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입시 전쟁인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꼬집었던 KBS2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2015’(이하 ‘후아유’)에서 누구보다 공감을 많이 샀던 캐릭터는 바로 ‘공부벌레’ ‘공부로봇’이라 불리던 박민준(이다윗 분)이었다.
극 중 부모의 지나친 욕심으로 오롯이 학업에만 몰두해야했던 박민준은 공부로 시작해 공부로 하루를 끝내는 삶을 살았고, 조용한 성격 탓에 원활한 교우 관계도 형성되지 못했다. 공부에 치여, 부모와의 갈등에 치여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이 캐릭터는 요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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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배우 이다윗은 이런 현실적인 캐릭터를 극에 잘 녹여냈다. 갈등과 압박 속에서 힘들어하며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 앞에 서 있는 모습부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까지, 설득력 이는 연기로 시청자와 가깝게 소통했다.
“막상 끝나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같이 고생한 사람들이랑 친해졌는데 매일 보던 사이에서 못보게 되니까 뭔가 그게 되게 아쉽기도 하다.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것 같다. 안 그럴줄 알았는데 그렇다.(웃음)”
‘후아유’는 ‘학교’의 여섯 번째 시리즈로, 동 시대를 살고 있는 열여덟 살의 학생들이 겪는 리얼하고 다양한 감성을 섬세하게 담아낼 청춘 학원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물론 미스터리를 가미한 색다른 전개가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시청자를 들었다놨다하는 삼각 로맨스와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왕따 문제, 성적 고민 등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이야기와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극의 재미를 더했다.
백상훈 PD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다윗은 바로 캐스팅됐다. 미팅 자리에서 백 PD와 ‘박민준’ 캐릭터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던 그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흘러갔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의 꽃을 피우다 결국 “같이 해보자”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이다윗에게 ‘박민준’의 첫 느낌은 그저 답답한 아이였다. 실제 성격과 상반되는 부분도 있었고, 교실에 1명씩은 있는 모범생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는 연기를 할 때 전형적인 모범생 캐릭터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 좀 더 색다른 면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처음 감독과 이야기했던 거는 너무 전형적인 모범생을 만들지 말자라는 거였다. 여유로운 아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잘 어울리고, 공부 할 때는 또 딱 공부에 집중하는 그런 여유로운 캐릭터.(웃음) 그게 잘 된 것 같지는 않아 제일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안경도 안 쓰려고 했었다. 안경을 쓰게 되면 일단 너무 모범생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기 전에 보니까 교실에서 안경을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쓰게 됐고, 점점 흘러가다보니 나도 모르게 전형적인 모범생 캐릭터로 잡아가게 된 것 같다.”
이번 인터뷰로 처음 만나게 된 이다윗은 초반엔 살짝 경직돼 있는 모습이었다. 낯선 환경에 대한 낯섦이 그대로 드러났었고, 대답도 살짝 딱딱했다. 그런 모습에서 박민준과 닮은 점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화가 오가면 오갈수록 그는 눈웃음 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잦아졌고, 답변에서는 진중함과 여유가 섞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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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사실 박민준과 닮은 점은 많이 없다. 민준이는 되게 얌전하고 공부만하고 친구 관계도 별로 좋지도 않다. 나는 친구나 사람 만나는 걸 되게 좋아하고, 장난치는 것도 진짜 좋아한다. 활발하다.(웃음) 학창시절에도 되게 활발했다. 가만히 있지 못했다. 많이 까불기도 했고 장난도 많이 치는 학생이었다. 이번 작품에선 과묵한 역할을 하다 보니 일단은 같이 합을 맞출 사람이 없었다. 같이 호흡도 맞추고 애드리브도 치며 하고 싶었는데 캐릭터상 붙어 다닐 친구가 없었다.”
학생들의 성장기를 진중하게 다룬 ‘후아유’에는 이다윗을 비롯해 김소현, 육성재, 남주혁, 조수향, 박두식 등 탄탄한 연기력과 남다른 존재감, 개성까지 두루 갖춘 배우들이 한데 모여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이다윗은 ‘후아유’ 촬영장에 대해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해서 늘 화기애애한 것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보고 배우는 점도 많은 유익한 촬영장이었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얻었던 건 사람들인 것 같다. 또래에 좋은 재밌는 친구들을 사귀게 돼서 너무 좋았다. 가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던 건 김소현의 연기를 보면서다. 어린 친구도 빡빡한 스케줄을 견디면서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법한데 항상 웃고 있었다. 촬영 기간 내내 조수향의 실제 성격에 대해서도 많이들 물어 봤다. 조수향은 되게 재밌는 친구다. 정말 착하고 좋은 누나다.(웃음)”
그동안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력을 쌓아온 이다윗에겐 한 가지 선입견이 있다. 아무래도 어둡거나 남모를 사연이 있는 캐릭터를 도맡아 왔던 점 때문에 실제 이다윗도 성격이 조용하고 어두울 것이라는 것. 이미 다수에게 못 박힌 이미지가 배우 이다윗에겐 엄청난 숙제일 법도 하지만 그는 긍정적으로 천천히 풀어나갈 것이라며 소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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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