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착한 드라마’였던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하 ‘착않여’)에는 늘 감동과 웃음만 있었던 건 아니다. 때로는 소름 돋고 때로는 시청자를 분통 터지게 만들 때도 있었다. 이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활약한 배우 이미도는 ‘착않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배우 중 한 명이다.
대본부터 연출, 배우의 삼합(三合)이 좋았던 ‘착않여’는 뜨거운 피를 가진 한 가족 3대 여자들이 미워하고 사랑하면서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좌충우돌 명랑 성장기를 담은 작품으로, 3대 여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지면서 김혜자,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 등의 열연이 매번 시청자를 들었다놨다 했다.
![]() |
↑ 사진=곽혜미 기자 |
특히 4명의 주연 배우들 외에도 조연의 활약이 대단했다. 악녀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줄 만큼 악행을 저질렀던 이미도는 분노를 자아내게 만들다가도 때로는 연민을 느끼게 하며 시청자를 흔들어 놓았다.
“막상 끝나니 시원섭섭하다. 미니시리즈 해보긴 했는데 24부작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꽤 길게 느껴졌다. 많이 아쉬웠다. 감독, 스태프, 배우들과 곧 만날 것 같고 아직 그 일상에서 벗어나오지 못한 느낌이다. 촬영 중간에 텀이 생겨 쉬는 느낌이다.”
순옥의 미스터리 수제자 박은실로 분했던 이미도는 시청자 뒷목을 잡게 하는데 한몫했던 배우다. 그는 음식 레시피를 몰래 빼돌리거나 폭행을 가하는 등 그동안 감춰왔던 속내를 서서히 드러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악행을 저지르며 완벽한 반전 연기를 선보여 호평 받았다.
제 옷을 입은 듯 박은실을 완벽하게 표현한 이미도는 박은실 캐릭터를 처음 접했을 때에 확 와닿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자신의 나이 또래 역할이 아니라 40대 중반 정도 되는 채시라와 비슷한 나이대에 캐릭터이거나 40대 이상의 캐릭터일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대본 역시 처음엔 ‘박총 아줌마’로 칭해져 있었고 이미도가 연기하기로 결정되면서 수정이 이루어졌다.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작가, 감독과 계속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박은실은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 때문에 발톱을 드러내게 된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작가, 감독도 현숙의 가족들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도 가식이 아니라고 했고, 가짜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어쨌든 인물 자체가 콤플렉스, 자격지심, 불우한 가정 때문에 욕심은 있지만 사람 자체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다.”
극 중 박은실은 처음부터 악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서히 싸늘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연기한 이미도는 감정을 감추기 위해 억누르거나 폭발시키는 등 극과 극의 감정을 쏟아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감정 연기가 많이 필요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늘 이미도를 다잡아 준 건 바로 김혜자였다. 이미도는 김혜자를 언급하며 끊임없이 칭찬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 |
↑ 사진=곽혜미 기자 |
“내가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을 때 김혜자 선생님께서 너무 그렇게까지 악인으로 가버리면 자신이 보듬어 줄 수가 없다고 했다. 정말 끝까지 나쁜 사람은 없다며 수위를 항상 조절해주셨다. 이 역할, 장면에 대해 너와 나의 관계를 같이 분석하는 개념으로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정말 김혜자 선생님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 내가 점점 안일해졌던 게 주인공의 주위 사람 역할을 많이 했으니까 그저 주인공의 감정이나 정보 전달을 한다고 생각하고 연기 했었는데 선생님은 숨소리 하나라도 그 이유를 반드시 찾아내고 그게 맞지 않으면 감독님과 애기해서 왜 이런 대사를 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하더라.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이미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게 참 많았다. 롤모델이 여러 명 생겼고, 감정 수위 조절을 잘 할 수 있는 노하우도 선배 배우들에게 배웠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나이 오해에 대한 갈증도 조금은 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착않여’로 보고 배운 게 정말 많다. 채시라 선배를 보면서 ‘저 나이 때 여배우가 됐을 때 채시라 선배처럼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롤모델을 굉장히 많이 찾았다. 채시라 선배 나이대에는 저렇게, 장미희 선생님 나이대에는 선생님처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채시라 선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게 드라마 안에서도 에너지가 많이 나왔지만 현장에서도 에너지가 넘치는데 그 에너지가 현장 분위기를 활기 넘치게 만든다.”
배울 게 많았던 ‘착않여’ 현장으로 인해 걱정도 하나 늘었다. 그는 “너무 배운 게 많은데 다른 현장 가서 촬영하고 생활하다가 지금 배웠던 걸 다 잊어버릴까봐 그게 걱정이다. 너무 완벽한 현장이었다”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착않여’를 향한 애정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특히 부모님에게도 자랑스러운 딸이 됐던 점과 개인적으로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풀게 된 점을 언급하며 ‘착않여’ 시즌2 출연 의사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 |
↑ 사진=곽혜미 기자 |
“‘착않여’가 공감되고 위로가 되는 드라마다. 또 어른들도 많이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사실 부모님이 가장 신나하셨다. 그동안 영화가 개봉하고 그러면 일부러 표를 사서 지인들을 초대를 해서 영화를 보여주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브라운관에서 내 모습이 계속 나왔고, 게다가 김혜자 선생님 제자로 나오고 채시라와 대결을 하다보니까 너무 좋아했다. 이번에 ‘착않여’ ‘레이디액션’을 통해 여러 명의 선배 배우들과 같이 호흡했다. 이제는 시청자들이 내 나이게 맞게 나이를 생각하는데 그 전에는 더 많게 보는 분들이 많았다. 한창 나이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풀었다. 시즌2가 나온다면 진짜 꼭 출연하고 싶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