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아이돌을 벗고 배우 이준으로 돌아왔다. 낯설만도 한데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보여준 연기력에선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 작품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못생겼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근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만큼 캐릭터의 일상을 잘 표현했다는 얘기니까요. 평소엔 옷매무새도 만지고 거울도 자주 봤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만큼은 거울 안보고 외모도 의식 안했거든요. 매 장면마다 머리가 세팅됐다면 비현실적이잖아요? 그래서 코디도 제 옆에 못 오게 했어요. 책가방 속에 법전도 넣고 다녔고요. 비록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가 쌓여서 감정의 폭이 커지는 것 같더라고요.”
이준은 최근 진행된 MBN스타와 인터뷰에서 가수 수식어를 떼고 배우로서 새출발 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솔직하고 가감 없는 답변 사이로 연기에 대한 열정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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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풍문으로 들었소’ 한인상이 주눅 들어있는 게 평소 저와 비슷했어요. 항상 자신감이 없고 속앓이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남들은 지질한 연기라고 하지만, 저도 고등학교 시절을 이미 경험한 거라 굉장히 이해하며 촬영에 임했어요. 공부와 거리가 많이 멀었던 점 빼곤 많이 닮았죠.”
이준은 첫 회부터 고등학생 한인상을 마치 제 옷 입은 듯 완벽하게 표현해내 연기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한인상’은 배우로서 인정받게 한 큰 계기지만 더불어 30부작 긴 호흡을 마친 그에게 성장을 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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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평소 제 얼굴이 놀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풍문으로 들었소’ 캐스팅 기사가 나왔을 때에도 ‘미스캐스팅’ 논란이 일었죠. 그땐 저조차 ‘잘 어울릴까’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생긴 건 바꿀 수 없으니 한인상에 어울리는 표정, 몸짓 등을 바꾸자고 생각했죠. 안 어울리는 역을 잘 어울리게 만든 거라 굉장히 뿌듯해요. 성장한 것 같거든요.”
29살, 남자 배우로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지만 이준은 오히려 멋진 주름살을 빨리 갖고 싶다고 욕심냈다. 중후한 남배우로 자리잡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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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예전부터 빨리 나이가 들고 싶었어요. 주름이 연기하는 데에 굉장히 장점이거든요. 중후한 멋이 살아있는 분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류승룡 선배? 전 동안이라는 게 정말 아쉬웠어요. 머리를 짧게 하고 염색도 안 해봤지만 얼굴에 나이가 안 묻더라고요. 마음가짐을 조금 더 느긋하게 가지면 세월이 얼굴에서 묻어나지 않을까요?”
욕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늘 하는 작품마다 ‘이준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이젠 부담이 된단다.
“전 왜 자꾸 재발견만 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죠? 하하. 이젠 그 말엔 제 잠재력이 여럿 있다는 반증의 의미가 담겼다고 받아들이려고요. 그래도 ‘풍문으로 들었소’ 찍으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고민도 늘게 됐고요. 아마 연기할 때 계산하는 버릇만 없앤다면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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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1시간여 인터뷰 내내 이준은 꿈 많은 소년이 되었다가도 욕심 많은 신인 배우로 바뀌기도 했다. 30살을 6개월 남겼지만 사진 촬영 소품이었던 사탕이 버리기 아깝다며 맛있게 먹는 표정은 한인상 그 자체였다. 남자로서 바람은 없을까? 올해가 가기 전 이루고픈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신사다운 여유를 갖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방송을 많이 하다보니까 바쁜 스케줄 속에 밥도 빠르게 먹고 뭐든 빠르게 하는 버릇이 생겼거든요. 진정한 신사란 여유를 즐기면서 할 것도 할 줄 아는 남자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여유로워질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