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앞서 언급했듯 웹툰의 영화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소중한 웹툰, 그 자체만으로도 좋아”라고 강조하며 웹툰의 영화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과 “이미 웹툰도 좋은데 새로운 콘텐츠로 변화되니 더 새로워”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웹툰을 만든 만화가나, 영화를 연출할 감독이나 심지어 출연 배우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원작 웹툰에 충실했어도 기대 이하의 관객수를 보였던 ‘패션왕’과 기대만큼의 관객수를 보였던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웃사람’ 등의 예를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웹툰의 영화화 추진을 앞둔 제작사는 고민하고 또 고민할 것이며, 영화화 소식을 전한 ‘찌질의 역사’ 팀 역시 고충이 클 것이다.
또한 영화의 프리퀄 웹툰도 진행돼 영화를 통해 다 전하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웹툰으로나마 관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예로 작가 장태산과 도해, 황진영, 김민소가 ‘살인의뢰’ 프리퀄 웹툰에 참여했다. 이는 웹툰과 영화의 관계가 각별해지고 있음을 다시금 강조해주는 셈이다.
와이랩 대표 겸 만화가 윤인완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작가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서포터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작가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작품의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만화제작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화제작사를 통해 만화가들의 수익 증대 및 작품의 수익 모델 다양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원작자의 의도에 충실한 2차 저작물을 창작하고 제작사의 지분을 작가와 나누며 원작자의 수익증대를 보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작가도 제작사의 일원이 되는 셈”이라며 “작가들과 만든 작품을 다양한 형태로 재창작하여 작품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영화화나 드라마화는 하나의 방법이고 이런 방법들을 통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 받고, 수익도 계속해서 창출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프로듀싱 시스템에 대해 강조했다.
와이랩의 프로듀싱 시스템에 대해 탑툰 측의 한 관계자 역시 “만화시장의 규모는 괄목할만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작가들의 처우는 비교적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그런데 와이랩은 작가들에게 안정적인 작업환경을 제공해주고, 2차 저작물의 기획과 제작까지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하니 만화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도 무척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는 국내 웹 콘텐츠의 활발한 수출도 주목할 만 한 일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찌질의 역사’ 만화가 김풍은 MBN스타에 “현재 각본 계약까지 마친 상태이며 감독님이 각본을 쓰고 있다. 내가 만든 영화를 어떻게 감독님이 풀어나갈지 내심 기대하고 있다. 최대한 시나리오에는 간섭하지 않고 감독님의 의견에 집중하려한다. 떨린다”고 원작자의 입장에서 영화화되는 과정을 기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만화가이자 프로듀서로 웹툰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프로듀싱 시스템에 일조하고 있다는 김풍은 해당 시스템을 향한 기대치를 드러냈다. 그는 “프로듀서는 작품을 보는 안목도 필요하고 만화가만큼이나 작품을 꿰뚫고 있는 눈을 가져야 된다. 보통 만화가 혼자 작품을 만들 때는 개인적인 의견에 흔들릴 때가 많다. 이럴 때 프로듀서의 역할이 크다. 기운을 북돋아주는 건 물론, 다음 회의 방향을 안내해주거나 끊임없이 회의하고 상의하며 더 나은 작품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며 “만화가와 프로듀서가 매 회마다 콘티를 보고 의견을 조율한다. 이 과정 덕분에 작품의 퀄리티가 더욱 좋아진다. 물론 작품은 만화가 중심이며 프로듀서는 단지 더 나은 의견을 던지는 것이다. 마치 영화로 비유하자면, 감독과 제작사 같다”고 소개했다.
이어 “웹툰의 영화화가 잘된다고 규정을 지을 수 없는 게 웹툰이 영상화될 때 성질이 달라진다. 과거에는 유명세만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면 득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의 눈이 냉철해져 웹툰이 영화화됐을 때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부터 따진다. 다행히 ‘미생’이 영상화에 성공해 이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많은 후배 만화가 영상화 계약을 성공했다”며 “‘찌질의 역사’ 자체가 대중적이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화된다면 재미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관심 가질 것 같다. 아직 웹툰을 안 본 분이 있다면 본 사람들이 많이 추천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웹 드라마로 대중을 만날 ‘프린스의 왕자’ 만화가 재아 역시 MBN스타에 “작품을 연재할 때 막히는 부분이 있거나 조언이 필요할 땐, 다른 만화가 분들과 윤인완 대표님에게 물어본다. 작품을 쓰다 막힐 때 언제든지 회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같이 도우면서 하고 있다”며 “애당초 웹툰 제작 당시, 너무 만화에만 한정짓지 말고 다른 작품으로 될 수 있게 제작하라고 배웠다. 추후에 있을 영상화를 위해 시작부터 기준을 넓게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아 만화가는 “앞으로 만화가들이 영상화를 많이 하고 싶어 할 것 같다. 나 역시 ‘프린스의 왕자’ 웹 드라마 제작 당시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원작을 헤치지 않고 그 느낌을 살리면서 드라마의 매력까지 담는 게 마음에 들었다. 원작을 너무 많이 바꾸지 않은 채 영상화된다면 이미 있는 팬 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영상 자체가 가진 강점을 더한다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다”며 끝으로 “‘프린스의 왕자’에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고 당부의 말도 건넸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