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세상 끝의 집’이 작년 김천소년교도소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국립공주병원으로 배경을 옮겼다. 또 다른 ‘세상 끝의 집’에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옹기종기모여 각자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세상 끝의 집-마음의 언덕’(이하 ‘세상 끝의 집’)에서는 조현병 환우, 사회공포증 소녀에 이어 조울병을 앓고 있는 김명호씨와 그의 가족들에 대해 중심적으로 다뤘다.
이날 방송은 국립공주병원 환우들이 밖으로 나가 냄비에 라면을 끓여먹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라면은 봉지에 쓰여 있는 방법대로 조리만 하면 되는 매우 쉬운 요리다. 하지만 국립공주병원 사람들에게는 때로는 위험하고, 수많은 실수가 반복되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라면을 먹었다. 조금 더뎠을 뿐 바깥세상 사람들과 다를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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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세상 끝의 집 캡처 |
김명호씨는 조울병을 앓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최근 무릎수술을 해 거동이 불편했지만 아들의 외출을 위해 병원까지 찾아왔다. 김명호씨는 어머니의 더딘 발걸음을 보고 혹시라도 늦을까 전화로 재촉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조울병은 만성적 질환이다. 김명호씨의 경우에는 약물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어서 퇴원과 입원이 잦은 편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이번에도 다시 발병되면 인연을 끊을 생각이다. 난 정말 힘들다. 더 이상 네 행동을 받아줄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호씨는 자신의 조울병 원인에 대한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군 시절을 떠올리며 “군대에서 막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고참들에게 받았던 안 좋았던 것들을 후임들에게 모두 갚아줬다. 내 스스로 벌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증상은 하느님의 벌이다”라고 말하며 얼굴을 감쌌다. 이에 대해 그의 담당의는 “그 사건이 발병의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영향을 줬다고 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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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세상 끝의 집 캡처 |
외출을 다녀온 그는 병원에서 카페 운영 관련 교육을 받았다. 고객 응대부터 커피를 만드는 방법까지 밤이 늦도록 준비 했고 날이 밝자 환자복 대신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새로운 일터는 공주국립병원 안에 새로 생길 ‘카페 어울림’이라는 커피전문점이었다. 안전병동 환자들부터 의료진까지 모든 병원 식구들이 모여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 사람들의 10% 미만이다. 이에 한 조울증 환우의 어머니는 “텔레비전에서는 사고치는 사람들 보면 우울증 환자라고 한다. 난 그걸 보면서 ‘나도 우울증 아들이 있는데’라고 생각한다.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으면 누가 알아봐 주기라도 하는데 우리 아들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한민국 18세 이상 인구의 16%가 1년에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또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비율은 27.6%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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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세상 끝의 집 캡처 |
이날 방송의 내레이션처럼 사람은 때때로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발을 잘못 딛고 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깊숙한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사람은 슬프면 울고 즐거우면 웃는다. 일반인과 정신병 환우의 차이는 단지 감정에 함몰되느냐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느냐와 같다. 본질은 모두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세상 끝의 집’은 이 본질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일반적인 사람들 보다 조금은 서투를 뿐, 영화에서처럼 묶여있지 않았고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있었으며 직업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나 항상 그대를’ ‘나를 잊지 말아요’는 총 3회 방송된 ‘세상 끝의 집’의 소제목이다. 또 쓸쓸함을 자아내는 모두 노래의 한 구절이자 제목이기도 하다. 국립공주병원 환우들은 조용한 곳에서 브라운관을 통해 옛 노래를 부르며 조심스럽게 세상과 벽을 허물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