를 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밖에 나갔을 때 초현실적인 체험을 할 수도 있고, 부조리 한 것에 연루가 될 수도 있다. 그런 평소 생각이 드는 것 뿐이지, 딱히 잔혹함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니다.
‘리얼 숨바꼭질’에 ‘비현실에 지지마’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내 응원가이자 솔직한 생각이다. 결혼하고 안정되다보니 좀 두려움도 있다. 슬슬 기묘한 일들이 오는 게 아닌가. 고양이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고 말이다(웃음).
내가 경험 한 것 중 영화 안 된 것들이 많아 앞으로도 소재는 많다. 예를 들어 내가 18살 때 겪었던 일도 마찬가지다. 여자를 만나기 위해 가출해 도쿄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더라. 어찌어찌 해서 호텔에 가게 됐는데 쭈뼛대더니 봉투에서 커다란 가위를 꺼내 같이 죽자고 하더라. 남편과 헤어져 죽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말이다. 당시 난 죽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친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자는 그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살 수 있었다. 그의 집에서 한 2개월 정도 함께 살았는데, 밥도 같이 먹고 나란히 잠도 자고 그렇게 살았다. 너무 견디기 힘들어 솔직하게 말했더니 그가 의외로 쉽게 놓아주더라.
Q. 일본 사회나, 가족 문제 등을 작품 속에서 다루는데, 어떤 관점에서 다가가는가
![]() |
↑ 사진=BiFan |
Q. 인간의 감정을 사실적으로 잘 나타내는 것 같은데, 약자의 시선에서 보기 때문인가
A.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시각이나 관점을 바꾸면 강자와 약자라는 앵글에 누구나 같은 일이 일어갈 수 있는 것 같다.
Q. 그러면, 영화의 미장센이나 연출적인 부분, 서사 중 어떤 면에 중점을 맞추는 편인가.
A. 메시지가 중요하고 영상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면 좋다. 메시지는 말로 전해도 괜찮지만 연기력을 그것을 강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래서 신인 배우들은 잘 발굴하고, 실력파 배우의 개성을 살려주는 감독이라는 평을 받는 것 같다
A. 배우는 누구나 향상될 수 있고 누구나 연기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멋있고 폼 나는 연기를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만의 연기를 깊게 생각하고 자신이 연기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동경하는 것과 내가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만의 맛을 안다면 다른 연기를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일은 곧 그것인 셈이다.
Q. 한국 영화 중 재밌게 본 작품은 있는지, 같이 호흡 맞추고 싶은 배우도 있는가
A. 많다. 배우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영화는 ‘고래사냥’ ‘추격자’ ‘푸른 대문’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시’ 등을 좋아하는데, 특히 ‘복수는 나의 것’과 ‘거짓말’을 재밌게 봤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러브 앤 피스’처럼 감수성을 가진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결혼의 영향도 있겠지만 전작과는 180도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다. 청개구리 근성 있어서 당분간 누군가 죽지 않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한국에 오긴 전에 초능력 영화 마지막 단계를 작업했다. 시온 프로덕션이 작년에 만들어졌는데, 그 첫 작품을 완성했다. SF 영화로 ‘속닥속닥 별’(위스퍼링 스타)이라는 제목인데, 아마 최고의 문제작이 될 듯.
또, 여름에 한 작품, 올 가을 여류화가 나오는 작품, 겨울에는 대작으로 한 편 더 찍을 계획 이다. 아마 내년 중반까지는 한 다섯, 여섯 작품을 쉬지 않고 만들 계획이다. 다 끝나게 되면 시간을 들여 만드는 작품도 만들 것 같다. 내 작품 중에는 저예산도 있고, 며칠 만에 완성하는 작품도 있다. 그런 작품이 더 재밌다.
때문에 건강관리는 못한다. 작품을 할 때는 담배를 많이 피는 편이라, 아마 금연을 하려면 내년 여름까지는 힘들 것 같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