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방송인 김태진은 영화인들에게 제법 낯익은 얼굴이다.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김태진을 빼놓는다면? 그야 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다. 취재진과 배우·감독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은 물론, 영화에 대한 정보전달, 그리고 분위기 조성에도 크게 한 몫 한다.
2006년 영화 ‘신데렐라’ 제작보고회를 통해 영화행사 MC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거의 10년이 되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제작사(혹은 홍보사)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것은 그의 빼어난 입담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 행사의 MC로 임하는 자세 역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찾게 하는 무기였다.
Q. 처음 제작보고회 사회를 맡았을 때는 언제인가. 그 때가 기억에 남는가?
A. “9년 전 2006 봉만대감독의 ‘신데렐라’ 제작보고회가 처음이었어요. 당시 고교생이던 신세경이 신인배우로 출연했는데 제작보고회에 참석했죠. 당시 기억나는 신세경의 모습은 ‘참 당차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편하게 오라고해서 청바지에 운동화차림으로 갔거든요. 중요한 행사인줄 미처 몰랐고, 행사규모를 보고 깜짝 놀라서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기억안날 정도네요. 하하. 아마도 지금과 같은 토크쇼형태의 시초였던 걸로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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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태진 본인제공 |
Q. MC를 맡게 된 계기는 뭘까.
A. “영화 쪽에서 인터뷰를 편안하게 할 줄 아는, 즉 스타배우들과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리포터와 MC가 방송인의 분류로 나뉘긴 하지만 저는 각각이 다른 직업, 혹은 다른 형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많이들 제작보고회사회를 도맡아하는걸 의외로 생각하는데 ‘연예가중계’ 인터뷰 진행도 결국 한 시간가량 진행되는 일종의 토크쇼MC잖아요. 10년이 넘게 출연 중인 ‘연예가중계’에서 배운 토크내공과 나름의 진행능력을 제작보고회MC로서 보여주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요.”
Q. 영화 행사 MC를 하기 전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A. “아뇨. 전 그저 평범한 관객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죠.(웃음) 영화의 제작비 대비 흥행여부도 살피고, 배급사와 홍보사를 함께 알아더라고요. 전반적인 흐름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고 할까요? 쉽게 말하면 방송인들이 시청률 추이를 살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Q. 영화 제작보고회 사회자 중 박경림 씨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이 김태진 씨를 찾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A. “양대산맥이라…. 경림 선배는 참 대단한 분이세요. 그런 선배와 이름을 함께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일 따름이죠. 하하. 지난해에 ‘명량’ 쇼케이스에서 공동 MC를 맡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정말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림 선배의 친화력, 그리고 분위기를 ‘업’시키는 능력을 보고 있으면 정말 과외를 받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하하. 인터뷰를 통해 나를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즉 배우들을 편하게 해주는 습관이 배어있는데 그 점을 좋게 보시는 것 같아요. 무색무취가 내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또 하나는 싸서? 하하. 농담 같지만 저는 2006년 때 받은 페이를 지금도 그대로 받고 있어요. 한 푼도 올려받지 않았죠. 영화행사를 일거리로 생각하는 이미지로 비춰지기 싫어요. 그냥 함께 일하는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정한 내 철칙이에요.”
Q.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A. “영화행사의 목적은 오직 홍보에요. 기사가 많이 나가야죠. ‘간신’의 임지연에게 ‘정글의 법칙’을 묻고, ‘쓰리 썸머 나이트’의 손호준에게 ‘삼시세끼’를 묻잖아요.(물론 영화와 연관 지어) 그게 포털 메인의 기사를 나름 디자인해가 진행는 거예요. 기자들 질문이 안 나올 때는 배우들이 불편하지 않게 내가 준비한 질문을 바로 해버려요. 물론 이건 시간 때우기식의 질문이 아니고, 기자들로부터 추가질문, 후속질문을 만들기 위함이죠.”
Q. 제작보고회 전, 영화에 대한 이해도나 배우 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할 것 같다. 하나의 제작보고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들려달라.
