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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감독 네드 벤슨)는 독특한 방식이다. 남자 코너(제임스 맥어보이)의 시선, 여자 엘리노어(제시카 차스테인)의 시선으로 각각 영화를 풀어가는 ‘그남자’ 편과 ‘그 여자’ 편이 따로 있다. 여기에 이 두 사람의 시선을 종합한 ‘그남자 그여자’ 편 등 총 3개 버전이 각각 관객을 찾는다.
누구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달리 보인다. 이 세 가지 버전 형식이 복잡해 보이는 데도 수긍이 가는 이유다. 영화는 각자의 입장으로 관객을 몰입시켜 상황을 바라보게 도움을 준다.
예기치 못한 아픔 뒤, 헤어진 후 각자의 삶 속에서 주변과 교감하며 상처를 극복해가는 듯한 두 사람. ‘그남자’ 편에는 릭비가 갑자기 떠나버린 후 홀로 그녀를 찾아 헤매며 끝까지 사랑을 지키고자 애쓰는 코너의 모습을 애절하게 담겼다. ‘그여자’ 편에는 코너의 곁을 떠나 새로운 삶을 이어 나가려 하지만 결국 코너를 잊지 못하고 무너진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릭비의 모습이 애잔하게 묻어난다.
두 영화는 화면 톤조차 다른데, 남녀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하다. 서로 다른 기억의 시간을 걷는 두 남녀는 예기치 못한 아픔을 대하는 시선조차 달랐다.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 편은 남녀의 시선이 교차, 관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양쪽의 이야기를 풍
한 편만 골라 봐도 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세 편을 다 보면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연결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저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라는 노랫말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비틀스의 동명 노래 ‘엘리노어 릭비’의 한 구절이다.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9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