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미녀 출연자에게 의존하며 본연의 색깔을 잃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에 방송된 ‘개콘’의 ‘라스트 헬스보이’ 코너에서는 다이어트에 돌입한 김수영을 위해 깜짝 게스트로 모델 이연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복근과 탄탄한 몸매가 드러난 운동복 차림으로 김수영에 미소를 발사했고, 체중 감량 정체기를 맞은 김수영의 의지를 다시 불타오르게 했다.
이연의 출연은 코너 중 단 30초 남짓이었다. 하지만 이연이 등장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이연은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29일 방송했던 ‘개콘’의 내용 중 기억에 남은 것은 결국 이연 밖에 없었다. 30초가 한 시간을 모두 잠식해버린 셈이다.
↑ 사진=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
사실 이연의 등장은 개그의 개연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이연은 이날 한 것이라고는 그저 나와서 아령을 몇 번 올렸다 내렸다 하고,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발사한 후 내려간 게 전부다. 색다른 맛은 있었지만 대사도 하나 없이 무대에 올라왔다 내려간 이연의 출연은 누가 봐도 화제성을 노린 섭외였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많은 시청자는 “‘개콘’은 어느 순간부터 웃기는 것보다는 화제가 되기 위해 코너를 짜는 것 같다”는 쓴 소리를 늘어놨다. 일각에서는 “가끔 개그맨이 아닌 깜짝 게스트가 나와야 신선함이 있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동안 잠시 카메오로 출연했던 스타들도 코너의 유행어를 소화하는 등 ‘개그’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이연의 출연은 성격이 달랐다.
하지만 ‘개콘’이 미녀 출연자로 화제를 모은 것은 이연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코너 ‘닭치고’에서 후다닭으로 출연한 안소미, 코너 ‘예뻐예뻐’의 김승혜 등이 이에 속한다. 안소미는 ‘닭치고’에서 아주 짧은 등장으로 거의 얼굴만 비추는 식이었고, 김승혜의 ‘예뻐예뻐’는 재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김승혜의 춤, 미모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춰 비판을 받았다.
물론 ‘개콘’의 모든 여자 개그우먼들이 화제성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김지민, 허영미, 박소라 등은 각종 코너에서 열연하고 있고, 안소미와 김승혜도 지금은 다른 코너에서 개그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콘’은 꾸준히 여자 캐릭터들을 화제로 모는 수단으로 사용하며 ‘미녀에 의존한다’는 오명을 얻게 됐다.
이는 역설적으로 ‘개콘’의 위기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연의 출연이 화제가 될 수는 있으나 시청자들로부터 “이연 빼고는 기억나는 게 없었다”는 반응을 받는다는 것은 ‘개콘’ 내의 개그가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화제성 출연도 개그가 탄탄히 뒷받침 돼야 지지를 받고 비판을 면할 수 있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꾸준히 제기됐던 ‘개콘’의 위기설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고루한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며 ‘개콘’에도 분위기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tvN ‘코미디 빅리그’는 쿼터제 등을 통한 경쟁 체제로 매회 변화를 주고 있으며, SBS ‘웃찾사’ 또한 시간대를 옮기고 사회 풍자를 강화하며 프로그램만의 색깔을 구축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아무런 변화도 없고, 반응도 없는 ‘개콘’이 더욱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개콘’을 떠올렸을 때 간판 코너가 없다는 것도 지금의 화제성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에는 ‘개콘’의 대표적 코너를 딱 하나 꼽기 어려울 만큼 임팩트가 부족한 게 ‘개콘’의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화제성만을 노린다면 더욱 ‘개콘’의 색깔을 흩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녀에만 의존하기에는 대한민국 대표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던 ‘개콘’의 역사와 명성이 아깝다. 지금이야말로 ‘개콘’에 변화를 줘야할 때다.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은 발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개콘’이 곧 ‘대한민국 대표 개그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을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