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포기…한예종 입학해 연출-연기
“연기 칭찬, 얼떨떨…내 단점 숨길 수 있던 역할”
“김고은, 옷 벗어주며 챙겨줬고…김혜수 선배와 연기는 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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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와 김고은을 보러 갔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에 감탄하고 나온 관객들이 많다.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홍주 역의 감독 겸 배우 조현철(29)이다.
밥을 먹었으면 엄마가 시킨 대로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홍주는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한다. 친누나처럼 따르는 일영(김고은) 앞에서는 착한 동생처럼 보였는데, 일영에게 배신당한 걸 알고는 숨겨둔 광기를 폭발한다.
그의 연기는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린다. 관객들의 반응에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연기를 펼쳤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담은 영화 ‘차이나타운’을 본 관객이라면 김혜수와 김고은 등과 비교해 조현철이 그리 뒤지지 않는 연기를 했다고 인정할 만하다.
조현철은 “호평에 기분이 좋다”면서도 얼떨떨해했다. 기분 좋은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고민을 털어놨다.
“홍주 역할은 제 단점을 많이 숨길 있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표현하는 감정들이나 내면적인 것들이 센 캐릭터 자체에 의해서 가려진 것이죠. 사람들이 내가 홍주 역할을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다음에 다른 역할을 맡았을 때는 내 단점이 드러날 것 같다는 걱정을 해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된 것 아니겠느냐는 불안감도 있거든요.”
조현철은 “이번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연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내가 밖(상업영화계)에 나가서도 팔릴 수 있는 연기자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이전 오디션에서 수차례 떨어진 경험이 있어요. 사실 전 제 마스크나 목소리 등이 연기에 적합한 태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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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캐릭터 연기를 위해 병원을 찾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본인 안에 있는 모습과 다른 영화들을 참고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어떤 대상을 놓고 생각을 하면 그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부채감 같은 게 생길 것 같아서”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등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며 연습하고 연습해 홍주를 연기했고, 좋은 평가를 얻어냈다.
조현철은 2005년 서강대 입문학부 1학기를 마치고 진로를 바꾼 케이스다. 바꿨다기보다 예전에 원하던 것을 바로 잡았다. 만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해 게임 개발자나 애니메이션 관련 일을 하고 싶었는데 중학생 때쯤 영화 ‘쉬리’가 유명해지고 영화계에서 일하면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가 생겼다. 물론 부모님이 “소양을 더 쌓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유하고 설득해 기숙 고등학교를 갔고 원치 않는 대학교까지 입학했지만, 이내 나와버렸다.
이후 다양한 독립영화를 만들고 출연해 이 바닥에서 유명해졌다. 한준희 감독도 옴니버스 영화 ‘서울연애’ 중 조현철이 공동연출한 ‘뎀프시롤: 참회록’을 보고 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오디션을 본 뒤, 조현철은 합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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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든 게 다 처음이라서 긴장했어요. 고은이가 추우면 자기 옷도 벗어주고 많이 챙겨주더라고요. 고마웠죠. 또 많이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했고요. 물론 극 전개상 제가 고은이를 힘으로 제압해야 하는 것도 있어서 미안하긴 했어요. (엄)태구 형과 붙는 신이 있었는데 형은 근육도 있고 힘이 세잖아요? 제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와 붙는 고은이도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미안했죠.(웃음)”
김혜수와 연기할 때는 “무척 떨렸다”고 털어놨다. “흠모했던 분”이라고도 했다. 캐릭터 선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등 조언을 건넨 선배의 말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그는 “현장에 김혜수 선배가 있는 것만으로도 연기할 때 자극이 됐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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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