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황은희 기자] “재연배우 섭외? 그 어떤 섭외보다도 힘들어요.”
‘재연배우 모시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그들을 섭외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다수의 재연 프로그램을 연출한 한 PD는 “배우들이 유독 재연 프로그램을 꺼린다. 인식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재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기하는 것을 많은 배우가 부담스러워하더라. ‘재연’이라는 틀에 갇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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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재연 프로그램도 다른 드라마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정성스레 만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재연 프로그램 특성상 과장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과장된 연기의 틀에 갇히지 않는 것은 배우의 몫이고, 어떤 영역에서도 자신만의 역량으로 잘 소화해내는 게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재연배우를 찾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재연 프로그램의 캐스팅디렉터 역시 “재연배우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재연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 보니 신인배우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며 “신인배우는 일단 출연을 목적으로 하므로 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반면 그는 “신인배우의 출연이 프로그램엔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기를 잘하는 신인배우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잘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력이 한참 모자란 친구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자칫 프로그램이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그들에겐 경험 삼아 한 연기가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발연기’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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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사랑과전쟁2 캡처 |
로봇연기의 창시자 장수원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룹 제이워크의 멤버 장수원은 재연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S2 ‘사랑과 전쟁2’에서 어색한 연기로 재연을 해내 화제를 낳았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방송된 직후 일명 ‘로봇연기’로 연기논란에 휩싸여 비난의 화살을 받았으나 현재는 그 당시 대사였던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를 유행어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는 장수원이 이미 가수로서 많이 알려진 연예인이었기에 가능한 행운일 뿐 신인배우나 타 재연배우들이었다면 아마 그들의 연기 생활은 힘들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연배우의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재연 프로그램은 포털사이트에서 구인광고처럼 재연배우를 찾고 있다. 특히 재연배우 모집을 내건 공고를 보면, 나이와 키 등 신체 조건을 비롯 연기력보다는 출연 의사를 묻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방송 관계자들은 재연배우를 섭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우로서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연기력보다는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패기 가득한 배우들을 섭외하게 되는 패착에 빠지는 것이다. 재연 프로그램은 여전히 ‘재연배우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재연배우에 대한 편견과 오해, 이제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때다.
황은희 기자 fokejh@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