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노래를 들으려면 음악사이트에 들어가서 클릭만 하면 되는 현재지만 가요계는 음악의 부흥기로 불렸던 80~90년대에 빠져있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에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도 80~90년대 음악은 단비 같은 존재, 변함없는 히트 아이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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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가 2006년 9월 발표한 앨범인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는 여자 가수들이 부른 원곡을 이승기가 재해석한 리메이크 앨범이다. 그 동안 원곡 가수의 성별에 따라 나뉘던 곡 선택 기준이 무너진 것이다. 이승기가 부른 ‘제발’은 2006년 멜론 연간차트 31위에 올랐으며 ‘원하고 원망하죠’는 56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해외 가수들의 리메이크곡들도 인기였다. 55위를 차지한 토니안의 ‘유추프라카치아’는 남성 4인조 LMNT의 ‘포겟 투 포겟’(Forget to Forget)을 리메이크한 노래로 한국어로 가사를 붙였으며 일본 가수 히라이켄의 곡을 리메이크한 정재욱의 ‘가만히 눈을 감고’는 78위, 코다 쿠미의 곡을 리메이크한 아유미의 ‘큐티 허니’는 80위에 올랐다. 현영이 부른 ‘누나의 꿈’은 루마니아 그룹 오존의 곡을 리메이크해서 인기르 모으기도 했다.
이외에도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한 린의 ‘날 위한 이별’은 64위, 일기예보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서영은의 ‘좋아좋아’는 82위를 차지했다. 이지연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러브홀릭의 ‘바람아 멈춘어다오’도 인기였다.
참고로 이승기보다 더 큰 히트를 거두며 연간차트 7위에 오른 이루의 ‘까만안경’은 이규석의 ‘울음’을 리메이크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저작권협회에 등록이 되지 않았던 곡이었기 때문에 리메이크 판정을 받지 않아서 제외했다.
2007년, 메가히트 OST 탄생…김아중의 ‘마리아’
가요계 리메이크는 계속 됐지만 유달리 돋보이는 곡은 없었던 한해다. 그 중에서 김아중이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불렀던 OST ‘마리아’가 대박 히트를 쳤다. ‘마리아’는 미국 밴드 블론디가 부른 곡으로 영화 인기와 함께 김아중이 부른 곡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었다. ‘마리아’는 멜론 연간차트에서 42위를 차지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정규 1집은 타이틀곡인 ‘소녀시대’도 인기를 모았다. 11월에 발표되면서 연간차트에선 볼 수 없었지만 11월 월간 차트 25위 진입, 12월엔 7위까지 올라갔다. 이승철의 명곡을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곡의 인기와 함께 그룹명도 함께 알렸다.
차트에는 없지만 원곡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 리메이크곡도 등장했다. 인순이는 후배 가수인 카니발의 ‘거위의 꿈’을 리메이크했고 담담하고 울림이 강한 원곡과는 달리 파워풀하고 폭발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해서 각종 행사를 다닐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이외에도 변진섭의 노래 ‘그대 내게 다시’를 리메이크한 럼블피쉬가 80위에 올랐고 지난해 ‘누나의 꿈’으로 히트를 친 현영은 2007년엔 일본 모닝구무스에의 ‘러브레볼루션21’을 리메이크한 ‘연애혁명’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손호영은 신인가수 예인과 란이 2004년 발표한 곡 ‘어쩌다가’를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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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은 빅뱅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해 연간차트에 ‘하루하루’‘마지막 인사’ ‘천국’까지 10위권에 올려놨고 ‘거짓말’‘하우지’(HOW GEE) ‘착한 사람’ ‘오 마이 프렌드’(Oh My Friend) ‘바보’ ‘레이디’(LADY)에 태양의 솔로곡 ‘나만 바라봐’, 대성의 ‘날봐 귀순’까지 100위권 안에 랭크시켰다. 특히 그 가운데에서 이문세의 히트곡 ‘붉은 노을’까지 리메이크해서 57위를 차지했다. 원곡 자체도 흥겨운 곡이지만 빅뱅은 후렴구만 샘플링해서 유니크한 스타일로 완성시켰다.
쥬얼리는 이탈리아 가수 인-그리드(In-grid)의 곡을 리메이크한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으로 대박 히트를 쳤다. 연간차트 12위에 올랐고 ET춤까지 유행시켰다.
리메이크 앨범으로 대박을 쳤던 이승기는 이번엔 두 번째 버전을 발매했다. 이전엔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곡을 불렀다면 이번엔 남자들의 곡들만 골랐다. ‘추억속의 그대’ 와 ‘다 줄거야’가 43위, 53위에 오르며 이승기가 탁월한 보컬리스트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알렉스의 경우는 강제 리메이크로 소환된 경우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해서 부른 러브홀릭의 ‘화분’이 이슈가 되면서 자신의 목소리로 담은 ‘화분’을 발매했다. ‘화분’은 연간 차트 54위에 랭크되며 위용을 펼쳤다.
