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정상훈. 이름대로 요즘 ‘정상’의 인기다. 양꼬치엔 칭따오로 그야말로 ‘빵 터졌다’. 그렇게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되더니 CF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대세남’이 됐다. 1998년 데뷔 후 무려 18년 만의 스포트라이트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상훈은 “이렇게 바빠질 줄 누가 알았냐”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올해 초 tvN ‘SNL코리아 시즌6’에서 중국인 특파원 ‘양꼬치엔 칭따오’로 나선 후 갑자기 주목 받았다. ‘SNL코리아 시즌5’에서도 활약했던 그였지만 스스로도 이토록 갑작스러운 인기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상훈은 그런 ‘깜짝 포텐’ 뒤에는 함께 활약하는 개그맨 정성호가 있었다며 가장 먼저 동료 얘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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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진 기자 |
“어쩌면 ‘SNL코리아’에 합류하게 된 게 정성호 형 덕분이다. 예전에 SBS ‘백년손님-자기야’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걸 ‘SNL코리아’ 감독님께서 보시고 ‘입을 잘 턴다’며 캐스팅 제의를 주셨다. 그 때 정성호 형이 옆에서 ‘이렇게 치고 들어가면 좋아’와 같은 조언도 많이 해주고 파이팅을 불어넣어줬다. 그 덕분에 무사히 ‘자기야’를 찍었고 그게 ‘SNL코리아’ 출연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실 시즌5 합류한 직후 저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없었다. 당시 세월호 문제로 주춤했던 것도 있고, 그 때의 스타는 단연 ‘유병재’였다.(웃음) 정성호 형이 그걸로 놀리기도 엄청 놀렸지만 한편으로는 ‘조금만 기다려라, 잘 될 거다’라고 응원하면서 ‘내년에는 조짐이 좋다’고 절 다독여줬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 말대로 됐다. 참 고마운 형이다. 손으로 숟가락을 쥐어주고 밥을 푹 퍼서 제 입으로 먹여준, 그런 사람이다.”
이렇게 ‘포텐’이 터지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다. ‘SNL코리아’도 꼬박 1년 가까이 했고, 데뷔는 말할 것도 없다. ‘늦었다’는 말에 정상훈은 “많은 분들이 제가 맥주 CF를 찍은 걸 보고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시더라. 인생역전이 CF 아니겠냐”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인생역전’이라는 단어보다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 정상훈은 “양꼬치엔 칭따오를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번 시즌에서 ‘글로벌 위켄드 와이’를 부활시킬 때에는 지금의 콘셉트가 아니었다. 중국, 일본, 러시아 특파원을 만들어서 중국에 2주, 프랑스 2주 이런 식으로 왔다 갔다 하는 식으로 설정했었다. 막상 첫 주 녹화할 때 녹화하기 직전에 원래 앵커를 하기로 한 유세윤이 특파원으로, 김준현이 앵커로 역할을 바꾸고 특파원들에도 변화가 생기는 등 신경 쓸 게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잘 될까’라고 긴가민가하긴 했다. 그러다 예전에 제가 뮤지컬에서 프랑스 말과 전라도 사투리를 섞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중국어와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름은 왜 양꼬치엔 칭따오냐고? 작가가 양꼬치랑 칭따오를 좋아한다.(웃음) ‘양꼬치와 칭따오’를 좋아하는 작가 덕분에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렇게 첫 스타트를 끊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아 깜짝 놀랐다.”
