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관객 833만(6일 영진위 기준). ‘마블 군단’의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굳이 마블 팬이 아니더라도 때리고 부수는 영화는 팝콘 무비로 흥미롭다. 과학용어가 등장하는 등 약간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이해를 방해할 수준은 아니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다.
삐딱한 시선도 있다. ‘도대체 이게 왜 재미있는지?’라거나, ‘겨우 이 영화를 위해 작년에 그 난리를 쳤나?’라고 화를 내거나, ‘떡밥에 또 낚였다’고 허탈해하거나, 한국 영화산업의 고질병인 ‘독과점을 해결하라’고 외치는 등 여기저기 다양한 목소리가 들린다. 대체 뭘 기대한 것이냐고 묻고 싶다.
한국의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어벤져스2’는 5개국 23개 지역에서 촬영했다. 총제작비도 2700억원이다. 한국에서의 촬영분은 약 100억원이 투입됐다. 전체 러닝타임 141분 중 20분을 차지했으면 상당한 비중이다.
세빛섬을 빼고는, 그것도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야 한국임을 알 수 없다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미래를 배경으로 때리고 부수며 싸우는 영화에서 한국의 어떤 모습을 기대했는가. 풍경을 느끼게 하거나 음식을 맛보고 싶게 하는 영화도 아닌데, 관객 감정을 동하게 만들어 영화 속 나라를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건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의 이미지가 나쁜 것도 아니다. 닥터 헬렌 조가 한국인이기에 한국이 첨단 도시임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한국 지하철이 아니라는 건 디테일이 부족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어벤져스2’ 제작사로부터 농락당했다고 할 순 없다. 지난해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불편도 감수할 만했다. 아이들에게는 추억할 만한 이벤트 중 하나였으니까.
물론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어벤져스2’와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4000억 원의 직접 홍보 효과와 2조 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 수치를 수긍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2명의 캐릭터, 낚였다?
‘어벤져스2’는 첫 장면부터 마블 팬들을 즐겁게 한다. 히어로들이 총출동해 히드라 본부를 격퇴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칼렛 위치에 의해 조종당한 헐크와 이를 막아선 아이언맨의 대결은 코믹 요소를 더해 보는 재미를 준다.
물론 이해 못 하는 이들도 있다. 초반 장면은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얘네들은 왜 저길 때려 부수나?”라고. 전편을 봤으면 이해가 쉽긴 하지만, 굳이 전편을 생각할 필요 없다. ‘어벤져스’ 군단이 악당을 쳐부수는 내용이다.
새롭게 등장한 퀵 실버, 스칼렛 위치 두 캐릭터는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에 비해 중후반부 활약이 미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떡밥을 제대로 남겼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이 봐온 패턴이다. 낚였다고? 제작자가 제대로 낚아야 관객이 다음 편을 보지 않겠는가.
독과점 논란?
예상했다. CGV는 앞서 자사의 상영관 편성 노하우를 공개했다. CGV의 복잡한 편성 과정을 거론하지 않아도 흥행을 예상할 수 있고, 영화관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롯데시네마 등 다른 영화관들도 비슷한 논리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한 한국영화 ‘위험한 상견례2’ 상영관은 롯데시네마 내에서도 ‘어벤져스2’에 가려 안 보일 정도다. 다만 ‘어벤져스2’가 2300개 정도의 국내 총 스크린 중 1800개를 챙겨갔으니 도가 넘긴 했다. 이 숫자는 역대 최다 스크린 배정이다.
이 상황에 누구도 뭐라 대응할 수 없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한다는 논리로 무시당하기 쉽다. 대형 영화관들이 바뀌어야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듯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인다.
대형 한국 영화들도 스크린 독점을 수두룩하게 하는데 너희는 외국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