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듣기만 해도 힘이 나는 목소리, 이한철이 이제 봄의 전령사로 변신했다.
봄날 대박 히트곡을 남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처럼 꾸준히 봄을 노린 봄 캐롤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이한철도 이번엔 봄을 겨냥한 노래 ‘봄날’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봄 캐롤을 노린거냐는 질문에 이한철은 “언감생심이다. 봄을 노린 것은 맞다”라며 웃었다.
이번 이한철의 앨범 ‘봄날’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봄맞이 음악들이 수록됐다. ‘봄날의 합창’ ‘뿌리’ ‘넌 나의 넘버원’등 수록곡 제목은 물론 노래 가사, 앨범 디자인까지 대놓고 봄을 겨냥했다. 야구로 치자면 제대로 직구인 셈이다.
↑ 사진제공=이한철 |
앨범 디자인만 봐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다. 이한철은 자신의 얼굴을 일러스트로 만들었고 봄을 연상케 하는 초록빛 잎사귀들과 각종 삽화들을 넣어서 음악과 어울리는 재킷까지 완성했다. 이 역시 이한철의 아이디어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를 발견했는데 앨범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어서 이메일로 연락을 했다. 근데 잡지나 책 잡업을 주로 하고 음반 작업을 한 번도 안해 본 디자이너더라. 옆에서 도와줄 수 있다고 하고 디자인 틀고 구해준다고 해서 함께 작업하게 됐다. 결과물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총 8곡이 수록된 앨범은 책의 목록처럼 다양하다. 킹스턴 루디스카와 함게 부른 ‘봄날의 합창’, 잔잔한 멜로디가 귀를 감는 ‘뿌리’ ‘오래된 사진관’, 김소원 시인의 시집의 글귀를 가사로 만든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까지 한계가 없다.
“원래 틈만 나면 시집 펼쳐놓고 멜로디를 붙이는 일을 한다. 제 나름대로의 학습법이다. 그냥 가사는 고쳐 쓸 수 도 있고 길게 풀어낼 수 도 있는데 시는 건드리지 않는 조건으로 곡 작업을 한다. 핸디캡 안에서 완성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쓰는 단어들도 확장되고 있다.”
대중들이 떠올리는 이한철의 음악은 가장 널리 알려지기도 한 곡인 ‘슈퍼스타’다.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가사가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전달했다. 그 곡으로 사람들은 이한철이 밝은 노래만 연주한다고 생각하고 바란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가득차 있다.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지난해 발표했던 앨범 ‘작은 방’은 시도였다. 이번 ‘봄날’ 앨범에도 그런 조율을 맞췄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타이틀곡 ‘넌 나의 넘버원’과 ‘뿌리’다. 타이틀곡은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했고 오랜만에 발랄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담았다. 원래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게 잘 만들어진 곡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뿌리’는 정 반대다. WA EJ 구성력 있게 드라마를 가지고 만든 곡이었다. 가사도 평소 음악인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담았다. 항상 작곡을 하면서 대중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결국 선택과 반복이다. 후렴구가 없는 ‘뿌리’ 같은 곡들을 쓰곤 고민을 하는데 제가 좋아해서 넣었다. 근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더라.”
“제가 엄청난 스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신에서 저만의 자리를 가지고 20년을 해왔다는 게, 매년 앨범을 냈다는 게 대견스럽긴 하다. 인생의 절반을 뮤지션으로 살았는데 항상 청년의 기분으로 앨범을 내고 있다. 공을 많이 들이고 다듬으면 웰메이드 음반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근데 전 곡들을 비워내야 채울 수 가 있다. 그래서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한다. 블록버스터 보다 센스 있고 젊은 감각이 있다. 그 나이가 되어도 꾸준히 영화를, 마치 일상처럼 만드는 게 대단하다.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
한편 이한철은 오는 4월11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에서 100명의 관객들 앞에서 소규모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남우정 기자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