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전북)=MBN스타 여수정 기자] 엄청난 빚과 자폐증상을 갖고 있는 아들, 가정을 버리고 도박에 빠진 남편까지 뭐하나 온전한 게 없다. 고난과 시험의 연속인 상황이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날법한데, 배우 손여은은 캐릭터 자체를 흡수하며 무섭게 감정 연기를 이어간다. 매우 가녀린 몸으로 폭발한 듯 말 듯 감정 분출을 머금고 있어 긴장감은 절로 높아진다.
2005년 드라마 ‘돌아온 싱글’ 조연을 시작으로 ‘뉴하트’ ‘찬란한 유산’ ‘각시탈’ ‘대왕의 꿈’ ‘구암 허준’ ‘세번 결혼하는 여자’ 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 ‘세계일주’ 등에 출연했던 손여은은 ‘코인라커’에서 불완전의 아이콘(?) 연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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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홀리가든 |
‘코인라커’는 오는 5월28일 극장 개봉에 앞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한국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영화는 늪에 빠진 소외된 밑바닥 인생,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하나의 정체를 담은 감성 느와르다. 영화제 초청에 개봉까지 앞두고 있어 시작이 매우 좋다. 이는 배우 입장에서도 뜻 깊은 일이다.
“개봉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신경 쓰였던 마음 한 부분이 후려해진 것 같다. 개봉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다기에 감격스러워 아직까지도 믿어지지 않는다. (웃음) 전주 오는 길이 행복했고, 관객들을 만나는 일정이 매우 즐겁다. 영화제를 시작으로 개봉하면 더 많은 관객들이 ‘코인라커’를 봐줄 것이라 생각해 기쁘다.”
‘코인라커’에서 손여은이 맡은 연은 앞서 언급했듯, 불완전의 아이콘이다. 일말의 행복함을 느낄 찰나도 없이 고난을 겪고 또 겪는다. 그럼에도 좀처럼 화를 내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관객 입장에선 답답하고 속이 터진다.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줄곧 감정을 숨긴 채 연기해야 되기에 어려웠을 터. 더욱이 눈물이 많은 그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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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홀리가든 |
연기함에 있어 힘든 감정선으로 어려움이 많았다지만, 강한 엄마를 제대로 소화한 손여은 덕분에 연이 처한 극한의 상황이 더 눈에 들어왔고, 누구나 한마음으로 모자를 응원하게 만들기도 했다. 남편에게 쫓길 때는 물론, 남편의 친구에게 위협당할 때도.
“‘코인라커’를 선택할 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고민도 많았다. 그러나 연기적으로 극단적인 상황을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고, 도전하고 싶더라. 익숙한 역할을 맡을 때의 즐거움도 있지만, 겪어보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한 상황을 연기할 때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다. (웃음) 촬영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감정을 풀 곳도 없는데 감독님은 매우 강한 여자이자 엄마를 원했다. 내 생각보다 연은 더 강하고 차갑고 당당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아들을 대할 때는 따뜻한 그런 여자 말이다. 또한 감독님이 애당초 캐스팅 때 여리고 약한 여자가 강한 모습을 보이는 걸 원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날 캐스팅 한 것이다. 나 스스로도 여리지만 그렇게 안보이려고 감정 절제를 많이 했다. 배역에 몰입하다보니 예민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여운이 남더라.”
감정선 못지않게 여배우 치곤 꽤 강렬한 액션 연기도 선보인다. 끝없이 달리는 장면부터 맞는 장면까지. 여리 여리한 몸으로 다소 과격한 액션 연기를 어떻게 소화했나 싶을 정도다.
“여배우 치고는 액션도 셌는데 걱정은 안했다. (웃음) 몸을 써서 연기하는 건 배우로서 당연한 것이고 리얼하게 나왔으면 싶었다. 감정을 꾸미기보다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대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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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원래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들 역의 아역배우를 만나고 사진을 보면서 내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배역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보육원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곳의 아이들 모두 내 아이들이라 생각하며 느꼈다. 이를 통해 부모님도 이런 마음을 가졌겠구나 싶더라.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촬영하면서도 쭉 느꼈다.”
한편 ‘코인라커’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