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베를린’(2013) 이후 홀연히 떠난 류승범. 최근까지, 아니 지금도 그의 여행은 진행형이다. 뚜렷한 거처도 없이 프랑스 파리에서 시간을 보낸 류승범이 다시 국내 관객들은 찾은 건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때문이다.
‘나의 절친 악당들’의 지누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류승범에게 안성맞춤 캐릭터였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고, 자유로운 지누는 실제 류승범과 매우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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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는 돈과 권력을 갖춘 기업 회장을 감시하는 정체불명의 조직에서 일하는 말단 직원이기도 하다. 경찰도, 검찰도, 그렇다고 국정원도 아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가 몸담은 조직이 정확이 무엇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일단 임상수 감독님과의 작업에 대한 호기심이 첫 번째였고, 캐릭터의 매력에 끌리기도 했죠. 감독님이 작가로서도 활동을 하시잖아요. 그런 시선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고, 캐릭터도 제가 배우고 싶은 면들이 있더라고요.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죠.”
류승범은 영화를 처음 취재진에 공개했던 시사회에서도 지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중들은 지누와 류승범을 두고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는 지누에게서 배우고 싶은 점들을 찾아냈고, 그 점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단 사람을 많이 배려하는 친구잖아요. 낮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요.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듣고, 그를 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생활환경을 보면 넉넉한 친구도 아닌데 꼬여있는 게 없고 심플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참 닮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좋은 것을 보면 막연히 순수한 마음으로 닮고 싶은 거 있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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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던 친구 지누에게 류승범은 실제로 무엇을 배웠을까. 영화 촬영을 마치고, 그리고 그 것이 하나의 영화로 완성되면서 그에게 ‘나의 절친 악당들’은 어떤 영향력을 끼쳤을까.
“무엇을 알았다고 해서 바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배운 것을 실천하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야죠. 놓치지 않을 거예요. 하하.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아는 것이 많은 것과, 실천하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는 만큼 실천하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겠지만 말이에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 중이에요. 진짜 모범적인 것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스스로 모범생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죠.”
배우로서, 또 사람으로서 류승범은 생각이 제법 많아 보였다. 개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웠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색깔은 잃지 않았다. 배우로서 그는 대중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길 원할까.
“어떤 배우로 비춰지고 싶다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건 어쩔 수 없이 비춰지는 거잖아요. 숨기려야 숨겨지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헐 거 벗은 느낌이에요. 자연스럽고 편한 상태로 가고 싶어요. 매달리고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편안한 느낌. 스스로 편해야하고, 만족해야하는 거니까요. 죽을 때까지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 죽기 전까지 살다가 죽고 싶어요.(웃음)”
그런 의미에서 류승범은 ‘나의 절친 악당들’이 ‘마지막 젊음의 기록’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의 마지막 영화라는 건 아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삶의 가치관이 바뀐 그에게 이 영화는 치열한 젊은 시절의 생각과 건강한 몸이 가장 비슷한 상태에서 만난 작품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영화라는 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알게 되더라고요. 영화가 영원히 남잖아요. 기록이 남는다는 거죠. 정신적인 청춘만이 아니라 육체적인 청춘도 포함된 것 같아요. 제가 죽고 없어지더라도 뭔가 저에 대해서 젊은 날의 상징처럼 남는 그런 영화랄까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