A. “보통 2주, 혹은 한 달 전에 섭외가 들어오거든요. 먼저 방송과 스케줄이 겹치지 않게 조정한 후 약 2주간 시험공부를 하듯 배우와 감독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요. 매체인터뷰를 주로 보는데 잡지인터뷰가 도움이 되더라고요. 풍부한 내용은 물론 좋아하는 표현, 화법 등을 익히고, 꺼려하는 이야기도 파악해요. 물론 귀찮죠. 하하. 하지만 공부를 생략하고 진행해보니 멘트의 자신감이 떨어져 힘들더라고요. 티가 안 나더라도 내가 다 알고 있는 게 확실히 편해요. 행사 이틀 전에는 큐시트·큐카드를 전해 받고 흐름을 읽혀요. 웬만해선 외우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혹시 몰라 큐카드를 들고 진행하지만 거의 본적이 없을 정도죠. 없어도 무방할 만큼 보고 또 봐야 내 마음이 편하고 진행이 잘 돼요. 각각의 영화에 몇 억이 투자됐는지 알면 이런 준비를 할 수밖에 없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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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Q.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다면?
A.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 제작보고회요. 솔직히 흥행 예측 못했어요. 무슨 영화인가 싶었고, 나 또한 궁금하고 의아했어요. 영화의 완성본을 보지 못하고 진행하다보니 흥행예측은 다 빗나가더라고요. ‘또 하나의 약속’ 제작보고회는 조촐하게 홍대 족발집에서 기자들을 초대해 진행했는데, 제작진이 행사진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당일섭외를 했어요. 제 능력을 믿어준 거라는 생각에 고마웠고, 의미 있는 영화에 함께 하게 돼 기뻤고 영화가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어 뿌듯했어요. ‘어벤져스’나 ‘닌자터틀’ 등의 내한행사도 가문의 영광이죠. 무대에서면서도 ‘이게 내가 맡아도 되는 건가’싶을 만큼 대규모의 행사잖아요. 로다쥬나 메간폭스가 행사 후 인사를 건넬 때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 다음 주 ‘터미네이터’ 내한 행사를 앞두고 있는데….(웃음)”
Q.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법. 에피소드가 있다면?
A. “배우들이 흥에 취해 영화스포일러를 할 때가 있어요. 거기서 저까지 당황하면 진짜 스포가 돼버려서 아무 일 없는 듯 넘어가거나 영화내용상 반대의 상황을 질문하며 줄거리를 알 수 없도록 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사전에 스포방지를 위해 홍보팀에서 저에게 영화 결말을 얘기해주기도해요. 그래서 보고 싶은 영화도 못 봐요. 하하.”
Q. 제작보고회, 쇼케이스 등 비슷한 듯 하지만 대상이 다른 홍보 방식들이 존재한다. 각각의 행사마다 준비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
A. “제작보고회는 철저히 기자들에게 기사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해요. 웃음기 싹 뺀 깔끔한 진행을 하는 편이죠. 대신 배우들의 말을 중간 중간 정리해주고, 짚어주고, 또 기사화되기 좋은 내용은 더 자세하게 물어봐요. 반면 쇼케이스는 철저히 관객을 위해서 진행하는 행사에요. 딱딱하지 않게 웃음을 많이 주려고 하죠. 배우들을 놀리기도, 약 올릴 수도있는자리에요.(웃음) 영화 상영은 없지만 그만큼 배우 나 관객이 함께 웃고 떠들 수 있게 판을 까는 거죠. 최종적으론 ‘이 영화 재밌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죠. 레드카펫 행사는 쉼 없이 달려야 해요. 배우들의 레드카펫입장이 길게는 한 시간가량 진행되곤 하는데 조금의 지루함도 느끼지 않게, 또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쉴 새 없이 떠들어야해요. 스포츠 중계를 하듯 생생하게 하는 편이죠.”
Q. 김태진 씨의 그 웃음소리가 정말 좋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고충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고충들이 있나.
A. “레드카펫행사가 끝나면 목이 쉬고 온몸이 천근만근이에요. 그게 고충이라면 고충일까요? 사실 특별한 고충은 없어요. 현장에 있을 때 행복함을 느끼죠. 아! 하나 있네요. 앞서 잠깐 말했지만 스포 때문에 영화를 못 보는 것 정도? 하하.
Q. 최종 목표가 있다면?
A. “영화프로그램에 꼭 출연하고 싶어요. 내레이션이든, 인터뷰든 자신 있어요. 시켜만 달라니까요. 하하. 또 ‘연예가중계’에 12년째 출연중인데 튀지 않고 가늘고 길게, 묵묵히 장수하고 싶어요. 스타가 찾는 리포터가 되길 바라죠. 영화행사도 마찬가지에요. ‘결정적 한방’은 없어도 성실한 멀티플레이어가 되고 싶어요. 제작보고회, 쇼케이스, 내한행사, 레드카펫 등 전천후로 쓸모 있는 MC가 돼서 롱런하는 게 내 소박하지만 간절한 꿈이에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