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내레이션이이란 일반적으로 영화, TV 등에서 사건을 묘사하거나 줄거리를 말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에서 내레이션은 영화 속 등장인물이 말하는 것이 아닌 화면 밖에서 목소리만으로 구사되는 해설이 대부분이다.
통상적으로 내레이션은 기록 영화나 교육 영화에서 어떤 상황이나 장소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할 때, 전문 성우나 해당 주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내레이션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픽션 영화의 경우에는 등장인물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거나,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기도 한다. 최근 독특한 판소리 내레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간신’이 바로 그 예다. ‘간신’은 차지연의 소리를 통해 갑자사화(甲子士禍)를 설명하고, 등장 인물들의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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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간신’의 메가폰을 잡은 민규동 감독은 “(채홍이라는) 삭제된 흑역사를 누군가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조롱하고 풍자하면 어떨까 싶었다. 영화에선 소리(唱)를 통해 채홍의 과정이나 살육의 카니발을 흥겹게 이야기한다. 전혀 흥겨운 장면이 아닌데 ‘얼씨구’ ‘지화자’하는 소리를 한다. 그 아이로니컬한 풍자가 간신의 시점에서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했다”라면서 “이야기의 폭을 넓히고 자유로움을 주기 위해 구전된 이야기처럼 보이게 판소리로 변주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의 간격이 생긴 동안에 설명되지 않은 사건을 대신 말해주면서 화면의 연속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실제로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연속적이지 않더라도 내레이션을 이용하면 관객은 영화가 연속성이 있다고 느끼기도 하는 것이 내레이션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독립 영화 제작자 로저 코먼(Roger Corman)은 줄거리가 연결되지 않는 영화를 완성할 때 내레이션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영화가 형편없을 때 내가 자주 써먹는 방법은 내레이션을 집어넣는 것이다. 갑자기 영화 줄거리가 부드럽게 연결되고 이야기가 분명해진다. 연결이 안 되는 부분에 내레이션을 넣어 잘 설명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사 수필름 민진수 대표는 내레이션 사용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단순 설명이나, 빈 공간을 채우는 등 내레이션을 적절히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민 대표는 “내레이션이 단순 설명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대사나 그림을 보고 충분히 이해하고 유추하고 생각하는 것을 재미로 느끼는데, 내레이션이 앞서서 드라마처럼 해설을 모두 해줘 버리면 재미가 반감된다. 영화적으로 함부로 사용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장면과 장면이 연결이 안 될 때 집어넣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촌스러워진다. 사후가 아닌 사전에 정리가 되어야 한다. 내레이션은 절대적으로 못 만든 영화를 상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신을 가지고 넣어야 한다. 내레이션도 영화 속의 대사처럼 많은 구성요소 중에 하나인 것이다. 뭘 특별히 얻고자 하는 게 아니라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하나의 항목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