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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스페셜 방송화면 갈무리 |
"남자들은 선호한다?"
"큰 거를?"
"수술한 거를(속닥속닥)"
장윤주의 가슴 이야기. 지난 5일 방송된 교양 프로그램 'SBS스페셜' 주제였다. 본 방송에 앞서 두 여자의 이러한 대화가 담긴 해당 방송 예고편이 흥미로웠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방송 용어로서 다소 민망하게 여겨지는 '젖'이라는 생물학적 단어도 불쑥 튀어나왔다. 따분할 법한 다큐멘터리에 유명 모델이 나와 (성형 논란이 있는) 본인 가슴에 대한 진실도 밝힌다는 홍보 자료까지 있었다.
지난 해 영국의 한 호텔에서는 화가 잔뜩 난 엄마들이 모여 시위를 했다. 호텔 직원이 로비에서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SBS스페셜'은 "공공장소에서의 모유수유를 외설적으로 보며 거부하는 이 사회는 가슴이 다 드러난 시스루를 입은 섹시스타에겐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진정 우리가 박수갈채를 보내야하는 가슴은 어떤 가슴일지에 대해 알아본다"고 했다.
기획 의도는 신선했다. 내용 역시 유익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봐주길 바라는 제작진의 욕심이 컸던 탓일까. 자극적인 예고편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데는 성공했으나, 한 무명 가수의 가슴에는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장윤주와 동료의 대화(수술한 큰 가슴을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늬앙스) 바로 뒷부분에 가수 이환희의 '액션' 뮤직비디오 장면이 쓰였기 때문이다. 이환희의 얼굴이 나오지 않으면서 가슴 부위가 클로즈업 된 장면이 덧붙었다.
'SBS스페셜'은 화면을 분할했다. 분할된 화면 왼쪽에는 연예인의 '성(性)적인' 가슴을, 오른쪽에는 모유수유를 하는 '성(聖)스러운' 가슴이라고 표현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가슴은 어떤 것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이환희 측은 해당 장면이 예고편에 쓰인 사실조차 몰랐다. 예시로 쓰인 '문제의 가슴'이 이환희의 뮤직비디오 장면임을 알아본 지인들은 "수술한 것이었느냐"고 비아냥댔다. 이환희 본인은 "수술한 적이 없다. 억울하다"고 속앓이를 해야했다.
소속사 대표는 "본 방송을 확인해 보니 이환희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예고편만 놓고 보면 이환희가 가슴 확대 수술을 한 것처럼 정황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 수술 여부를 떠나 졸지에 '성(性)적인' 가슴으로만 낙인 찍힌 본인(이환희)의 상처가 커 안타깝다. 그렇다고 방송사와 싸울 수도 없고 어쩌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이 대표는 "방송사로부터 사전에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아직 유명하지 않은데 '섹시스타'로 표현해 준 점을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만약 대형기획사 소속 연예인이었다면 이렇게 함부로 편집해 썼겠는가. 다 내가 모자란 탓"이라고 씁쓸해 했다.
'소녀시대 연습생 출신'이란 꼬리표를 단 가수 이환희는 지난 2012년 솔로 가수로 뒤늦게 데뷔했다. '서현의 단짝 친구'로 더 알려졌다. 최근에는 KBS2 '출발드림팀' 신인걸그룹 특집에 출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예능 자체에 나온 게 처음이다. 정말 좋다"며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을 애잔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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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출발 드림팀" 방송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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