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코미디 배우 찰리 채플린의 작품들이 디지털 영화로 재탄생된다. 20세기 미국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21세기 한국인의 팍팍한 삶을 위로할 지 시선이 쏠린다.
지난 19일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 ‘모던타임즈’가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개봉했다. 이는 산업 사회에 찌든 대중의 모습을 담아내며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작품인 만큼, 국내 관객의 관심을 받았다. 오는 26일에는 ‘키드’ ‘파리의 연인’ ‘서커스’ ‘시티 라이트’까지 만나 볼 수 있는 ‘찰리 채플린 기획전 파트1’이 관객을 찾을 예정이며, 4월 중순에는 ‘위대한 독재자’ ‘황금광 시대’ ‘살인광 시대’ ‘라임라이트’ ‘뉴욕의 왕’으로 구성된 ‘찰리 채플린 기획전 파트2’가 극장에서 상영된다. 이번 기획전은 찰리 채플린의 대표 캐릭터인 리틀 트램프 탄생 101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리틀 트램프는 대중이 찰리 채플린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를 대변한다. 중절모에 짧은 콧수염, 검은 구두를 신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뒤뚱뒤뚱 걷는 리틀 트램프. 언제나 엉뚱한 행동과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주변인의 화를 돋우는 이 캐릭터는 영화 ‘베니스에서의 어린이 자동차 경주’(1914)로 처음 관객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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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모던타임즈 리마스터링 포스터 |
이후로도 리틀 트램프는 여러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대표작으로는 찰리 채플린의 마지막 무성영화, ‘모던타임즈’가 있다. ‘모던타임즈’는 하루 종일 공장에서 나사못을 조이는 찰리와 고아 소녀의 작은 행복을 그린 작품으로, 1936년 첫 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찰리는 매일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나사조이는 일만 반복하고, 결국 일을 그만두고서도 반복 행동을 멈출 수 없는 강박을 갖게 된다. 결국 찰리는 정신병원에 수감됐다. 찰리 채플린은 이 일련의 과정을 코믹한 몸짓으로 표현해 관객을 웃겼지만, 그 속에 담긴 어두운 산업화의 단면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었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부터 1차 세계대전 이전인 1860부터 1910년까지, 약 50년간 급속한 산업화를 이뤘다. 또 기업들이 합병, 수직통합하면서 재벌 기업 시대가 열렸다. 그 결과 20세기 초 산업과 경제활동이 일부 기업에 의해 좌우됐고, 때문에 빈곤과 소득 불균형 문제가 대두됐다. 뿐만 아니다. 국민의 1%가 전체 소득의 8분의 7을 차지할 만큼 빈부 격차가 컸다. 노동자의 평균 노동 시간은 60시간이었지만, 임금은 턱없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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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모던타임즈 캡처 |
찰리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 속에 상징적인 장면을 담아 산업화의 폐해를 꼬집었다. 그는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소떼와 오버랩 시키면서 ‘인간다운 삶은 무엇인가’하는 논제를 던졌고, 공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노동자를 감시하는 기업인의 악행을 통해 ‘감시 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비췄다.
찰리 채플린의 작품이 ‘명작’이라 불리며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이 현대 사회로 나아갈수록 심화되는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한다고 자본주의의 폐해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현대인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도 아니다.
그런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국내에선 ‘힐링’ 열풍이 거세게 불었으며, 최근에는 자연 친화적이고 건강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킨포크 라이프’가 유행이다. 대중은 팍팍한 삶을 위로하기 위해 단편적인 행위들을 체득, 누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점, 대중에게 필요한 것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스낵 컬쳐’(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아니라, 찰리 채플린표 ‘풍자와 해학’이 필요한 순간이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