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의 학사구조 개편 결정과 관련해 건국대 영화학과 학생들이 “예술을 꿈꾸지 못하게 하는 비민주적 탄압을 규탄한다”고 나섰다.
이런 건국대의 개편 결정은 예술을 꿈꾸는 학생들은 물론, 졸업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적잖은 상처를 안겼다. 더 크게는 전문적인 예술인들의 양성을 저지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건국대 영화학과 비대위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내고 “건국대 영화학과는 지난 19일 건국대 교무처로부터 ‘영화학과’와 ‘영상학과’를 통합하는 학사개편안을 통보 받았다. 이해할 수 없고 수용할 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 |
건국대 영화학과 비대위 총괄 김승주 씨는 MBN스타에 “학교 측은 지난 8개월 동안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단 한 번도 소통하지 않았다. 전공 주체인 학생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에 정당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과 통폐합을 불러온 학사 개편과정에 대한 설명회와 함께 학사 개편기준이 과연 합리적인지 토론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라”며 “더불어 학교 측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반한 비민주적 학사행정에 대해 신속하게 사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건국대 측은 “건국대 영화학과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영화학과는 2016학년도부터 영상학과와 통합해 영화·영상학과(가칭)로 학과명을 바꿀 뿐이다. 기존과 동일하게 연기, 연출, 영상 등 커리큘럼이 운영된다”면서 “그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영화 분야 전임교수 충원 등 보다 확충된 커리큘럼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과를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의 해명에도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날카롭다. 정지욱 평론가는 “단순히 취업률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학과들마다 추구하는 바도 다르고, 저마다의 특성이 있는데 그걸 하나로 묶는 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취업률이라는 게 예술계열과 인문계열은 대학교육 평가에서는 예외의 조항으로 하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교 전체 점수 평가를 할 때 예술계열과 인문계열은 카운트에서 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 자체 내에서 평가를 할 때는 카운트가 되는데 사실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 |
영화학과의 폐지가 아닌, 학과명만 바뀔 뿐이라는 건국대의 설명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현재 영화계에 종사하면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 교수는 “학과명을 바꾸고, 정원을 축소한다면서도 커리큘럼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커리큘럼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장이야 지금의 커리큘럼을 유지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상황이다. 신입생을 받아야 하는 내년부터 시작해 4년 안에 커리큘럼이 바뀌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아무래도 건국대 출신들의 역량이 달라질 수박에 없을 것”이라며 “배움이 다른데 어떻게 지금과 똑같을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단순히 건국대 영화학과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취업률이 좋은 실용적인 비즈니스 학과들은 확대되고, 기초 문학이 사라지면서 전문적인 인재 양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인문학을 줄이면서 국제비즈니스 어학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 문학이 바지고 실용적인 비즈니스로 전환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인문학적인 기초에서부터 발생한 문화가 아닌 단순 회화를 배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계명대를 예로 들자면 서양·동양학과가 없어졌다. 이 과들은 영남지역에서 최고로 실력 있는 학교로 정평이 나 있다. 이처럼 예술계열에서 디자인, 응용은 남고 순수예술은 다 없어지고 있다. 순수 미술이 바탕으로 응용이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니겠냐”면서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아주 비합리적인 이야기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 학문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건국대 출신 배우들과 재학생들은 이 같은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에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배우 고경표, 신주환, 나인뮤지스 전 멤버 은지 등은 ‘필름이 끊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무직이 아니다’ ‘영화과를 살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동참했고, 배우 이준기 역시 건국대 영화학과 출신 배우이자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이 같은 구조조정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