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알 까~기”
중저음의 느릿한 말투지만 특유의 추임새만 들어도 웃음보가 터진다. 눈빛 하나, 단어 하나에 횡경막이 일렁일 정도로 즐겁다. 뼈 속까지 개그맨, ‘뼈그맨’ 최양락이 화려한 입담으로 라디오를 접수하고 주파수를 웃음으로 물들였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는 코미디예요. 이렇게 웃긴 라디오 프로그램이 어딨어? 청취자에겐 웃음이 가장 큰 힘이잖아요”
인터뷰 내내 너스레와 개그가 가득했다. 부스에 들어가 헤드폰을 쓰면 개그 농도는 더욱 짙어진다고 한다.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이하 ‘재밌는 라디오’)의 웃음 수위, 대체 어느 정도일까?
![]() |
↑ 사진=곽혜미 기자, 디자인=이주영 |
◇ 코너1. ‘재밌는 라디오’ 주파수 위 코미디 프로그램, 웃겨 죽어도 몰라요!
‘재밌는 라디오’는 지난 2002년 4월1일 만우절에 첫 전파를 탄 이후 지금까지 13년을 이어오고 있는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매주 월~금 오후 8시30분부터 두 시간동안 쉴 새 없이 펼쳐지는 DJ 최양락의 입담과 현란한 개그가 프로그램의 마스코트다. 웃음이 프로그램의 ‘키워드’인 만큼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DJ로 승부수를 걸고 있는 셈이다.
최양락은 ‘재밌는 라디오’의 터주대감이다. 프로그램 첫 방송부터 부스를 지키며 퇴근족들의 지친 몸과 마음에 엔돌핀을 전해주는 구실을 제대로 해냈다. 구수한 말투와 재치는 두 시간을 더욱 빛나게 하는 무기였다. 여기에 가지각색 청취자들의 사연과 전화 통화가 더해지니 돌발 상황마저도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청취자를 위한, 청취자에 의한 코너들이 많은 것도 프로그램 장점 중 하나다. ‘사랑합니다 청취자님’에서는 개그우먼 이수지와 함께 퀴즈 코너를 진행하고, ‘신 인간시장’에서는 구직자, 이직자, 사장, 아르바이트생 등 일자리와 일할 사람이 필요한 청취자를 연결하기도 한다. 외국인 청취자도 놓치지 않는다. ‘물 건너온 상담소’에선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 고민을 상담해주는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하루 일과가 끝나 피곤한 저녁, ‘재밌는 라디오’를 들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뼈그맨’ 최양락이 제안하는 히든카드는 그 누구와도 달랐다.
![]() |
↑ 사진=곽혜미 기자 |
◇ 코너2. 부스 속 작은 인터뷰…최양락 “누가 들어도 쉬운 제 개그, 이게 장점이에요!”
Q. DJ로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은 뭘까요?
A. 일단 단점은 음악을 잘 모른다는 거죠, 뭐. 팝송은 당연하고 가요 자체도 코미디 외길만 파다 보니 조용필, 마이클 잭슨 정도나 알지 관심이 크게 없어요.
장점은? 그동안 토크 개그를 많이 해서 그런지 제 개그는 라디오만 들어도 충분히 상상되고 전달되는 것 같아요. 웃기고 재밌는 이 프로그램에 이 정도면 잘 어울리는 DJ 아니에요? 그리고 개그가 쉽잖아! 초등학생들이 들어도 동네아저씨 유머 같고. 동년배가 들어도 다 이해하는 거죠. 전엔 초등학교 4학년이 뮨자 메시지를 보내 왔더라고. 전화연결하고 싶다고. ‘아니 너가 뭘 아니?’ 물어봤더니 ‘아저씨 참 웃긴다’고 연결한 거래요. 하하.
Q. 그럼 ‘재밌는 라디오’를 꼭 들어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요?
A. 뭐긴, 당연히 웃음이지. 대부분 하루 일과를 끝내고 라디오를 듣는 시간에 이 프로그램이 하잖아요? 청취자 중엔 녹초가 된 사람들도 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듣다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될 거예요. 웃음으로 치유되고 청취자 참여도 가능하니까요. ‘재밌는 라디오’ 시즌1엔 시사풍자를 많이 했었는데, 이젠 청취자들과 소통하는 콘셉트를 지향하려고요.
![]() |
↑ 사진=곽혜미 기자 |
Q. 거의 생방송이라 손에 땀을 쥔 경우도 많았을 것 같은데?
A. 저도 아나운서 기준으로 보면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진 못하지만 청취자들은 더욱 심하거든요. 비속어, 일본어 마구 쓰는데 방송 심의에 걸리면 저희만 큰일 나거든요. 그래서 DJ가 멍하게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진땀나는데, 이게 바로 살아있는 방송인 거죠! 청취자가 ‘부장 때문에 야마 돈다’ ‘실질적인 오야지다’ 이런 말을 무심코 하면 쉴 새 없이 고쳐줘야 해요. 이젠 제가 한국어 시험 봐도 된다니까요?
Q. 눈여겨보는 다른 DJ도 있나요?
A. 강석, 김혜영, 배철수 등이 제일 눈에 띄죠.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오래할까? 처세가 좋나?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분들이에요. 하하. 진행하는 기본적 재능은 누구나 다 있지만 본인만의 컬러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그걸 정말 잘 하는 분들이에요.
![]() |
↑ 사진=곽혜미 기자 |
Q. 그렇다면 최양락 씨는 얼마나 오래 하고 싶나요?
A. 19년 11개월이요. 왜냐하면 20주년 딱 한 달 남기고 그만두면 사람들이 얼마나 안타깝겠어요? 감질나잖아요! 하하하.
Q. 13년차 DJ,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A. 이 시간에 라디오를 안했다면 아마 전 분위기 좋은데서 술을 마시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라디오 시작한 이후로 술친구를 많이 잃었죠.
얻은 건 정말 많죠. 무엇보다도 제 나이에 활동하는 스타들이 이경규 빼고는 거의 없거든요. 만약 라디오가 없었다면?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개그맨 최양락의 중년을 건재하게 만든 게 바로 ‘재밌는 라디오’니까요.
Q. 마지막으로 ‘재밌는 라디오’를 노래에 비유한다면요?
A. DJ DOC의 ‘DOC와 춤을’!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춤을 춰요’란 가사가 정말 딱이예요. 아이들까지 모두 웃고 행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아닌가요?
[DJ 최양락은 누구?] 최양락은 MBC 개그콘테스트 대상을 거머쥐며 연예계에 발을 들인 뒤 KBS를 주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개그대마왕’이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로 남을 웃기는 데에 천부적 소질이 있는 그는 KBS2 ‘유머1번지’ ‘쇼 비디오 자키’ SBS ‘좋은친구들’ ‘코미디 전망대’ 등 개그 프로그램 간판스타로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잠시 호주로 이민을 떠났다가 ‘재밌는 라디오’ 제작진에게 DJ 제안을 받고 국내 연예계에 복귀했다. 2002년부터 ‘재밌는 라디오’ 부스를 지킨 그는 현재까지도 입담을 무기로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