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net ‘식스틴’이 전례 없는 잔인한 매치 형식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12일 오후 방송된 Mnet ‘식스틴’ 2회에서는 첫 번째 미션인 끼 발산을 통해 메이저 그룹과 마이너 그룹 멤버들의 이동이 벌어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식스틴’에서는 16인의 연습생들을 각 회차에 주어지는 미션의 성적에 따라 마이너 그룹과 메이저 그룹으로 나눈다. 메이저 그룹은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인 벤을 타게 하고,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소속 연예인들의 코치를 받는다. 하지만 마이너 그룹은 좁은 버스와 숙소를 사용하는 등 차등 대우를 받아야 한다.
↑ 사진=식스틴 방송 캡처 |
이날 마이너 그룹에서 메이저 그룹으로 이동한 사람은 나띠, 채령, 소미, 사나와 지효였다. 이와 반대로, 메이저 그룹에서 마이너 그룹으로 이동해야 하는 이는 모모, 지원, 미나, 민영, 나연이었다. 춤 실력이 뛰어난 모모와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던 지원이 마이너 그룹으로 강등되는 모습은 연습생들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반전이었다.
박진영은 심사를 통해 반전의 연속의 멤버들을 강등시키며 “너다움이 업다”는 혹평을 했다. 간혹 “건강함을 잃었다”는 평가도 했다. 소미는 태권도 시범 무대를 펼쳐 다소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무대 마지막의 “이렇게 (이국적으로)생긴 제가 태권도를 하니 의외이지 않냐”고 위트 있게 한 대답이 메이저 그룹 행을 결정지은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박진영의 결정에 연습생들은 혼란이 왔다. 많은 연습생들이 “이제 제가 판단하는 것으로 박진영 PD님의 결정을 예상해서는 안 될 것 같다”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들의 판단 기준과 박진영의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가진 편견을 깨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식스틴’은 전체적인 틀을 보면 메이저 그룹으로 올라서기 위한 소녀들의 경쟁 구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마이너 그룹에서 매회 탈락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소녀들은 탈락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메이저 그룹으로 올라서야 한다. 인정받고자 지금까지 연습생 생활을 버텨온 이들에게는 탈락만큼은 피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기 때문에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메이저-마이너 그룹의 차등 혜택이 이들의 경쟁을 보기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 그룹은 낮 시간 동안 당당히 연습실을 쓸 수 있지만 마이너 그룹은 새벽에만 그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다. ‘연습’이 주업무인 이들에게 연습실 제한은 거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한 이런 차등 지급은 마치 메이저-마이너 그룹을 ‘계습화’ 시키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많았다. 그야말로 이 그룹들의 차등 혜택은 ‘빈부 격차’를 떠올리게 하는데 메이저 그룹에 속한 이들을 가수로 데뷔시킨다는 전제와 지금의 차별 분위기는 마치 ‘부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그릇된 가치관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물론 열악한 환경에서도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절치부심을 다지는 소녀들의 모습으로 차등 대우를 통해 역경을 극복하는 힘을 길러가는 연습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빈부 격차’를 떠올리는 환경을 조성했어야 했냐는 의견이 많다.
박진영이 제작발표회에서 말한 “극한 역경을 주고 싶었다”는 말로 이들에게 차등대우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차벌 때문에 생겨난 두 그룹 사이의 은근한 신경전, 메이저 그룹이 우위에 있다는 것 때문에 느끼는 은연중의 무시, 마이너 그룹의 질투와 같은 감정들은 과연 그가 말한 ‘건강한’ 방식인지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 게다가 이들의 차별을 가르는 기준이 오로지 박진영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 그의 기준이 연습생 모두 혹은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만큼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더욱 연습생 사이의 불편한 감정들을 부추기고 있다.
↑ 사진제공=CJ E&M |
이런 분위기는 소녀들의 발언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마이너 그룹으로 강등된 한 연습생은 “‘쟤가 왜 메이저에 있지’라는 생각을 지워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라고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또한 마이너 그룹들은 미션의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메이저 애들은 무대도 보지 않는다”라며 눈을 흘겼다. 이렇다보니 처음에는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보였던 메이저 그룹으로 올라서야겠다는 욕망은 저들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 달콤한 혜택들을 향한 욕심으로 비춰지고 있다.
차등 대우라는 것은 분명 극한 환경을 만들기에는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생겨나는 부수적인 ‘가치 변질’들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식스틴’은 아직까지 경계보다는 교묘하게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고 있는 듯 하다. 소녀들에게 지금의 극한 차등 대우는 과연 필요할까. 소녀들은 차별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울까. 박진영 스스로가 말한 ‘건강한 가치’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봐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한편, ‘식스틴’은 JYP의 신인 걸그룹 후보생 7명과 이들의 자리를 쟁취하려는 연습생 9명의 대결을 통해 데뷔 멤버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식스틴’을 통해 론칭하는 그룹은 미쓰에이(Miss A) 이후 JYP에서 5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 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