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막장, 복수극 등의 소재로 장편드라마에 질린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는 단막극은 드라마 업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단막극은 신인 PD와 작가, 배우들의 등용문이 돼 줄 뿐 아니라, 기존 연출자나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주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고착화 된 포맷이 아닌, 다양한 장르를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어 다채롭고 신선한 소재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드라마에 해방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광고비 회수가 어려우니 심야시간대로 편성이 미루어지거나 반복되는 폐지와 부활로 인해 단막극은 매해 몸살을 앓고 있다. 잇따르는 단막극 존폐 위기로 방송사에서도 해답 찾기 위해 노력을 안하고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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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번째 작품까지 방송된 상황에서 시청률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지난 20일 방송된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의 경우, 1부가 5.2%, 2부가 4.1%의 전국일일시청률(닐슨코리아)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금요 심야 시간대에 안착하고 있는 MBC ‘나는 가수다3’(4.1%)를 꺾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자체적으로 2차 수익을 만드는 문을 찾기 위해 방송사는 여러 방면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VOD, IPTV 시장으로 확대해 판매를 늘렸고, 최근엔 웹드라마에도 뛰어들어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막극의 존폐여부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KBS는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지상파를 통해 본방송이 나가기 전에 인터넷에 미리 공개하는 방식을 택한 것. 작년 11월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간서치열전’은 매일 7회에 걸쳐 10분씩의 분량으로 편집돼 네이버 TV 캐스트에 업로드되는 형식으로 선공개했고, 본방송 직후 마지막 회가 업로드됐다.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단막극 상황에 대해 황의경 CP는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로 플랫폼 자체에 심란한 상황이 닥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제 현실적인 문제만을 가지고 단막극을 존립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상파로서는 ‘간서치 열전’이 최초의 드라마 실험이었고, 성공적이었다. 누적 조회 수 130만 뷰를 돌파한 ‘간서치열전’은 작품성,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은 물론 미래부가 주최하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주관하는 ‘제4회 단막극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간서치열전’은 단막극이 한국 드라마시장에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장밋빛 미래를 여는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좋은 예가 됐다는 평가. 단막극이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획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 훌륭한 전례를 남기게 됐다.
최근에는 단막극을 극장 상영으로까지 진출시키는 계획에도 들어갔다. 지난 2월 말 방송된 KBS 광복 70주년 특집 단막극 ‘눈길’의 극장 상영이 추진되고 있는 것.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와 한 번 쯤은 되새겨 봐야 하는 소재로 만들어진 ‘눈길’은 보는 내내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면서 호평을 이끌었고,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여세를 몰아 KBS는 극장 상영 버전 제작에 들어갔고, 해외 영화제 출품까지 고려 중이다.
단막극에 출연한 한 배우는 “단막이 꼭 필요한 장르고, 배우는 늘 부름을 받는 입장이라 불러만 주시면 좋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고, 신인 연기자, 신입 PD 등에 소중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다”고 단막극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장편 드라마가 가지는 대중적인 선호도를 뛰어넘어서 영화와 장편 드라마의 장점을 다 한 곳에 아우를 수 있는 것이 단막극이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나열할 수 없는 장점들이 있다”며 “실험할 수 있다는 것, 시간에 쫓겨 도전하지 못했던 미장센, 카메라 워크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등이 단막극의 미덕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단막극은 KBS에서만 소개되고 있다. 좋은 작품, 좋은 배우, 좋은 제작진을 배출하고 있는 KBS ‘드라마스페셜’에서 단막극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 계획을 짜고 있을까. 한 방송관계자는 “올해는 100분 확대 편성에 더욱 화려해진 영상과 파격적인 스토리로 무장된 작품들로 한 편의 신작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라며 “다른 포맷과 연결해 작품을 제작하는 계획은 아직까진 구체적 상의된 게 없다”고 밝혔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