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권(32). 아직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힌 이름은 아니지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금토드라마 ‘프로듀사’ 속 신디 매니저라 하면 많은 이들이 반색하며 미소 지을 얼굴이다.
2005년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으로 데뷔, ‘오버 더 레인보우’, ‘김치 치즈 스마일’, ‘그대 웃어요’, ‘맛있는 인생’, ‘더킹 투하츠’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그는 ‘프로듀사’에서 신디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로드 매니저로 분해 리얼한 연기로 호평 받았다.
‘프로듀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최권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누군가 저를 알아본다는 게 낯설어서 굉장히 쑥스럽다. 관객과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지내야 하는 직업이지 않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을 거쳐 ‘프로듀사’ 호에 승선했다. TV 드라마로는 ‘더 킹 투하츠’ 이후 약 2년 여 만이다. “많이 절실했다고 해야 할까요. 준비는 항상 많이 했지만 이번 작품은 좋은 출연자도 많고 작가님도 워낙 좋은 분이라 간절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투입된 ‘프로듀사’에서 맡은 배역은 바로 톱가수 신디(아이유)의 매니저 역할이었다. 드라마 속 그의 성은 ‘박’이요,(극중 사장인 변대표는 그를 ‘박군’이라 불렀다) 이름은 ‘신디 로드’였다.
“왜 배역 이름이 없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 없고요, 처음 1, 2회 대본을 받았을 때 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甲보다 乙이 많은 세상인데, 항상 고개를 숙여야 하고, 하늘보단 바닥을 바라볼 때가 많고. 乙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본 후에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예전에 함께 일햇던 매니저도 떠올려봤죠.”
“어떻게 보면 아이유는 지금도 스타고, 저와 갭이 크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도 그런 거 없이 너무 편하게 대해줘서 호흡도 잘 맞고 좋았던 것 같아요.”
선배 연기자로서 본 아이유는 어떨까. “열심히 하고, 되게 조용한 분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최고다 이순신’을 보면서 연기가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어떻게 인연이 되어 만났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진지하게 연기하는 분이고 본받을 점도 많고. 본업은 가수지만 열정도 넘치더군요. 정말 잘 하지 않았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저도 열심히 했습니다.”
마지막 촬영날엔 촬영용 렉카를 사용하지 못하고 직접 신디의 차량을 운전하며 연기를 한 에피소드는 ‘프로듀사’의 숨은 1mm다. 그는 “벤이 안 들어가는 사이즈의 렉카라 마지막엔 직접 운전했다. 차가 참 크더라”고 너스레 떨며 “출퇴근 시간대 촬영이라 도로에 차가 많아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듀사’ 처음부터 끝까지 신디의 호위무사였다. 극이 절정을 향해 달리며 신디가 코너에 몰릴수록 최권 역시 역할에 점점 몰입했다. “굽실대야 하는 매니저 역할이라 해서 실제로 화가 나거나 한 적은 없지만 11부 마지막에 신디 집에서 인터뷰 할 땐 정말 열이 받더라고요. 왜 (극중) 내가 신디의 매니저를 계속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점도 던졌죠. 결론은 내가 신디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그런 게 나올 수 없다는 거였고, 힘들어도 ‘신디를 위해서다’, 변대표에게 따귀를 맞을 때도 ‘신디를 위해서다’ ‘난 괜찮다’를 되뇌었습니다.”
“촬영가자”며 잠든 신디를 깨워 눈물을 펑펑 쏟게 한 몰래카메라 장면은 어쩌면 ‘프로듀사’ 신디 스토리의 클라이막스였다. 백승찬(김수현), 라준모(차태현) PD를 비롯해 스태프들과 매니저의 얼굴이 차례로 등장했는데, 신디의 눈에 비친 매니저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변대표에게 뺨을 맞은 장면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고. “진짜 싸대기를 맞았어요. 그 장면 이후 주위에서 다들 가슴 아팠다고 말씀해주셨죠. 이후 제 캐릭터를 더 지켜봐주신 것 같아요. 변대표(나영희)님 손이 맵다고 소문이 나 있던데, 진짜 맞길 잘 했구나 싶었죠.(웃음)”
그는 “밥 사주고 싶다고 그러고, 안 됐다고 그러시고. 왜 이렇게 말랐냐는 말씀 들을 때마다 ‘내 뜻대로 잘 가고 있어’ 그런 생각도 했다”며 웃었다.
“‘프로듀사’ 기사 댓글 중 어떤 분이 저 같은 인생을 살고 계시다고, 외줄타기 인생을 사신다며 뺨 맞는 장면 등에서 많은 걸 느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럴 땐 진짜 이를 악 물었어요. 그 분을 위해서라도, 항상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더욱 더 진지하게 진실되게, 진심으로 연기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비록 코믹한 씬이 많았지만 그런 씬도 가볍게 하기보단 그 안에는 그런 게 깔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해왔어요. 삐에로가 웃고 있어도 눈물이 있는 것처럼,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뜻하지 않은 지난 2년 여의 공백기는 최권을 더욱 성장시켰다. 힘든 시기였지만 덕분에 그의 내면은 더욱 깊고 단단해질 수 있었다. “누구나 다 힘들겠지만, 저 역시 안 힘들었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나는 아닌가? 연기가 나의 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죠.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라기보단, 그래도 난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렇게 기회가 와서 참 고맙고, 지금도 그냥, 순간순간 뭉클해요. 촬영하다 너무 피곤하면 지치고 그런 게 있는데, ‘프로듀사’ 할 땐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요. 어떻게든 더 잘 하려고 했죠. 절실했나봐요. 그 절실함이, 좋은 모습으로 보여져서 다행인 것 같고요.”
어느새 데뷔한 지 10년. 묵묵히 자신의 길을 닦아 온 그에게 사람들은 ‘씬 스틸러’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부끄럽네요. 쑥스럽고. 제가 무슨 씬 스틸러에요. 그래도 기분 좋네요 하하. ‘씬 권’이 되도록, 그 닉네임이 계속 함께 하길, 모든 사람들에게 씬 스틸러로 각인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