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손님’ 미숙 役
함께 하는 배우나 감독이 중요? NO! 오직 시나리오의 힘만 믿는 연기자
“한정된 여배우 역할만 맡고 싶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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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와 관객들은 배우 천우희(28)를 향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지난해 영화 ‘한공주’에서 집단 성폭력 피해 학생이 겪는 아픔을 섬세한 감정으로 표현한 연기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13관왕을 따낸 연기자다.
천우희는 “시선이 달라지니 어려운 점이 많더라”고 털어놨다. 자신은 변함없이 예전과 똑같은데, “여배우인데 왜 저렇게 행동해?라든가, “더 좋은 걸 사입고 해야 하는 것 아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한 압박감이 생겼다. 그러다 스스로 갇히게 되는 게 많다는 생각을 했고, 압박감을 놓아두기로 했다.
“남들 시선을 맞춰야 하면 제 삶을 못 살고, 제 연기를 못할 것 같았어요. ‘내가 나 스스로의 선택을 하고 내 연기를 묵묵이 하다보면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알아봐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1950년,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들어선 낯선 이방인 우룡(류승룡)과 그의 아들(구승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했던 비밀과 쥐들이 기록하는 그 마을의 기억을 다룬 ‘손님’에서 천우희가 맡은 역할은 전쟁 중 남편과 아이를 잃은 젊은 과부 미숙 역이다. 촌장으로부터 마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무당이 되도록 등 떠밀린 인물이다. 우룡 부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결국 비극을 맞는다. 비중이 크지도 않다.
‘한공주’ 이후 주인공을 할 만도 한데, 또 밝고 유쾌한 영화로도 인사할 법한데 어둡고 무거운 작품으로 인사하고 있다. 그의 출연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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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처음 본 느낌을 믿는다”는 그는 이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 솔직히 미숙 캐릭터는 시나리오에 많은 부분이 표현되지 않아 어렵긴 했다. 하지만 스스로 그가 과거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고민했다. 여러 가지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게 한정적이었지만 도전하고 싶었고, 결과에 상관없이 나름 만족한 선택이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이한 감독님이 저를 ‘손님’에 적극 추천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 누군가 나를 향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면 열심히 해서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다른 여배우가 기피한다’고, ‘다들 기피한 역할이야’라는 얘기를 듣고는 사실 조금 실망을 하긴 했어요. 하하.”
‘손님’은 쥐떼가 나오고 전개 과정도 기이하다. 결말도 탐탁지 않게 느끼는 관객이 많다. 천우희는 설득력있게 접근했다.
그는 “사실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착해 보이는 우룡도 변한다”며 “어떻게 보면 결말은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게 아닐까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몰입했다. 또 “쥐떼가 생각보다 크고 많이 나오긴 했는데 의외로 무섭지 않더라. 주변에서는 징그러웠다고 하던데 각자가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혹시 류승룡의 이름을 보고 택하진 않았을까 하고 질문을 던졌는데, 답을 듣고 나니 바보 같은 물음이었다. 천우희에게는 오직 시나리오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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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여배우로서 한정된 역할만 맡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를 테면 ‘여배우로서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땠느냐?’는 질문보다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서’에 초점을 맞추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단다.
“어느 감독님이 ‘여배우에 대한 선입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