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카메오다. 짧지만 강한 등장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카메오들은 어떤 과정으로 캐스팅이 될까.
요즘 드라마에 카메오 없으면 어딘가 심심한 시대가 됐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는 주인공 구대영(윤두준 분)의 친한 친구로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이 극중 구대영의 친구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에는 윤여정부터 산다라박까지 각 분야 스타들이 총 출동하고 있고, MBC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는 샘 오취리가 물질을 하는 ‘해남’을 꿈꾸는 청년으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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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식샤를합시다2 방송 캡처 |
이처럼 드라마에서 스타들이 ‘아주 잠깐’ 얼굴을 내미는 스타가 바로 카메오다. 카메오의 본 뜻은 영화나 텔레비전드라마에서 직업 연기자가 아닌 유명인사가 잠시 얼굴을 비추거나 배우가 평소 자신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단역을 잠시 맡는 일이다. 곧 인기배우나 유명인사가 극 중 예기치 않은 순간에 등장하여 아주 짧은 동안만 연기를 하면서도 내용상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는 연기를 카메오라고 일컫는다.
이 ‘잠깐’을 위해 생각지 못했던 스타들이 브라운관을 찾고 있는데 이런 즐거움들은 오로지 시청자들의 몫이 됐다. 앞서 언급한 비스트 양요섭의 경우, 시청자들은 윤두준과 마주앉아 능청스럽게 ‘보험 설계사’ 이야기를 하는 게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고 호평했다. 비스트 내에서도 절친으로 소문난 두 사람의 드라마 속 재회는 시청자 사이에서 ‘식샤를 합시다1’ 때부터 바라왔던 일이다. 같은 팀이고, 양요섭이 “난 윤두준이 아닌 구대영의 팬”이라고 말할 만큼 ‘식샤를 합시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카메오 출연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이런 ‘지인 찬스’는 카메오 캐스팅의 가장 전형적인 요소다. 작년 9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이었던 가수 홍진영은 당시 가상 남편이었던 남궁민이 출연하는 tvN 드라마 ‘마이시크릿호텔’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홍진영은 남궁민을 향해 “어디서 많이 봤다”고 말하는 등 ‘우결’을 암시하는 대화와 행동을 해 드라마 시청자에게도 웃음을 안기는 포인트로 활약했다. 또한 ‘지인 찬스’를 통해 프로그램 간의 뜻하지 않은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져 더욱 기억에 남는 카메오 출연 사례가 됐다.
배우와의 인연뿐만 아니라 카메오 캐스팅에는 제작진-배우의 인연도 곧잘 작용한다. OCN ‘실종느와르 M’의 경우, 1회에서 강하늘이 카메오로 등장해 소름 끼치는 연기력을 발휘했다. 강하늘의 출연은 이승영 PD와의 인연 덕분에 성사됐다. 이승영 PD는 지난 3월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 “강하늘이라는 배우는 단편 페스티벌에서 만났다. ‘텐’(TEN) 작품을 발표할 때 강하늘 씨가 ‘텐’의 광팬이라고 하더라”고 강하늘과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2회에 등장한 배우 손종학 역시 이 PD와 ‘별순검’ 시리즈를 함께 하며 쌓은 인연으로 흔쾌히 카메오 역할을 허락했다고.
개그맨들의 카메오 캐스팅도 자주 볼 수 있는 경우다. 배우가 아닌 개그맨들의 카메오 활약에 대해서는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분위기 반전이 될 뿐 아니라, 코미디를 하면서 쌓은 연기력으로 임팩트 있는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기 때문에 개그맨들의 카메오 캐스팅이 곧잘 이뤄진다”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개그우먼 홍윤화는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실제 연인인 김민기와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MBC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이진호, 이용진, 양세찬은 콩트를 보는 듯한 연기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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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프로듀사 방송 캡처 |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는 그야말로 카메오 캐스팅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KBS 예능국이 배경인 만큼 수많은 연예인들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윤여정, 황신혜, 금보라, 현영, 산다라박, 이승기, 강승윤 등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유호진 PD도 극중 PD로 등장한다. KBS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출연자들이 KBS 예능국 이야기에 뜻을 같이 해 흔쾌히 출연을 결정 해주셨다. 덕분에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확실히 수많은 카메오들이 등장하니 폭 넓은 활용이 가능해졌다. 그저 잠깐 나와 눈도장을 찍는 것에서 벗어나 에필로그에 스타들을 등장시켜 ‘프로듀사’ 속 예능국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이거나, 윤종신과 신동엽, 조정치가 ‘1박2일’ 출연을 두고 제작진에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같은 느낌도 자아냈다. 김수현이 ‘안녕하세요’에 고민남으로 출연하는 장면은 드라마를 보는 것인지 ‘안녕하세요’를 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카메오 활용으로 현실감을 높이는 한편, 좀처럼 조우하기 힘든 스타들이 마주 보고 연기를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체도 시청자들에게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카메오는 시청자에게는 특별한 재미를, 연기자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며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지나치게 개연성 없는 카메오의 등장은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주장도 많지만, 아직까지는 카메오를 드라마가 시청자에 주는 작은 ‘선물’이라는 개념이 강해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카메오에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어떤 작품에서 어떤 희대의 카메오가 나오게 될까. 그야말로 요즘은 ‘카메오 전성시대’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