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뭬야’는 내 10년간의 족쇄였다”고 털어놓은 배우 도지원의 말에 곧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극 ‘여인천하’ 경빈을 연기한 이후 굳혀진 도도한 이미지의 도지원은 없었고 인터뷰 내내 생글생글 미소 짓고 있는 소녀감성을 지닌 도지원만 존재했다.
올해로 데뷔 25년차를 맞은 도지원은 ‘도지원’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날카롭거나 도도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10년간 애썼다. 드라마는 물론 영화도 오가며 다양한 장르를 소화, 다채로운 면을 선보이며 이미지 변신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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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간절하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했는가, 그의 노력은 KBS2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하 ‘착않여’)를 통해 제대로 터졌다. 극 중 안국동 강 선생(김혜자 분)의 맏딸 현정 역을 맡은 도지원은 코믹부터 달달한 로맨스까지 ‘도지원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큼의 다채로운 연기를 모두 풀어냈다.
“(드라마가 끝나니) 시원섭섭하다. 너무 좋았고, 좋은 선배님들과 한데 잘 어울러져서 촬영했었다. 너무 행복하게 촬영했던 드라마다. ‘착않여’의 첫 느낌도 좋았다. 처음 대본을 보고 든 생각은 일단 재밌었고 매력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드라마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무리까지 잘 돼서 너무 좋았다. 내게 ‘착않여’는 행복하고 행운이고, 감사한 드라마였다.”
도지원은 ‘착않여’의 늪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듯 했다. 작품에 대한 칭찬과 애정 섞인 말을 끊임없이 쏟아내며 내내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어쩌면 그가 더욱 애정을 쏟는 이유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까칠한 면모부터 허당 매력, 로맨스까지 다양한 면을 한 작품을 통해 한 번에 선보일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모든 캐릭터들이 1회서부터 24회까지 변해가는 모습이 다 담겨져 있었다. 연기를 하며 하고 싶었던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할 수 있었다라는 게 정말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배울 점도 많이 있었고 여러 가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연기해나갔다. 내 자신한테는 많은 발전이 됐던 역할이었다.”
수목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착않여’는 믿고 보는 출연자들의 열연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눈물과 웃음을 쏙 빼놓는 다양한 요소들이 시청자와 완벽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특히 도지원과 손창민의 로맨스 연기는 빼놓을 수 없었던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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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도지원은 손창민과 실제 연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을 보내는 모습까지 모두 보여주었고, 이들의 모습은 죽어가는 연애 세포를 자극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문학(손창민 분)과 만남을 시작으로 점점 변해가는 현정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설렘 가득한 로맨스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손창민은 가진 게 많은 사람이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많이 하기도 했고, 사적인거나 공적인거나 모든 게 정확하고, 본인 자체가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심리도 꿰뚫어볼 줄 안다. 배려, 이해심, 연기 감성 등 여러 가지 모든 걸를 어떻게 그 머리 안에 다 넣고 살까 싶었다. 배우가 아닌 인간 도지원으로서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했다.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배였다.”
도지원에게 이번 작품에서 펼친 로맨스 연기는 더욱 남다르다. 오랜 연기 경력을 자랑하지만 사실 도지원은 달콤한 뽀뽀신에 처음 도전해봤다. 극 중 연인이여야만 펼칠 수 있는 로맨틱한 신들도 역시 그에게는 다소 생소한 촬영들이었다.
“멜로는 별로 해보지 않은 것이었다. 달달한 로맨스 연기는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호흡이 잘 맞았다. (손창민이) 상대 배우에 대해 잘 받쳐주니까 염려될 부분도 없었다. 손창민은 연기할 때 상황이나 각도 등 진지하다가도 포인트를 주게 되면 디테일한 것까지 모두 신경 쓰고 하더라.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착않여’로 로맨스 연기를 살짝(?) 맛본 도지원은 로맨스 연기에 대한 갈증과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지금 시기에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외국 배우들은 나이가 점점 들어도 뭔가 푹 빠져서 같이 느낄 수 있는 그런 로맨스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조금 나이가 들게 되면 그런 대본도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좀 느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걸 잘 풀어내면 좋겠다. 이번을 계기로 조금 더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착않여’를 ‘짐을 내려놓게 해준 착한 작품’이라고 말하는 도지원은 10년간 채워져 있던 족쇄를 풀고 더욱 훨훨 날기 위해 날개짓 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고, 어떤 역할을 받아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 열심히 전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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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사실 좀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감으로 인해서 안타까운 건 나이가 들어도 연기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늘 국한돼있는 캐릭터가 많다라는 것이다. 비슷한 연기 또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든다. 좀 그런 게 안타까웠다. 어떤 배우가 되겠냐고 했을 때 다양한 캐릭터를 하는 배우, 어떤 캐릭터든 할 수 있는 배우라 말한다. 그게 배우로서의 길이라 생각하고, 현실에서 원하는 건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며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