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20년 만에 돌아온 삐삐밴드는 여전히 엉뚱하고 재기발랄했다. 아이의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는 개성 넘치는 이윤정의 스타일이나 인터뷰 도중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박현준의 모습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던 삐삐밴드의 과거를 보는 듯 했다.
삐삐밴드는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EP ‘피피피비’(pppb)를 발매했다. 거창하게 준비를 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에 문화를 주도하기도 했던 삐삐밴드의 노래를 페스티벌에서 떼창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전 매니저의 작은 소망이 이번 EP ‘피피피비’(pppb)를 탄생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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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팝뮤직 제공 |
“전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많아서 오빠들이 하면 하겠다고 했다. 오빠들이 당연히 안 할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흔쾌히 한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빠른 속도로 앨범을 진행을 했다. 막상 만나보니 예전처럼 쉽게 빠르게 진행이 되더라.”(이윤정)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 재미있을 것 같았다. 뭘 특별히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음악적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정말 마음 편하게 대중적 음악으로 만들었다. 모르는 사람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봤을 때 ‘반가워요’‘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는 의미의 앨범이다.”(달파란)
‘피피피비’에는 타이틀곡 ‘오버 앤 오버’(Over and over)를 비롯해 총 4곡이 수록되어 있다. 여전히 신선한 사운드로 귀를 사로잡긴 하지만 삐삐밴드의 대표곡인 ‘안녕하세요’나 ‘딸기’처럼 파격적이진 않다.
“옛날부터 음악을 만들 때 어떤 장르를 고집하진 않았다. 마음에 드는 소리가 있으면 가져다 쓰고 자유로운 생각으로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에게 노출된 곡들이 ‘안녕하세요’ ‘딸기’ 같은 센 곡 들인데 사실 의외로 부드러운 곡들이 많았다. 이미지적으로 ‘세다’는 기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장르를 딱히 정한 밴드는 아니다.”
‘오버 앤 오버’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자이언티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삐삐밴드가 피처링 뮤지션을 참여시키는 것도 처음이고 펑크와 일렉트로닉 뮤직을 하는 이들과 힙합 알앤비(R&B) 음악을 하는 자이언티의 조합은 그 시작만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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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데뷔한 삐삐밴드는 단 3년이라는 짧은 활동 시간 속에서도 대중들의 뇌리에 강력하게 박혔다. ‘그룹사운드’라는 단어를 사용하던 시기에 팀 이름에 처음으로 밴드라는 단어를 붙였고 화려하게 염색한 머리에 트레이닝 복을 입고 방송국에 갔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 심지어 이윤정이 나간 후 달파란과 박현준이 고구마와 함께 결성했던 삐삐롱스타킹은 음악 방송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고 침을 뱉어 방송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큰 소신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맞는 말을 맞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걸
사고라고 하는 자체가 얼마나 방송사가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해외에선 하나의 해프닝이었을 거다. 그냥 쇼였다 .”(달파란)
단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각자의 길을 간 삐삐밴드. 그 사이 삐삐밴드의 얼굴이었던 이윤정은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EE라는 팀으로도 활동을 했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삐삐밴드에 이어서 삐삐롱스타킹으로까지 활동을 했던 달파란과 박현준은 영화 음악 감독이 되고 또 다른 팀인 모노톤즈를 결성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에 달라진 게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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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센 척하면서 오빠들이 하는 말을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어렸을 때 피해의식 같은 게 있었는데 이젠 20년 동안 음악 생활을 하면서 대화도 잘 된다. 자연스러워졌다.”(이윤정)
20년만에 돌아온 앨범이지만 4곡만 실려서 기다렸던 팬들에겐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삐삐밴드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규 앨범과 공연에 대해서도 ‘준비가 된다면’이라는 전제하에 계획을 드러냈다. 공연장에서 떼창으로 울려퍼질 ‘안녕하세요’를 들을 수 있을지 기다려진다.
“셋이서 더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이번 앨범은 20주년으로 ‘안녕하세요’ 하는 정도다. 에피타이저로 봐줬으면 한다. 공연도 준비를 더 해야 한다. 예전 곡들을 다시 편곡해서 준비를 해야 되는데 오래 돼서 연습을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달파란)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