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1984년 첫 선을 보인 ‘터미네이터’에서 T-800은 관객들에게 소름 돋는 공포감을 전하고, 1991년 ‘터미네이터2’에서는 T-800이 주인공을 돕는 ‘착한’ 터미네이터로 분했다. 대신, 액체금속로봇인 T-1000이 등장하면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시리즈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3편인 ‘터미네이터3-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년)과 4편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2009년)은 전편의 완성도를 뛰어넘기 힘들었다. ‘터미네이터’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전편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그렸고, 관객들의 반응은 당연히 차가웠다.
오는 2일 개봉하는 다섯 번째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가 반가운 이유는 3,4편의 오류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는 점이다. 화려한 액션은 물론 반전까지 삽입하면서 1,2편의 틀을 변주하는 시도를 통해 이야기를 차근히 진행시켰다.
‘터미네이터5’는 2029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로봇군단 스카이넷의 미래 전쟁과 1984년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구하기 위한 과거 전쟁, 그리고 2017년의 현재 전쟁을 동시에 그려냈다. 시리즈를 대표하는 ‘시간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유지하되 과거, 현재, 미래의 동시 전쟁이라는 새로운 설정은 물론,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터미네이터들을 총출동 시켰다.
때문에 이야기 구조의 상당 부분이 전작에서 이미 본 듯한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다. 익숙한 캐릭터를 새 시리즈에서 재활용하고, 대사와 세세한 설정 역시 전작을 되풀이한다. 이러한 익숙함에 따른 지루함은 영화의 중반까지 이어진다.
후반부로 가서야 비로소 영화에 긴장감이 돈다. 카일과 사라는 스카이넷의 탄생을 막기 위해 2017년으로 시간이동을 한다. 이 부분부터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반전이 등장한다. 인간도 기계도 아닌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한 존이 등장해 부모와 자식 간의 대결을 벌이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훈훈하면서도 짠한 느낌을 주는 사람은 아놀드 슈왈제네거다. 여전히 늠름한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늙었지만 쓸모는 있다”는 대사를 몇 번이고 내뱉는다. 극의 초반 10여 분 동안 나오는 이병헌도 T-1000으로 분해 몇 마디 되지 않는 대사에도 서늘한 표정으로 관중들을 압도한다. 오는 2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