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이 여러 캐릭터의 입을 통해 학교폭력 문제를 꼬집는다.
최근 ‘앵그리맘’은 학교폭력, 성폭력 등 묵직한 소재를 다뤘다. 그러나 혹자는 ‘지상파 드라마치고 지나치게 자극적’이라 말하고, 혹자는 ‘자극적인 것이 현실적’이라 주장한다. 두 의견 모두 일리 있다.
이는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4회분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날 조강자(김희선 분)는 딸 오아란(김유정 분)에게 폭력을 휘두른 고복동(지수 분)이 조직폭력배 안동칠(김희원 분)과 연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강자는 과거 안동칠과 연루됐던 사건을 회상,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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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앵그리맘 캡처 |
고교시절 조강자는 안동칠의 동생과 교제했다. 그러나 안동칠은 줄곧 바르게 자라던 동생이 삐뚤어지기 시작한 것을 조강자의 탓으로 돌렸고, 그는 조강자를 찾아 칼을 휘두르며 동생과 헤어질 것을 종용했다. 뿐만 아니다. 안동칠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조강자를 성폭행했다. 이날 ‘앵그리맘’은 이 사건으로 오아란이 태어난 것처럼 암시하고 끝났다.
이 과정에서 안동칠이 조강자에게 휘두르는 폭력행위는 가감 없이 전파를 탔다. 그러니 ‘선정성 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앵그리맘’에 그저 ‘자극적인 드라마’라는 굴레를 덧씌우는 것은 지나치게 단정적인 태도다.
‘앵그리맘’ 속에는 선정성보다 더 중요한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어른의 모습이 담겼다. 이는 현실 세계 속 어른의 모습과 닮은 듯 달라 경각심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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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자는 딸이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호기롭게 나섰지만, 학교폭력 가해자 뒤에 선 거대 세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모습은 현실 속 학교폭력 피해자의 부모 모습과 닮았다.
현재의 청소년 법안은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처벌 수위가 약하다. 때문에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벗어나 전학 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니 부모들은 내 아이가 당했지만, 도망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조강자가 현실 속 부모에 가깝다면, 박노아(지현우 분)는 실제로 존재할까 궁금할 정도로 이상적인 선생님이다. 오아란네 학교로 부임되지 얼마 안 된 박노아는 지독히 재미없는 선생으로 인식됐다. 그는 늘 입바른 소리만 하고, 아무리 학생이 잘못해도 그의 편부터 들고 보는 요령 없는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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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앵그리맘 캡처 |
박노아의 이상적인 면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도정우(김태훈 분) 선생과 원조교제하고 학교 폭력이 시달리는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 진이경(윤예주 분)과 면담하는 장면이다. 박노아는 진이경에게 “요즘 힘든 일 있니”라고 묻고서, 시를 읊는다.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진이경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위기에 내몰린 진이경에게 시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결국 진이경은 “선생님에게는 세상이 시처럼 아름다울지 몰라도 나에겐 지옥이다”라고 소리치며 자리를 뜬다. 박노아의 성실한 선생으로서의 태도는 진이경이 자살한 이후에도 이어진다. 박노아는 진이경이 자살에 오열하며, 자신이 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자학한다.
극중 지현우와 김희선은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무기력하다. ‘앵그리맘’은 바로 여기서 학교폭력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시청자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인물들이 양심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는 인물들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앵그리맘’의 어둡고도 무거운 문제제기는 의미가 있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