이외에도 전람회의 ‘취중진담’을 리메이크한 플라이 투더 스카이, 하하의 ‘너는 내 운명’도 리메이크곡으로 히트를 쳤다.
2009년, 리메이크만 하면 히트하는 럼블피쉬
2009년, 리메이크 곡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휘성이다. 크레이그 데이빗이 직접 리메이크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면서 휘성은 ‘인썸니아’를 불렀고 연간 차트 24위를 기록했다. 럼블피쉬의 활약도 돋보인다. ‘그대 내게 다시’를 리메이크 해 히트를 모았던 럼블피쉬는 영화 ‘라디오스타’ OST ‘비와 당신’과 이승환의 ‘한사람을 위한 마음’을 불러서 100위권 안에 안착했다.
2010년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리메이크곡 재평가
리메이크가 가수들만의 고유한 권한이었다면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히트를 치면서 가수 지망생들의 리메이크 실력까지 빛을 발하게 됐다. 그 예가 Mnet 예능프로그램‘슈퍼스타K2’에서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다.이 곡은 연가차트 27위에 올랐고 윤종신이 부른 ‘본능적으로’를 아마추어답지 않게 소화하면서 강승윤은 탈락했지만 곡 하나는 남기고 떠나게 됐다. 장재인이 부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도 97위에 오르며 원곡을 다시 주목 받게 해줬다.
이후 2011년엔 ‘슈퍼스타K3’ 울랄라세션 ‘서쪽하늘’이 22위 ‘달의 몰락’이 44위, ‘오픈암스’(Open Arms) 72위, 버스커버스커 ‘동경소녀’가 23위, ‘막걸리나’ 51위, ‘정류장’ 82위를 기록했다. 2012년엔 정준영, 로이킴이 부른 ‘먼지가 되어’가 26위, 로이킴이 부른 ‘휘파람’ 85위에 오른다. 이후에도 오디션 스타들의 리메이크 곡들은 각종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가수 지망생들 뿐만 아니라 기존 가수들의 경연을 벌인‘나는 가수다’도 리메이크 곡들의 성공사례를 보여�다. 김범수는 ‘제발’을 리메이크했고 김연우는 ‘나와 같다면’을 불러서 100위권 안에 안착했다. 2012년 이정이 부른 ‘말리꽃’은 80위이 올랐다.
오디션 스타 공격에도 변함없는 리메이크 사랑
오디션 스타들의 리메이크곡 발표에 한동안 밀린 듯 보였지만 가수들의 리메이크는 계속 진행됐다. 2012년 싸이는 토이의 ‘뜨거운 안녕’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했고 성시경의 피처링까지 더해져 연간차느 31위에 올랐다. 십센치는 윤일상의 20주년 기념 앨범에서 쿨의 ‘애상’을 어쿠스틱하게 표현해 28위를 기록했다. 타미아의 히트곡인 ‘오피셜 미싱유’를 2011년 발매했던 긱스는 2012년에 소유와 함께 부른 버전을 발표, 대박 히트를 냈다. 2012년 연간 순위 38위를 기록했고 2013년, 2014년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서태지가 유일하게 리메이크를 허락한 곡인 성시경의 ‘너에게’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인기와 함께 2013년 연간차트 57위에 안착했다.
2014년에도 리메이크 앨범이 발매되며 꾸준히 리메이크 곡의 인기는 이어졌다. 음원강자 아이유는 ‘꽃갈피’라는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해 ‘너의 의미’는 8위, ‘나의 옛날이야기’는 28위에 안착시켰고 에일리와 투엘슨은 스페셜 음반으로 ‘아임 인 러브’(I'm in love)를 리메이크해 8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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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열풍은 세월이 지나도 끝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만 해도 수많은 리메이크 앨범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리메이크 곡으로 히트를 친 그룹은 바로 빅스다. 빅스는 90년데 댄스그룹인 R.ef의 히트곡 ‘이별공식’은 세련되면서도 상큼발랄하게 변화시켰다. 워낙 좋은 원곡이었기에 빅스의 ‘이별공식’은 2월 마지막주와 3월 첫째 주 30위권 안에 안착했으며 음반에서도 성과를 얻었다. 그 결과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며 성공을 거뒀다.
이외에도 올티가 공일오비(015B)의 히트곡 ‘이젠 안녕’을 리메이크 하고 팝페라 가수 임형주는 리메이크 앨범을, 서린동 아이들은 리메이크 싱글을 발매했다. 또한 허공이 조성모의 ‘불멸의 사랑’을 재해석하며 리메이크에 도전할 예정이다.
남우정 기자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