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리얼스토리 눈’에서 울진의 한 전통시장에 생겨난 ‘정년퇴직’ 제도와 이 때문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소 장사 할머니의 사연이 그려졌다.
13일 오후 방송된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갈수록 방문자 수가 급감하는 울진 전통시장에서 궁여지책으로 젊은 사람들에 가게를 내주기 위해 75세 이상 노인들을 ‘퇴출’시킨 상인회와 점점 설 자리가 좁아져 가는 노인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신선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여유롭고, 넉넉한 고장으로 알려진 경상북도 울진. 지난 5월26일, 이곳의 한 시장에 구급차가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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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리얼스토리눈 방송 캡처 |
그곳엔 40여 년 동안 채소 장사를 해온 최 할머니(78세)가 의식 없이 쓰러져 있었다. 얼마 전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 안에서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는 할머니. 답답한 마음에 문을 열기 위해 열쇠공을 불렀지만, 상인회에서 반발했고, 그러다 결국 쓰러지고 만 것이다.
울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 안에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어르신들이 많다. 하지만 올해 초, 젊은 상인들이 주를 이룬 시장 상인회에서 7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운영하는 가게를 비우라고 말했다.
상인회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운 기준이라고 주장하지만 갑작스러운 통보는 어르신들에겐 청천벽력 같다. 최 할머니는 채소 장사를 하며 40여 년 지켜온 시장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자신의 자리를 뺏길 수 없다며 굳게 닫힌 가게 문 앞 노점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6남매를 키워가며 40여 년간 채소 장사를 해온 최 할머니. 반평생을 해온 채소 장사를 별안간 접어야 한다는 생각에 근심이 많아졌다. 상인회는 모든 것은 할머니의 동의하에 이뤄진 일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할머니의 억울한 이유는 또 있다. 최 할머니는 “내 가게에만 상인회가 문을 걸어 잠갔다”고 말한다. 최 할머니의 점포는 시장 중 가장 목이 좋은 곳이기 때문. 할머니는 “상인회가 위로금으로 300만 원을 주겠다고 했고, 자식들도 장사를 쉬라고 했던 차여서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통장으로 입금된 돈은 200만 원 뿐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다 빼서 돌려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그동안 싼 가격으로 할머니가 혜택을 받아왔다. 지금은 할머니가 양보해야 할 때 아니냐”고 말한다. 상인회 입장에서는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할머니의 점포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열쇠수리공을 불러 가게 문을 여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최 할머니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저 조용히 장사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최 할머니와 이미 가게에 들어올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시장 상인회의 갈등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