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최근 법조계와 연예계 동시에 떠오른 화두가 있다. 바로 퍼블리시권이다. 퍼블리시티권이 무엇이길래 걸그룹 미쓰이에의 멤버 수지와 애프터스쿨의 유이를 울린 것일까.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법원는 수지가 한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수지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건 쇼핑몰은 2011년 9월 한 포털사이트에 ‘수지모자’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자사의 홈페이지 주소가 상단에 뜨도록 하는 키워드검색광고 계약을 한 곳이었다. 이 쇼핑몰은 지난해 2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수지모자’를 노출하면서 일정수준의 이익을 챙겼고, 수지 측은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 ‘퍼블리시티권’을 들어 이름을 사용한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법원은 “자신의 성명,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는 성명권, 초상권에 당연히 포함되고, 별도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며 “초상권, 성명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다른 사람과 초상, 성명 사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거나 기존에 체결된 계약이 해지되는 등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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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
지난 15일 이번에는 자신의 사진을 광고용으로 쓴 한의원이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였던 유이가 원고 패소소식을 전했다. 이 한의원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한의원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며 “부분비만 프로젝트 후 멋진 유이의 꿀벅지로 거듭나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유이의 사진 4장을 올렸다. 마치 유이가 이 한의원을 이용해서 몸매를 가꾼 것 같은 뉘앙스를 준 것처럼 말이다.
1심은 “원고의 허락 없이 성명과 초상 등을 이용해 광고한 것이 인정된다”며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에서는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 침해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게시된 사진은 원고를 모델로 한 주류 광고 동영상의 장면들이며 원고가 한의원과 관련 있거나 이곳에서 부분비만 치료를 받은 것처럼 오인할 만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수지와 유이의 패소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관심은 ‘퍼블리시티권’에 쏠렸다. 대체 퍼블리시티권은 무엇이기에 두 미녀가 패소판결을 받고, 이에 따른 찬반논쟁이 이는 것일까.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란 쉽게 말해 개인의 이름, 초상, 서명, 목소리 등의 인격적인 요소가 만들어내는 일련의 재산적 가치를 권리자가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또 다른 말로는 초상영리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서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이랑 많이 혼돈되는데, 초상권은 자기의 초상이 허가 없이 촬영되거나 또는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초상권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은 없으나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권(제10조)에 근거하는 일반적 인격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초상권에 따라 남의 초상을 본인의 허가 없이 촬영, 공표, 전시하거나 사용하여 권익의 침해가 발생하면 침해받은 자는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기존의 인격권인 초상권 등에 재산권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초상권이나 성명권은 인격권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지만 퍼블리시티권은 재산권으로 그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고 상속할 수도 있다. 물론 부당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현재 이 같은 퍼블리시티권의 문제는 바로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유이와 수지가 원고 패소판정을 받았다면, 배우 김선아와 민효리은 유사한 사례로 소송을 벌인 결과 원고 승소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과거 김선아는 자신의 동의도 없이 ‘김선아가 추천하는 성형외과’라는 식의 광고를 한 성형외과를 고소했고,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건 법 규정상에는 없지만 유명인이 자신의 지명도 등에 의해서 갖게 되는 경제적 가치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 김선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민효린 역시 동일하다. 민효린은 온라인상에서 ‘민효린 코’라며 광고를 벌인 성형의사를 상대로 법적소송을 벌였고, 김선아와 마찬가지로 결과에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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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
같은 상황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국내에 퍼블리시티권을 구분 짓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퍼블리시티권이 국내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와 관련한 설정법이나 관련법은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법적 근거가 없고 대법원 판례도 아직 나오지 않아, 퍼블리시티권 여부를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최정민 변호사는 “조만간 입법화 돼야 한다는 말은 있지만 아직까지 민법이라든가 판례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판례를 보면 표현물의 목적이 예술인가 상업적인가, 영리를 추구 하는가 정보를 주는 것에 목적이 있는가, 표현의 자유와 비교를 해서 퍼블리시티권보다 표현의 자유가 앞서는가 아니면 연예인 개인의 개인적인 권리가 중요한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상업광고라고 해서 무조건 퍼블리시티권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홍보에 필요한 한도에 의해서 공개하는 것을 허용한다. 하지만 여기서 개인의 사진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중요한 권리 침해인 만큼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퍼블리시티권이 법규화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 퍼블리시티권이 성립을 하는가, 양도상속성이 있는가, 그리고 존소기간이 얼마인가, 그리고 침해정도를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가, 이런 법적인 근거가 더 마련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전망했다.
갈수록 퍼블리시티권 관련 분쟁은 늘고 있다. 이는 드라마 판권이 해외로 판매되고, K팝 열풍이 일어나는 등 한류바람이 불면서 과거에 비해 문화 콘텐츠가 갖는 판이 커진 것이다. 일명 성공한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와 함께 출연한 스타들의 인기와 몸값 또한 치솟고 있다. 업체는 이들을 마케팅적으로 적절히 잘 활용하면 큰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스타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소송을 강행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합의되지 않는 마케팅 사용 및 도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수지모자를 놓고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수지는 항소에 나선 상황이다. 항소 이유 및 진행사항과 관련해 수지의 법무법인 김앤장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인만큼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