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학교폭력을 당하는 딸을 구하기 위해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의 풍경을 담은 드라마다.
‘앵그리맘’에서 보여주고 있는 학교의 풍경은 참담하기만 하다. 겉으로는 대학진학률 1위의 명문고이지만 그 안은 뇌물을 좋아하는 교장과 아이와 원조교제를 하는 교사, 아이들은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골라 따돌리고, 이사장의 아들은 아버지의 힘을 등에 업고 교사보다도 더 높은 권력을 행사한다.
괴물과도 같은 학교에서 예쁘고 공부 잘하는 아란(김유정 분)은 단순히 ‘왕따’인 이경(윤예주 분)의 친구가 됐다는 이유로 함께 학교폭력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은 이경과 묶어 레즈비언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이를 책상의 낙서 등을 통해 드러낸다. 심지어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신체적인 폭행과 함께 위협을 받은 아란은 이상증세를 보이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앵그리맘’에서 다루는 학교폭력은 혀를 끌끌 차게 할 정도로 잔인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풍경이 실제 우리 학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앵그리맘’ 첫 방송 당시 시청자들은“지극히 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시청연령이 어려질수록 ‘앵그리맘’ 속 학교폭력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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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 폭력예방 단체)이 2013년(2013년 12월~2014년 1월)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 4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총 6,15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빈도수는 2012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 보기에 잠잠해 진 것처럼 보이는 학교폭력의 빈도수이지만, 집중해서 봐야 하는 것은 빈도수는 줄어든 반면 그 피해학생이 느끼는 고통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교실에서 ‘신체 폭력’(29.5%)과 ‘집단따돌림’(26.1%)이 이어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 중 자살생각을 했다고 증언한 이는 10명 중 4명이나 될 정도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과거 학교 안으로 한정됐던 ‘학교폭력’이, 스마트폰의 보급과 온라인의 확산으로 인해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따로 불리는 카톡 왕따이다. 이 같은 ‘카따’에도 여러 가지 있는데, 이른바 ‘왕따’ 친구를 카톡방으로 초대해 인격적인 모욕을 하고 모르는 학생들까지 합세해 단체로 욕설과 조롱을 하는 ‘떼카’, 카톡방을 나가더라도 계속 카톡방에 초대해 카톡방에 가둔 후 조롱과 욕설을 하는 ‘카톡감옥’ 또 학생을 카톡방에 초대한 뒤 아무도 말을 걸어 주지 않고 대화방에 혼자 두고 모두 다 퇴장해 버리는 ‘방폭’ 등이 대표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이버 학교폭력의 사례는 점점 교묘해질 뿐 아니라, 그 형태가 진화되고 있다.
‘앵그리맘’이 처음 호평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하게 학교폭력의 현상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괴로워하는 피해자의 아픔을 담았기 때문이다. 1회에서 아란이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자(김희선 분)는 어린 시절 잘 도움을 받았던 판사에게 조언을 구하러 향한다. 그곳에서 거짓눈물을 흘린 후 뒤에서 더 심한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와, 결국 이를 참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 한다. 학교에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해도, 법정으로 가도 해결할 수 없는 학교폭력의 피해에 결국 강자는 스스로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는 건 분명한 판타지다. 하지만 이 같은 판타지를 보고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경찰이고, 교육청이고 증거타령만 하고, 법정에 소송을 걸어봤자 야”라고 분노하는 강자의 모습 속에서, 실제 자녀의 학교폭력 사실을 깨닫고 괴로워하는 피해자 부보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앵그리맘’의 풍경, 슬프지만 현실이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