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가수 데프콘이 초심을 찾고 돌아왔다. 힙합 비둘기 대신에 쌈닭으로 변신했다.
지난 17일 데프콘은 4년 만에 새 앨범 ‘아임 낫 피죤’(I'M NOT A PIGEON)을 발매했다. 정규 앨범도 아닌 4곡만 실린 EP이지만 반응은 뜨겁다. 음원이 발매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음원차트에도 진입했다.
음악 팬들도 데프콘의 컴백에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치열한 음원차트 내에서 상위권에 오르진 못했지만 많은 앨범 리뷰와 추천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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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근심 돼지 캐릭터를 맡고 있고 MBC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친근하게 다가왔던 데프콘이지만 그는 갱스터랩으로 한국 힙힙신을 대표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매 앨범 19금 판정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욕설과 파격적인 가사를 써왔었다.
지난 2013년 힙합신들의 싸움으로 번졌던 ‘컨트롤 비트 대전’에서 데프콘을 찾는 이들이 있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데프콘은 이 싸움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힙합 비둘기’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자신의 인지도를 확 올려준 정형돈과 형돈이와 대준이를 결성해 여러차례 곡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코믹 요소가 강했던 탓에 그가 보여줬던 이전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근데 이번 앨범에서는 힙합 1세대를 살아온 데프콘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수록곡 모두 19금 판정을 받았다. 거침없는 욕설과 과감한 가사들이 담겼으며 힙합신에 대한 디스도 빠지지 않았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의 가사를 살펴보면 ‘힙합씬은 큰돈이 권력 억을 못 버는 넌 이 새끼야’ ‘돈 버는 가사에 돈 버는 플로우로 트랙을 완전 조져 집보단 차부터 먼저 바꾸고 시계를 사 자랑해 올려 롤렉스 화이트 벤틀리’라는 내용들이 담겼다. 일부 가사만 살펴봐도 특정 힙합 레이블의 래퍼들을 겨냥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특정인들만 디스한 것도 아니다. 수록곡 ‘그냥 랩’에서는 ‘한국힙합은 쭉쭉 커져가는데 심의규정은 그냥 존나 멈춰만 있네
비단 힙합뿐만은 아니지 그냥 방송에 네 노래 틀려면 존나 눈치 봐야지 수정해서 갖다 주면 그냥 빠꾸 다른 데를 또 딴지 거네 또 빠꾸’ 등의 가사를 통해 심의기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힙합 장르가 대세가 되면서 비슷한 스타일의 곡들만 쏟아져 나오고 돈, 시장만 강조하는 힙합신의 현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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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퓨처’(Golden Future)에서는 힙합 시장이 아닌 예능인으로 성공하면서 변심을 했다는 오해를 받았던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놨고 ‘우리집 갈래’에선 성인들의 사랑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단 4곡일뿐이지만 데프콘은 자신의 성공담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내고 현 힙합신의 문제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날 것 그대로가 살아있던 래퍼 데프콘의 초기 모습을 보는 듯하다. 분명 본인이 작업을 하면서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방송활동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방송에서 노래를 틀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데프콘은 초심을 찾고 돌아왔다. 평화주의였던 ‘힙합 비둘기’ 대신에 싸움꾼으로 변했지만 오히려 데프콘은 더 환영받는 존재가 됐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