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돌아와 영화 ‘장수상회’ 연출
“노년 배우들의 로맨스라고? CJ, 너네 용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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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53) 감독이 4년 만에 돌아왔다. 2011년 영화 ‘마이웨이’의 흥행 실패는 타격이 컸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히트시킨 강 감독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절치부심. 블록버스터 연출자라는 타이틀을 내려놨다. 노년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9일 개봉한 영화 ‘장수상회’다.
70살 연애 초보 성칠(박근형)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연애를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첫사랑보다 서툴고, 첫 고백보다 설레고, 첫 데이트보다 떨리는 특별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영화는 기존 강 감독의 영화들과는 달라 보인다.
강제규 감독은 “다양한 장르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계속해온 것일 뿐”이라며 “이번에 ‘장수상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가족과 사랑이라는 가치와 의미의 따뜻함과 감동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단편 ‘민우씨 오는 날’을 연출한 것도 이번 작품에 도움이 됐다. 서서히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가는 여자 연희가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 민우를 기다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의 감성이 ‘장수상회’까지 이어진다. 강 감독은 “개인적으로 감독이 단편을 연출한다는 건 과거 순수했던 그 자체로 돌아간 것”이라며 “단편영화는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고스란히 녹여낼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일종의 그리움이 있었다”고 웃었다.
많은 걸 담아내려 했는지 ‘장수상회’의 러닝타임이 길어졌다. 첫 편집본이 2시간 35분이었다. 1시간 52분까지 덜어냈다. 또 블록버스터를 연출했을 때의 버릇을 자제해야 했다. 욕심도 내려놨다. 강 감독은 “상황에 집중하기보다 감정과 본질에 집중했다”고 했다. 주변 인물보다 성칠과 금님에 최대한 몰입한 이유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는 박근형과 윤여정 캐스팅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성칠과 금님에 가까운 연기를 해준 것 같다”며 “감독들이 그런 경우 럭키하다고 하는 데 정말 럭키했다. 모든 게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어린 후배들은 대선배들 앞에서 혹시 주눅이 들진 않았을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선, 후배를 떠나서 선배들보다 잘해야겠다는 전투력이 생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대본 리허설 할 때는 윤여정 배우가 ‘애들이 준비를 많이 해왔나 봐. 잘하네!’라고 하시더라고요. 찬열군도 연기자 출신이 아니니 박근형 선생님과 연기할 때 긴장하고 어색함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잘했어요. 역할에 잘 맞았고 귀여웠죠. 만족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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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노년의 사랑 이야기에 흥미로워하겠느냐는 걱정은 있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 영화 속에서도 나오는 세대가 많아졌으면 하네요.”
jeigun@mk.co.kr/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