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지난 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860만 관객을 웃게 만들었던 배우 김남길이 힘을 빼고 돌아왔다. 영화 ‘무뢰한’에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것이다. 김남길은 극중 범인을 잡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사 정재곤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것도 그렇지만 그에게 ‘칸 입성’이라는 영예를 안겨운 영화 ‘무뢰한’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무뢰한’은 칸 국제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비록 수상은 불발됐지만 배우 김남길에게 칸 입성 자체도 남달랐지만, 연기에 대한 호평이 그를 들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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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그런 거에 신경 안 쓰는 척해요. 하하. 도연 누나는 홈그라운드라고 할 정도로 칸에서 유명해요. 칸 마켓에서 ‘해적’을 팔았다는데, 그걸 보신 외신 기자들이나 매체들이 그거랑 다른 ‘무뢰한’ 속의 제 모습을 보고 신선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오락영화에서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았는데 방에 혼자 있을 때 내 자신을 칭찬해주곤 해요.(웃음)”
실제 김남길은 영화 ‘무뢰한’ 속의 모습이 낯설 정도로 쾌활하다. 진지한 모습 보다는 정겨운 동네 아주머니의 수다스러움이, 장난기 많은 소년이 생각나는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그의 평소 모습이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컸을 거다. ‘무뢰한’이라는 작품을 선택한 것부터가 그에게는 도전이었을 텐데 말이다.
“이정재 형이 다쳐서 영화에서 하차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제목이 ‘무뢰한’이더라고요. 신선해서 시나리오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죠. 시나리오를 읽고는 제가 먼저 찾아가서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실제 제 모습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정말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어요. ‘무뢰한’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가 ‘힘을 빼야 한다’고 고민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무거운 역할을 무겁지 않게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사실 아직도 어리더라고요.(웃음)”
여전히 자신을 ‘어리다’고 표현했지만, 극에서 김남길은 전도연의 상대 배우로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시나리오에서 정재곤 형사는 마초적인 캐릭터였어요. 말 그대로 상남자죠. 하지만 저는 우리나라 영화 속의 형사의 캐릭터에서 보지 못했던 다른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마냥 센 형사가 아니라, 기존의 그것을 유지하면서 섬세하고 소년 같은, 그리고 여성스럽기도한 그런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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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무뢰한 스틸컷 |
김남길은 자신이 구상한 캐릭터를 영화에서 구현해내기 위해 연기적으로 힘을 빼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관객들에게 억지로 감정을 공유하고,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굳이 정재곤이라는 인물은 보는 이들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불친절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감독님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표현하면서 사람들에게 억지로 감정을 공유하려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감독님과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눈 끝에 촬영을 했는데, 계획했던 것처럼 잘 나온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까 좀 부족한 부분도 보이긴 하더라고요. 조금 더 담백하게 표현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김남길은 오랜 팬이었던 전도연과 연기를 한 것에 대한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부담감과도 싸워야 했다. 상대 배우와 서로 교감을 하고 서로 맞춰가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선의의 기싸움도 분명 존재한다. 그 줄다리기를 잘 해야만 보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로 ‘전도연 누나와 연기하고 싶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어요. 근데 정말 빨리 만나게 된 거 같아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도연 누나는 워낙 잘 하시니까 걱정할 게 없잖아요. 제가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실제로 촬영장에서 리드를 한 건 전도연이었다. 김남길에게 조언을 해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간에 균형을 맞췄다. 김남길도 자신의 고민을 알아주는 전도연 덕분에 편하게 연기를 해낼 수 있었고, 보는 이들에게 묵직한 무언가를 남겨주는데 성공했다. 자신만 빛나는 배우들이 아니다. 두 사람은 분명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그런 배우들이었다.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어요.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줬고,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도 도연 누나의 역할이 컸죠. 사실 제가 상대배우를 많이 타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제가 이만큼 표현할 수 있었던 건 도연 누나 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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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여러모로 ‘무뢰한’은 김남길에게 특별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는 ‘무뢰한’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연기적으로 분명 힘을 많이 빼기도 했고, 힘을 빼기 시작한 계기가 된 작품이잖아요. 분명 저에게는 전환점이 된 작품이에요. 연기에 있어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어요.”
분명 ‘무뢰한’은 김남길의 필모그래피에 오래 남을 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또 그는 류승룡, 수지와 호흡을 맞춘 영화 ‘도리화가’를 통해 흥선대원군으로 분하고,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를 통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비로소 힘을 빼고 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배우 김남길이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이전 작품에서는 흉내를 많이 냈었던 것 같은데, 이제 진짜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다음 작품에서 또 ‘죄송합니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마음이에요. 하하.”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