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남궁민은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의 최대 수혜자다. 소시오패스이자 연쇄살인마 권재희 역을 맡아 제대로 된 전성기를 맞았다. 평소 젠틀한 이미지와 180도 다른 이번 캐릭터로 대박을 친 그에게 연기하는 동안 어떤 느낌이었느냐고 물으니 슬쩍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평소 누군가에게 안 좋은 마음을 품으면 ‘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실제론 그렇게 못하잖아요? 근데 극 중 권재희는 진짜 죽이니까,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아요. 하하.”
남궁민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냄보소’ 이후 변화와 배우로서 욕심, 38살이 된 느낌 등을 소탈하게 털어놨다.
![]() |
↑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
◇ ‘냄보소’는 남궁민으로 통한다?
‘냄보소’ 속 권재희는 남궁민의 또 다른 이면과 통했다. 서늘하고 진중한 맛이 비슷했다.
“소시오패스라고 해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느낌으로 조금 차이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절제된 캐릭터를 완성했죠. 그런 부분이 실제 저와 비슷한 느낌이 나왔던 것 같아요. 저도 편하게 열심히 연기했어요. 요즘 연기한 것 중 체감지수가 가장 좋았던 드라마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의 말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남궁민 연기에 대한 호평이 잇따랐다. ‘냄보소’가 아닌 ‘남보소(남궁민 보소)’라는 평가도 있었다. 주위 반응도 달라졌을 터.
“방송 나간 뒤 사람들이 저보고 고개 숙이고 쳐다보지 말라 하더라고요. 절 좀 무섭게 보는 것 같은데 나쁘진 않아요. 사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하면서 이미지가 유들유들했는데 다시 날카로운 캐릭터를 하니까 상쇄된 느낌이더라고요. 다음엔 더 남성스러운 배역을 맡고 싶어요.”
![]() |
↑ 사진=SBS 제공 |
‘냄보소’ 캐스팅에 강력 추천한 백수찬 PD에 대해 데뷔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믿어준 거라며 감사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남궁민에게 백수찬 PD란?”이란 질문에 ‘13년 만에 만난 존재’라며 은근히 농을 치기도 하는 그다.
“공중파 첫 작품인 SBS 시트콤 ‘대박가족’ 시절 백수찬 PD가 조감독이었어요. 그때 현장에서 많이 혼나고 배우면서 연기를 해오다가 이제 다시 만나니까 절 진짜 믿고 신뢰하는 게 느껴졌어요. 믿고 맡겨 주셔서 정말 고마웠죠. 그런 믿음 때문인가? 절 많이 안 찍고 신세경, 박유천만 많이 찍고 그러시더라고요? 하하. 농담이고요. 백 PD가 돌려 말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 |
↑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
◇ 데뷔 13년차, 아직도 배고픈 시기
데뷔 13년차지만 아직도 배고프다며 스스럼없이 말했다. ‘남궁민’ 이름 석자에 떠오를만한 대표작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진짜 이런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데뷔했던 2006년이랑 포지션이 비슷하지 않나요? 지상파에서 아직 주인공을 못했고 정점도 못 찍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잘 살아남고 버티는 것 같기도 하고, 더 떨어질 건 없네요. 하하. 올라갈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 보여줄 수 있는 게 좀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다. 38살이란 나이가 주는 여유 때문일까. 조급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 전 봤던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언급했다.
![]() |
↑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
“‘왕좌의 게임’에서 어떤 사람이 주인공에게 충고하는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추운 겨울이 다가오니까 네 마음의 소년을 죽이고 남자가 돼라! 그동안 전 어딜 가도 소년처럼 제게 좋은 것만 듣고 보고자 했던 것 같아요. 타협할 생각도 안했죠. 그게 연기에 훼방을 놓은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더러운 꼴도 봐야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도 좋아지고 풍요로워지잖아요? 당시 술에 취해 본 장면인데도 저 말이 확 꽂히더라. 그래서 이젠 ‘소년처럼 안 싸우면서 피하지 말고. 남자가 되자. 언제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착하게 기억될 순 없다’고 생각하죠. 이게 강해진 이유일까요?”
1시간 내내 남궁민의 ‘화두’는 연기였다. 예전보다 발전했고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말 속엔 연기엔 완성이 없다는 생각이 묻어났다.
“요즘도 그렇고 연기하면서 느끼는 점을 노트에 적는 편이예요. 부족하면 빽빽하게 적기도 하죠. MBC ‘허준’에 출연할 땐 300페이지가 넘을 정도였으니까요. 아직 생각해도 연기가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잡으면 잡힐 것 같으면서도 뒤로 물러서는 것 같거든요. 조금은 나아지고 괜찮아진다는 것에 만족을 찾는 게 정답 아닐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