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나중에는 몸종 역할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신인 배우 김다예는 거칠 것이 없었다.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여린 외모와 달리 강단 있는 성격을 지닌 ‘배우’였다. 그는 ‘순수의 시대’ 촬영 현장에서 대선배인 신하균, 장혁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제 몫을 다하려 애썼다. 영화 촬영 자체가 처음인 배우에게 꿋꿋하게 버틴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을 터. 그럼에도 김다예는 촬영이 정말 즐거웠다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순수의 시대’가 첫 영화에요. 운 좋게 큰 영화에 참여하게 돼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했어요.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촬영하다보니 드라마와는 다른 점이 많았어요. 영화는 드라마보다 천천히 촬영했고, 덕분에 연기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 자유로웠어요. 또 제가 서울 토박이라 지방에 갈 일이 없는데, 촬영을 지방에서 해서 좋았어요. 바다도 구경했어요. 촌스럽지만 영화 촬영 현장도 신기했어요. 장비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에요. 하하.”
![]() |
↑ 사진=이현지 기자 |
연신 영화 촬영 현장이 새로웠다며 눈을 반짝이던 김다예는 연기를 이야기할 땐 금새 프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맡은 경순공주 역할에 대해 감독과 수많은 논의를 거쳤다. 특히 부군인 진(강하늘 분)을 독살하는 장면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순공주는 워낙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인물이에요. 하지만 원하지 않게 몸이 병약해, 언제나 조신하게 지내요. 방 안에서 십자수하고, 그림 그리고. 그래서 가희가 온 걸 더 좋아 했다고 생각했어요. 공주이기 때문에 품위는 있지만, 너무 순수해서 자기가 공주라는 걸 버리고 가희와 진정으로 소통하려고 하는 인물이에요. 이렇게 낙천적이고 사랑스러운 공주를 보여주려면 가희와는 또 다르게 목소리 톤 변화를 줘야 하는 건 아닐까 감독님과 많이 논의했어요”
“진을 독살하는 장면은 경순공주를 가장 매력적으로 표현한 신이에요. 스스로 제일 크게 고대하던 신이기도 했어요. 여태 나쁜 일을 저지른 진을 살해하는 것인 만큼 관객들을 대리 만족 시켜야 해서 힘들었어요. 기존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경순공주가 진을 독살할 때 확 돌변해요. 그래서 촬영하기 전 긴장도, 부담도 많이 됐어요. 모든 신이 그렇듯 아쉬움이 커요. 조금 더 감정을 드러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 |
↑ 사진=이현지 기자 |
김다예는 첫 영화 촬영 현장에서 헷갈리고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헤쳐 나갈 수 있어서 “고마웠다”며 웃었다.
“감독님과 경순공주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많은 논의를 거쳤어요. 감독님은 경순공주의 캐릭터가 따뜻한 이미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고, 이런 면을 잘 드러낼 수 있게 부드러운 사극 톤을 사용하라 추천해주셨어요. 또 초반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다른 인물들은 무거운 면이 많고, 경순공주는 그런 심각한 분위기를 희석시키는 인물이라 하셨어요. 그래서인지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특히 강하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저희는 서울국악예고 음악연극과 출신으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거든요. 제가 낯선 마음에 적응하지 못할 때 일부러 옆에 와서 이것거것 조언을 해줬어요. 또 제가 기죽지 않게 기 살려 주기 위해 많이 애써주셨어요. ‘많은 고민 하지 말고, 지금 생각하는 게 맞으니 노력하라’며 응원해줬어요. 항상 배려해줘서 정말 고맙더라고요”
김다예에게 도움을 준 건 감독님과 강하늘 뿐만이 아니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김다예가 혹시나 외로움을 타게 될까 강한나가 곁을 지켰고, 같은 소속사인 장혁은 개인 시간을 내서 직접 연기 연습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김다예는 “이번 역할을 맡으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조신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지인들로부터 “시끄러우니 말 좀 그만하라”고 핀잔 받기도 한다며, 경순공주와 평소 모습은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 |
↑ 사진=이현지 기자 |
“평소에는 조금 조금 왈가닥인 부분도 있고, 푼수 같은 면도 있어요. 초반에는 낯을 가리니 처음에 봤을 때는 차가울 것 같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친해지면 누구보다 말이 많아요. 애들이 시끄럽다고 그만하라고, 진정하라고 말하기도 하니까요. 하하.”
그래서일까, 김다예는 앞으로 연기 해보고 싶은 역할로 말괄량이 같은 캐릭터를 꼽았다. 깍쟁이 같은 모습보다 수더분한 점이 매력적이란다.
“경순공주 역할을 하면서 하인들이 신는 짚신, 나막신이 너무 신고 싶었어요. 저도 편안하게 아무 곳에나 철퍼덕 앉고 싶었어요. 나중에는 호들갑 떠는 몸종 역할로 나와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고생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영화 ‘괴물’을 보면, 배우분들이 같은 의상으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촬영에 임하잖아요. 그런 걸 정말 하고 싶어요. 흙에 굴러다니고 바삐 쫓기는 역할 같은 거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좀비 영화에도 참여 하고 싶어요. 좀비로 변하는 연기가 재밌을 것 같아요. 하하.”
그가 이렇게 연기에 욕심을 가지게 된 데까지는 배우 조승우와 공효진의 덕이 컸다. 김다예는 조승우가 참여한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를 보고서 “무조건 연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공효진의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저의 연기를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행복하다’는 감정을 선물하고 싶어요. 또 배우 김다예라는 이름이 남기보다, 역할 이름으로 각인됐으면 좋겠어요. 연기할 때는 작품 안의 배역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 때는 제가 빛나지 않고, 배역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스타보다는 오래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끝까지 연기하는 게 소망이에요. 20대 때는 학생 연기, 30대 때는 노처녀 연기 40대 때는 엄마나 할머니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 이름보다도 배경의 이름이 더 중요하다고 외치는 김다예.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한 배역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줄 아는 ‘진짜’ 배우였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사진=