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연기인생 40년 만에 제작발표회에 온 건 처음이야~!”
배우 정한헌의 감격은 남달랐다. 오랜 배우 생활 속에서도 작품 제작발표회 무대에 오르는 건 SBS 새 주말드라마 ‘심야식당’이 처음이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카메라 플래시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왠지 모르게 더욱 씁쓸했다.
정한헌은 지난 1977년 MBC 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후 각종 드라마에서 감초 역을 도맡아오며 ‘신스틸러’로서 임무를 충실히 이행해왔다. 이름은 다소 낯설 수 있었지만, 얼굴을 보면 ‘아~’하고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친숙한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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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그런 그가 데뷔 38년 만에 제작발표회 무대에 올랐다. ‘심야식당’에서 애처가이자 익살꾼인 김씨 역을 맡은 그는 실제 발표회장에서도 엔돌핀 가득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취재진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일단 포토타임부터 달랐다. 그는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면서도 벅찬 감동을 계속 털어놨다.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았고 “내 생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며 즐거워했다.
그의 감격은 출연 소감을 듣는 시간에도 이어졌다. 정한헌은 “처음 같이 시작했던 동료들이 이젠 사극에서만 수염을 붙이고 ‘에헴’하고 있다. 그 가운데 난 황인뢰 감독과 작품을 하게 돼서 영광으로 느낀다”며 “지나간 60년은 그냥 갔다고 해도, 이 ‘심야식당’으로 멋진 배우가 돼 10년을 보내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을 무대에 세워준 ‘심야식당’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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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이어 “내 이름이 정한헌이다. 발음하기도 매우 어렵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정’이라고만 써줘도 된다”고 취재진에게 덧붙였다. 농담 속에 주연 배우 아니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조연들의 상황이 뼈가 아프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작품의 시작을 알리고 방송 전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개최되는 제작발표회.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든 식순이 주연배우들에게 집중되고 취재진의 질문마저도 이들에게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을 맡은 톱스타 혹은 청춘스타들은 마치 달달 외운 듯 판에 박힌 답들을 쏟아내기 일쑤였고, 가끔은 제작발표회장이 식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작품 홍보를 위해 ‘착한 척’ ‘작품에 대한 생각 많은 척’ 등을 하는 일부 스타와 수박겉핥기 식 질의응답이 오가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정한헌의 감격은 다시 한 번 곱씹을 만했다. 5분 채 되지 않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연기파 조연들의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젊은 피만 가득한 여느 제작발표회장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아니면 배우로서 이용 가치가 적은 것일까’라는 의문에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장면이었다.
한편 정한헌의 열연이 기대되는 ‘심야식당’은 오는 4일 밤 12시10분에 첫 방송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