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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파 중견배우 김부선의 행보가 남다르다. 다수의 드라마 및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는 존재감 있는 배우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인터넷상 사건의 중심에 선, '이슈메이커'가 된 분위기다.
김부선은 2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능 프로그램 '엄마가 보고있다' 하차 관련, 분노에 가득찬 글을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해당 글에서 김부선은 배우 황석정으로 추측되는 출연진 및 방송사(JTBC)를 상대로 쓴소리를 퍼부었다.
"녹화 방송 두 시간 넘게 나타나선 늦어서 죄송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는 명문대 출신 여배우"라고 시작된 글에서 김부선은 "담당 피디나 제작진은 시청률에 미쳐서 습관처럼 늦는 여배우를 우쭈쭈 빨아대고, 배웠다는 지성인이 녹화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는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꾸짖었더니 졸지에 저만 하차하라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JTBC 이래도 되는 겁니까? 당신들 계약할 때 약속은 다 거짓말입니까? 저는 단 한 번도 항의하거나 촬영에 늦거나 미팅에 빠지거나 스태프들에게 피해준 적이 없습니다"라며 "아쉬울 땐 감언이설로 유혹하고 수틀리면 가차 없이 내쫓는 거대 방송 제작진 여러분 잘 먹고 잘 사십시오"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방송사 측은 "김부선의 하차는 프로그램 구성 변화에 따른 결정일 뿐, 타 출연진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의 하차가 부당하다는 입장이 강력하게 담긴, 그리고 특정인을 '저격'한 듯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그 진위 여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엄마가 돌아왔다' 논란에 앞서 김부선은 지난해 가을엔 사회적인 이슈의 중심에도 섰다. 시작은 아파트 반상회 도중 벌어진 폭행시비였지만 이후 아파트 난방비와 관련된 비리 의혹을 폭로하면서 단번에 '난방 열사'로 떠올랐다.
당시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부선은 "연예인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서민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파급력이 있고, 많은 것을 누리는 것이 연예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억울한 사람들, 약자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며 소셜테이너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故 장자연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법원에 항소, 관심을 모았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거 성상납 제안을 받았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특정인을 잘못 지목,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최근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 배경에 대해 김부선은 한 매체를 통해 "사법부에 건강한 사람이 1%는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고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부선의 발언 그리고 일련의 행보 저변에는 "나는 부당함에 맞서고 있으며, 나아가 '약자'를 대변한다"는 시각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어 보인다. 실제로 '난방열사'가 됐을 당시엔 '정의의 사도'로 다수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평소 거침없는 발언으로 분명한 캐릭터를 갖고 있긴 하지만 스타 중심, 거대 방송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메카니즘에서 분명 김부선은 '강자'는 아니다. '깃털 같은' 인기에 영합하는 방송가 시스템 속에서 대부분의 연예인은 감탄고토(甘呑苦吐)의 대상이 되는 바, 김부선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시스템이 옳다는 것은 결코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보다 매 번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되는 점은 아쉽다.
만능 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작금의 분위기 속에서 그가 연기 활동에만 매진하란 법은 없고, 예능 프로그램 속 시원시원한 발언에 박수를 치는 대중이 많지만 더 많은 이들이 작품 속에서 만난 '배우 김부선'을 제일 멋있게 기억하고 있다.
그가 부디 '이슈 메이커'에서 나아가 '트러블 메이커'가 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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