그렇게 ‘긴가민가’했던 ‘양꼬치엔 칭따오’ 캐릭터에 정상훈이 확신을 가진 건 생방송에서였다. 그는 “중국어 하다 사투리로 꺾이니 관객들이 빵 터졌다. 그래서 ‘아, 2주는 가겠다’ 싶었는데 다음 날 맥주 회사에서 20박스를 보내더라”고 말하며 첫 방송 날을 떠올렸다. 첫 등장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셈인데, 그렇게 한 주 한 주를 잇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단다. 그는 “제작진이 참 촉이 좋다”며 “CF 많이 찍은 것도 긴가민가 싶은 분위기에 ‘이거 밀어보자’고 해주신 국장님 덕분”이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정상훈, 사실 이미 유명했다. ‘참 늦게 터진 인물’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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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진 기자 |
“제작진 분들이 제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소식을 여기저기서 접한다. 다들 ‘너무 늦게 터졌다’고 말씀하셨다더라.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감사할 뿐이다.(웃음) 사실 저는 적응 기간도 오래 걸렸다. 작년 시즌5에 투입 됐을 때만 해도 뮤지컬을 주로 해와서인지 몸짓이나 연기가 너무 과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제 얼굴이 시청자들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되어야만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이상한 ‘드립’을 치면 이상하지 않냐. 그것도 눈에 익은, 아는 사람이 해야 재밌고 웃긴 거다. 계속 얼굴을 비추면 ‘웃기는 친구’라는 바람이 잡히고, 거기에 호감까지 생기면 ‘저 사람 좋아’ 이렇게 되는 순서다. 그 과정을 거치는 게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정상훈의 방송 이력은 2007년에 뚝 끊어져 있었다. 2014년 ‘SNL코리아 시즌5’로 브라운관에 복귀한 게 실로 오랜만인데, ‘맨 오브 라만차’ 등 뮤지컬로 오랫동안 무대에 섰던 것을 잠시 뒤로 하고 다시금 TV를 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정상훈은 이에 대해 “사실은 신동엽 형과의 친분 덕분에 합류한 것”이라고 신동엽의 이름을 올렸다. ‘SNL코리아’ 호의 선장인 신동엽이 ‘키잡이’로 선택한 인물이 바로 정상훈이었던 것.
“신동엽 형이 어느 날은 제게 전화를 걸어 ‘뮤지컬 잠시 쉬고 함께 방송 하자’ 하시더라. 덧붙여 ‘너도 아이를 낳고 결혼도 했으니 안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겠니’라고 넌지시 말씀하셨다. 참 친형처럼 마음 써주는 형인데, 형 이름이 걸려 있으니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신동엽 형이 저를 소개시켜 준 건데 창피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회의 때에도 없는 아이디어, 있는 아이디어 전부 쥐어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물론 지금은 ‘SNL코리아’와 제 자신을 위한 거지만 처음에는 ‘신동엽 형이 날 소개했는데 형 창피하지 않게 하자’ 싶어서 그렇게 하게 됐다. ‘신동엽이 사람은 정확히 본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었달까. 사람의 ‘믿음’에 실망시켜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저를 움직이게 했다.”
신동엽 덕분에 참여하게 된 ‘SNL코리아’. 사실 방송계에서 ‘세다’ 싶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는데 이렇게 ‘센’ 프로그램이라니, 본인도 생각이 많았을 터다. 오랫동안 떠나있던 TV에 돌아온 무대, 2개의 시즌을 보낸 무대, 그렇게 자신의 이름 석 자에 스포트라이트를 쏘아준 무대인 ‘SNL코리아’이니 정상훈만큼 ‘SNL코리아’를 잘 아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SNL코리아’에 남다른 애착이 있을 정상훈에 대놓고 물었다. ‘풍자’, 대놓고 하면 부담스럽고 감추고 하자니 시청자에 질책 받는 그 어려운 것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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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진 기자 |
“‘풍자’의 어려움이라. 사실 그게 ‘SNL코리아’만의 매력이 아니겠나. 남들보다 뉴스를 빨리 전하는, 그러면서 누구보다 빨리 사람들에게 풍자의 소재에 다가가는 것. ‘SNL코리아’가 그게 가능한 이유도 생방송이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녹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생방송 하기 직전 터진 사건을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결혼한 원빈-이나영 부부의 소식도 생방송 몇 시간 전 알려진 뉴스지만 ‘글로벌 위켄드 와이’에서 바로 언급할 수 있었다. 아마 시간이 많았다면 콩트도 바로 만들어서 내보냈을 텐데.(웃음) 물론 ‘풍자의 강도’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저는 관람 등급이 ‘15세’로 정해진 후 ‘더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풍자’는 만족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편해하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하는, ‘일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요소인 것 같다. ‘19금 개그’가 하다보면 일부 여성분들은 불편해하시기도 하는 등 시청층이 분리되는 것이 어느 정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제작진은 보다 더 보편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지금은 ‘넓은 폭의’ 내용을 다루다보니 개인적으로는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창 ‘SNL코리아’의 ‘19금 개그’와 콩트, 풍자 코드에 대해 말을 나눌 무렵, 문득 정상훈과 ‘개그 프로그램’의 ‘개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 왜인지 미안해졌다. 엄연히 그의 직업은 ‘배우’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개그’에 대해 묻고 있는 상황에 ‘아차’ 싶었던 것. 정상훈도 이런 반응에 익숙한 듯 “개그맨이라고 아시는 분도 많다”며 개의치 않아 했다. 오히려 “개그맨인들 배우인들 뭐라고 불리는 게 대수냐”고 반문하는 정상훈에 ‘개그맨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는 지 물었다.
