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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스타(사진=유용석 기자) |
걸그룹들 사이 섹시 콘셉트가 득세하던 시절이 있었다. 청순 소녀계 걸그룹이 집중적으로 데뷔해 사랑받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꽤나 먼 과거 같지만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이다.
그녀들의 의상만큼 자극적인 비난의 소리가 각종 매체를 할퀴고 지나갔다. 하지만 노래는 각종 차트와 음악 프로그램을 휩쓸며 승승장구했다.
이제 그런 불만 제기도 시들해진 즈음, 늘 화제의 중심에 섰던 두 그룹이 동시에 컴백했다. 씨스타와 AOA가 지난 22일 각각 세 번째 미니앨범 '세이크 잇(Shake it)'과 '하트 어택(Heart Attack)'을 들고 돌아왔다.
이 두려움 없는 정면승부에서 겹치는 건 비단 날짜뿐만 아니다. 본격 여름 시즌 공략을 천명하며 두 그룹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건 ‘건강미’다.
한 발 빠르게 움직인 건 씨스타였다. 지난 여름 발표했던 ‘터치 마이 바디(Touch my body)’와 ‘아이 스웨어(I swear)’는 ‘뛰어난 각선미를 뽐내는 섹시 걸그룹’에서 ‘여름마다 만나는 건강한 걸그룹’으로의 포지션 변화를 꾀했던 회심의 싱글이었다.
씨스타의 이번 신곡 ‘세이크 잇’은 그 도전이 낳은 성공적인 결과 위에 별 다른 큰 고민 없이 쉽게 내려앉았다.
펑키한 비트와 브라스 세션이 끝없이 흥을 유도하지만 전작의 후렴구를 그대로 답습하는 도입부와 안무가 아쉽다. ‘엣지’를 잃어버린 곡의 기승전결은 물 오른 멤버들의 외모, ‘요즘 대세’의 카메오 출연으로도 살리기 역부족이다. 실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성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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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OA(사진=유용석 기자) |
그도 그럴 것이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3부작으로 코스프레 걸에서 캣우먼까지 대중문화가 소화할 수 있는 섹스 어필의 거의 모든 코스를 돌아온 이들이다.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간절함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스스로 ‘스포티 섹시’라 명명한 콘셉트는 활기 넘치는 뮤직비디오만큼 명확하지만 역시나 노래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애매모호해진다.
가장 불안한 건 이 애매함이 지금의 AOA를 창조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용감한 형제와의 지속적인 협업 하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엘비스(ELVIS)’라는 록 넘버로 패기 넘치게 데뷔했던 밴드 아이돌에서 '섹시' 하면 떠오르는 대표 걸그룹으로, '환생' 수준의 변신을 견인한 그였다.
심지어 이들만의 시그니쳐 사운드라 해도 좋을 초아의 보컬과 지민의 랩마저 예능으로 힘껏 끌어올린 존재인만큼 곡 안에서의 힘을 잃어버리며 초조함을 더한다.
지난해 콜라보레이션 요정의 자리에 등극한 소유의 매력을 내 맛도 네 맛도 아니게 녹여낸 씨스타의 결과물과도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분명한 건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씨스타와 AOA의 새 노래들은 올 여름 차트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언제나 덥고 지루한 여름날을 견디게 해 줄 심플하고 시원한 유행가를 필요로 했다. 이들은 그런 유행가를 가장 높은 성공률로 탄생시켜온 그룹이다.
다소 납작해졌을지언정 전작의 장점들은 모두 고스란히 계승했다. 건강함에 찍힌 방점은 섹시에 대한 부담을 덜며 대중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가능성을 품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그 다음이다. 노래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이들의 노래가 힘을 잃는 순간, 그 다음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