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는 자극을 줄이고 감성을 높인 ‘감성 예능’이 유행하고 있다.
2015년의 절반이 지난 현재 케이블 예능계의 성적표는 어떨까.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들은 최근 자극 대신 감성을 높인 ‘착한 예능’ 유행에 빠진 분위기다. 전체적으로 말랑말랑해진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굳이 자극적이지 않아도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프로그램들이 입증하면서 케이블 예능계는 스스로 정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2015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역시 백상예술대상에 빛나는 나영석 PD의 작품들이었다. 나 PD는 PD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받을 만큼 대중문화계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시청자들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2015년 정초부터 ‘삼시세끼 어촌편’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 ‘삼시세끼 정선편’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역시 나영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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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 PD의 ‘삼시세끼’는 작위적인 설정 없이 그저 이서진, 옥택연이 밥 해먹고 게스트들과 저녁 한 끼를 소박하게 차려 먹는 과정을 담았을 뿐인데 8%대로 시작해 10%대를 무난히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야말로 ‘무공해 예능’의 가능성을 보인 셈인데, 그는 이런 무공해 예능을 ‘삼시세끼 어촌편’과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에서도 이어갔다. 각종 미션과 설정들로 빽빽이 채워진 그동안의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확연히 색깔이 다른 ‘여백의 미’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이런 ‘감성 예능’의 계보를 이은 것은 4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인 tvN ‘엄마사람’과 ‘촉촉한 오빠들’이다. ‘엄마사람’은 언뜻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육아 예능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엄마의 고단함과 고민까지 모두 아우르는 연출로 현실적인 육아 예능의 가능성을 보였다. 많은 ‘엄마’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정규 편성도 긍정적으로 검토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촉촉한 오빠들’은 ‘감성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감동 스토리를 전했지만 안타깝게도 5회로 종영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무자극 예능’을 지향한 시도만큼은 시청자들에 큰 호평을 받았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나 올리브TV ‘한식대첩3’도 각각 음악과 요리라는 핵심은 다르지만 일반 참가들의 사연과 프로그램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려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너목보’는 특히 노래를 잘 하지만 가수가 되지 못한 실력자들의 인생 자체를 감동 요소로 포인트를 줘 인위적이지 않은 감동을 자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너목보’는 노래, 추리, 감동을 잘 아우르며 시즌2까지 준비하게 됐다.
‘감성’과 함께 방송가를 뒤흔든 ‘요리’ 콘텐츠는 케이블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만 올리브TV ‘한식대첩3’ tvN ‘집밥 백선생’ ‘수요미식회’ 등의 푸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하지만 유행처럼 번진 요리 콘텐츠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생겨나며 푸드 프로그램이 하반기에도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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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성 예능’이 트렌드를 이뤄낸 가운데 Mnet ‘언프리티 랩스타’의 인기는 눈여겨볼 만 하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초반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또 다시 우려먹기”라는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1회부터 살벌하게 벌어지는 여성 래퍼들의 전쟁에 시청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한 래퍼 치타, 제시, 키썸, 육지담 등은 유명세를 치르게 됐다.
tvN ‘코미디 빅리그’나 ‘SNL코리아’와 같이 터주대감 예능 시리즈는 올해 조금씩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미디 빅리그’는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으로 이뤄진 개그그룹 옹달샘이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후 장동민, 유상무가 출연하는 코너의 존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SNL코리아’는 새 크루들로 재정비하고 ‘양꼬치엔칭따오’ 정상훈이 주목받으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6월 중순 이례적인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게 됐다.
케이블 방송사들이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들은 지나친 선정성으로 구설에 오르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스스로 ‘감성’을 내세우며 예능계의 트렌드를 ‘착한 예능’ ‘감성예능’으로 바꾸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은 2015년 상반기 케이블 예능계가 건진 최대의 성과라고 평가할 만 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