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나왔는데 65년간 지키질 못 했다.”
고향을 두고 온 80대 할아버지의 눈가엔 눈물이 촉촉이 어렸다. 마치 아이처럼 ‘엄마’를 되뇌이는 음성은 심하게 떨렸다. 6.25 전쟁에 관심 없던 청춘들마저도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간절한 표정이었다.
22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방송 tvN 4부작 다큐멘터리 ‘다녀오겠습니다’ 첫 회에서는 이산가족들과 청춘들이 느끼는 6.25 전쟁에 대한 온도 차이를 담아냈다. 이산가족의 사연이 너무나 처연하게 느껴지지 않게, 더불어 ‘휴전’에 대한 의식 없는 젊은 층들의 입장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균형감 있는 시각이 돋보였다.
‘6.25 전쟁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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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N 방송 캡처 |
이 질문에 젊은층과 노년층의 대답은 확연하게 갈렸다. 1020세대 대부분은 전쟁 발발 연도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심지어 “나와 관련 없는 전쟁이라 관심없다”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직접 느끼지 못해 전쟁에 대해 “막연한 슬픔”이라고 표현한 이도 있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졌던 이산가족 세대와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그러나 방송은 균형적 시각을 놓치지 않았다. 역사적 사실에 무지한 젊은 층을 탓하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 제작진은 담담한 표정의 청춘들에게 “그럼 이유없이 65년간 가족들을 갑자기 못 만난다고 생각해봐라”는 질문을 던진 뒤 가만히 얼굴을 살폈던 것. 뒤통수를 맞은 듯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부터 눈가가 뜨거워지는 여대생까지 다양했다. 이산가족의 고통에 공감하는 건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와 함께 감각 있는 연출력도 눈에 띄었다. 무거운 소재를 다룬 만큼 CG나 자막은 산뜻하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자 했다. 카툰, 영화, 역사적 사진 자료 등 다양하게 활용해 볼거리를 풍성하게 했고, 방송 중간 헤어짐을 소재로 한 무용 퍼포먼스도 삽입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6.25 전쟁을 다룬 기존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된 부분이었다.
이처럼 ‘다녀왔습니다’는 6.25 전쟁에 대한 세대 차이를 패기 넘치는 연출력과 콘텐츠로 좁히고자 했다. 문제의식을 자극하면서도 훈계하려하지 않은 제작진의 의도도 훌륭했다. 앞으로 남은 3회분 방송에서도 이산가족과 통일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