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 죽음의 문턱에 있는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시키며 10년이 넘는 세월을 병원에서 지내 온 재벌 2세 상우(김영민 분). 냉혈한 상우는 해림(서영희 분)에게 미나(권소현 분)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 ‘마돈나’
[MBN스타 여수정 기자] 배우들이 말로 내뱉는 대사 외에 눈으로 감정까지 전달한다고 하지만, 배우 김영민처럼 눈을 무기 삼아 맡은 캐릭터를 십분 돋보이게 하는 이도 없다.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이를 강조하며 연기력과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김영민은 영화 ‘마돈나’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재벌 2세 상우 역을 맡았다. 정갈한 머리 스타일에 단정한 옷차림, 한눈에 봐도 재벌임을 알리는 화려한 액세서리 등이 외형적으로 재벌 2세를 표현하고 있다. 그 후 크고 깊은 눈으로 완벽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결핍이 있는 평범한 재벌 2세를 그려내고 있다. 몇 마디 대사가 없음에도 여운을 안기는 눈빛으로 관객을 이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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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과거엔 눈을 숨기면서 연기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을 강조하면서 연기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울었는데 내가 맡은 상우는 냉혈한 재벌 2세이기에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느꼈던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당시 느꼈던 슬픔을 내려놓고 상우 역에 몰입했다. 개인적으로 변요한이 연기한 역할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맡은 상우도 자본주의에 갇힌 두 여자를 표현하고 있기에 의미가 큰 인물이다. 내가 치밀하고 악함을 담당했다면, 요한이는 두 여자의 희망을 감싸 안은 인물인 셈이다. 사실 난 상우를 단순히 악역으로만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난 여성들의 상처이자 마음 안에 있는 악함이다. 또한 ‘마돈나’가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등장인물들을 통해 인간을 설명하고 있어 신수원 감독님과 많이 소통하려 했다.”
‘마돈나’는 국내 개봉에 앞서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덕분에 김영민 역시 칸 영화제에 참석, 해외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작 ‘일대일’ 역시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고, ‘봄 여름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세계적인 영화제에 참석한 경력도 있다.
“칸 영화제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이젠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마돈나’를 찾길 바란다. 이를 통해 감독님과 출연 배우 외의 영화 작업에 참여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정말 많은 관객들이 ‘마돈나’를 보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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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사실 예고편과 포스터만을 봤을 땐 주인공은 서영희와 권소현이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마돈나’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주인공이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또 다른 마돈나 같다. 김영민이 맡은 상우 역시 돈이 넘치는 재벌 2세이지만,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결핍으로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상우 역 연기를 위해 신수원 감독님과 정말 많이 소통하려 했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과 ‘마돈나’ 시나리오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열정을 품고 연기했다. VIP 병동은 상우가 있는 환경적인 배경이었고, 중요한 건 어떻게든 해림의 마음을 흔들어 내안으로 좀 더 끌고 와야만 했다. 시나리오에 뭉크의 ‘마돈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사진을 보는데 정말 좋더라. 한 여자가 크게 그려져 있고 액자의 끝에 이 여자를 지배하는 듯한 한 남자가 그려져 있더라. 이를 통해 고통, 쾌락 등 많은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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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정말 즐겁게 ‘마돈나’를 촬영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 물론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과거 선배들과 공연을 할 때 그들의 연기를 보고 좋은 걸 배우려고 했다. 어느새 내가 상병이 되어 있더라. (웃음) 선배들이 내게 말 대신 행동으로 연기로 보여줬듯이 나 역시 말보다는 보여주려고 한다. 배우로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이 고통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이는 내가 짊어진 짐이자 십자가 아니겠냐. 피와 살을 바꾸는 고통을 견뎌야 인물을 녹여내는 것 같다. 과거에 내게 행동으로서 연기를 보여줬던 대단한 선배들처럼 나 역시 후배들에게 멋진 선배가 되어야할 텐데. 안정감 있는 배우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웃음)
이미 후배들에게 멋진 본보기로 연기 생활 중인 김영민. 그는 마지막으로 ‘마돈나’에 대한 애정으로 관객들의 극장 나들이를 자극했다.
“이미 바통은 관객에게 넘어간 것 같다. (웃음) ‘마돈나’는 여성에 대한 영화이자 여성의 상처와 이를 둘러싼 공기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통해 상처 있는 여성들이 치유됐으면 한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 또한 ‘마돈나’는 결코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영화이다. 각박함과 잔인함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극장 안을 들어갔을 때와 나올 때 마음가짐 등이 달라졌으면 한다. 이게 우리의 보람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