“그런 우려는 전혀 없다. 전 어떤 식이든 제가 가지고 있는 신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흔들리지 않으면 길은 정해져있다. 저의 신념은 그냥 ‘배우 정상훈’이다. 마지막에 남는 건 ‘베우 정상훈’이라는 이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극 중에 MC처럼 진행하고, 극을 이끄는 역할도 많다. MC건, ‘SNL코리아’ 콩트이건 모든 게 연기의 일종이다. 저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다. 지금은 그 길을 가는 계단이고, ‘SNL코리아’를 만나서 그 계단 중 몇 개나 한꺼번에 뛰어 올랐다. 제가 아무리 ‘저는 뮤지컬 배우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게 무슨 이득이 있나. 제 신념만 굳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양꼬치엔 칭따오’이든 ‘개그맨’이든 절 알아봐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배우 정상훈’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를 18년 동안 지탱해준 ‘신념’은 배우 정상훈을 강하게 만들었고, 그는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 새 여러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예능 대세’가 돼 있었다. 최근 tvN ‘촉촉한 오빠들’에서 MC 데뷔전을 치른 그는 “프로그램 제의는 약간 들어온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육아 프로그램은 어떠냐는 질문을 듣자마자 “애기들 데리고 촬영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는 걸 보니 미혼이 분명하다”며 농담을 했다. 그렇게 말하지만 정상훈은 ‘베테랑 아빠’다. 현재 한 ‘양꼬치엔칭따오의 20가지 육아 그림자’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글을 몇몇 잡지에 기고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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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진 기자 |
“며칠 전 박지윤 씨와 한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제가 쓴 육아일기를 전부 다 봤다고 칭찬해주시더라. 제가 ‘이미지 세탁하기 참 좋다’고 우스갯소리도 했다.(웃음) 박지윤 씨도 계속 ‘직접 썼냐’고 계속 물어보시던데, ‘제가 직접 쓴 것 맞습니다, 맞고요.’(웃음) 기고하면 고료도 다른 작가들이 받는 것처럼 똑같이 받는다. 육아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온다면? 아이들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보통 일이 아니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슈퍼맨이 돌아온다’에서 연락이 온다면 곰곰이 생각을 해보겠다.(웃음) 제 아이가 예쁘게 나오고 사랑을 받으면 얼마나 좋겠나.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동할 계획이지만 연기도 계속 할 생각이다. 제가 지금 몸 담고 있는 소속사가 배우 황정민 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한솥밥’ 먹는 배우들이 쟁쟁한, ‘좋은 배우’들이 참 많아서 이 회사를 선택했는데 그런 만큼 회사의 방향을 잘 따를 예정이다. 뭐, 언젠가는 황정민 대표님이 저를 ‘꽂아주는’ 날이 있지 않을까.(웃음)”
역시 ‘18년차 관록’은 남달랐다. 인터뷰 내내 웃음과 편안함으로 ‘빵빵’ 터뜨리는 솜씨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그 이면의 겸손함과 배려는 덤. 인터뷰가 끝난 이후에도 다른 일정으로 바삐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다음에 만났을 때 제가 오늘 말했던 것들을 다 이루면 얼마나 좋고 더 반갑겠냐”며 훗날의 기약까지 잊지 않았다. ‘양꼬치엔 칭따오’, 그리고 정상훈. 그 사이의 관록과 세월, 신념이 빚은 지금의 ‘대세’를 이어 그가 기약한 것처럼 앞으로 ‘배우’로, ‘예능 스타’로 다시 정상훈을 만날 날이 벌써 기다려질 뿐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